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만 잘 보면 된다는 말은 옛말이다. 의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의료정책과 현지확인·현지조사에 따른 행정처분,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과 민원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에 경기도의사회에서는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를 운영하며 회원 민원과 고충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진료 현장 속 다양한 문제 사례와 해법을 공유한다. <편집자 주>
Q.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내시경실 점검을 왔습니다. 그동안 세척이 보험 적용되어 나름대로 세척에 신경을 써왔습니다. 중간에 허가·신고에 대한 약품 사용의 제한이 있어 수차례 소독액을 바꿔 사용하고 있었고 대부분 글루타알데하이드(GA) 계열을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과초산 계열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과초산 계열이 냄새 등의 단점이 있긴 하지만, GA 계열에 비해 소독 시간이 짧고 GA를 사용하면 자칫 소독 시간을 준수하지 못할 것 같았으며, 또한 세척기와 호환 가능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점검에서 사용 중이던 과초산 계열 소독액의 사용기한이 약 한 달 정도 지난 것이 적발되었습니다. 공단은 이 기간 시행한 검진 내시경 환자 66명에 대한 금액을 환수해 갔고, 보건소에서는 ‘지정받은 사항을 위반하여 업무를 행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업무정지 3개월을 통지하고 갔습니다.
그런 해당 법 제13호에 보면 검진 기관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두 번 이상 연속하여 받은 경우도 업무정지 3개월인데 동일한 행정처분을 받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가혹하다고 생각됩니다. 보건소에 이러한 사정을 설명해 봤지만, 법대로 할 수밖에 없고 유효기간이 지난 소독액은 살모넬라, 결핵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관련 문헌을 줄줄 읽고 갔습니다.
저는 내시경 소독액의 사용기한이 보통 24개월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어서 확인해 보니 과초산 계열은 생화학적 안정성이 불안정해 사용기한이 조금 더 짧다고 합니다. 제가 사용한 소독액의 사용기한은 12개월인데, 실제로 이 제품을 신청한 날로부터 공단 점검일까지는 12개월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 허가된 과초산 계열 소독액들의 사용기한은 평균 18개월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한 소독액의 사용기한이 다른 소독액처럼 18개월이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아서 억울하다는 생각에 소독액 제조사에 이 제품만 사용기한이 짧은 것은 무슨 근거에서인지 문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빠른 허가·시판을 위해 12개월로 받았는데, 최근 재신청을 해서 18개월로 사용기한을 연장했다는 식약처의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지정받은 사항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검진 평가 2회 연속 미흡으로 받을 수 있는 업무정지 3개월과 같은 처분을 받는 것이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 사용기한을 일일이 챙기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같은 성분의 소독액을 출시하면서 사용기한이 들쑥날쑥한 것까지 모두 다 감안했어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억울하기만 합니다.
A. 해당 민원 건에 대해 경기도의사회는 지나친 과잉 행정이고 통상 상식을 벗어난 재량권 남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에 최대한 선처를 요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