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만 잘 보면 된다는 말은 옛말이다. 의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의료정책과 현지확인·현지조사에 따른 행정처분,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과 민원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에 경기도의사회에서는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를 운영하며 회원 민원과 고충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진료 현장 속 다양한 문제 사례와 해법을 공유한다. <편집자 주>
Q. 직장동료에게 폭행당했다고 하면서 내원해 진료 후 늑골 골절 진단 하에 치료받고 상해진단서까지 발급한 경우입니다. 형사상 문제가 결부된 상해로 의료보험이 아닌 일반으로 접수해 치료비를 전액 일반으로 수납 처리하고 청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료보험이 아닌 일반으로 처리했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 같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담당자가 임의로 일반접수하면 안 된다며 의료보험으로 바꿔서 환자 부담금 외 진료비를 환불해 주라고 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말이 맞나요?
그동안 상해나 자해로 인한 진료 시 일반으로 접수해서 처리해 왔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A. 폭행, 상해 피해를 입고 방문한 환자의 요양급여 진료비 납부 요구를 거부하고, 일반접수해 비급여 진료비를 받자 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 거부 행위에 해당한다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요양급여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진료로 정의하고 있고, 요양급여가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것을 의미할 경우 이 법에서 요양급여의 범위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라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 관련 법령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요양기관)
⑤ 제1항·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폭행, 상해의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한 진료라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고, 급여 접수를 거부하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 거부 행위에 해당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요구한 대로 일반접수를 의료보험으로 변경해 환자 본인부담금 외 진료비를 환불하는 게 맞겠습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급여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자살 시도의 경우에는 급여를 인정하고 자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급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가족 간 몸싸움 도중 미성년자가 홧김에 유리문을 발로 차 깨진 유리에 왼쪽 다리 부분을 크게 다쳐 대퇴부 등에 유리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이후 다발성 신경손상 등으로 다리 감각이 저하돼 치료한 사안에서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대해 ‘그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할 당시 통상적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행위자가 이를 예견·인식할 수 있었던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유리문을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신경 손상을 입게 될 것까지 예견하거나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이유로 공단의 보험급여 제한 결정을 취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자해의 경우 원칙적으로 급여가 제한되지만, 정신질환을 입증하는 경우나 예견·인식하지 못한 후유증과 같이 고의로 인한 자해로 판단하기에 약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급여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의료기관 입장에서 임의로 급여 제한 여부를 판단했다가 자칫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례도 있으며, 급여 제한 여부 판단의 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입니다. 만약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했다가 추후 그것을 제한받게 되는 경우에는 공단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환수 조치를 진행할 것이고, 이 경우 의료기관에는 별다른 불이익이 없으므로, 명확한 급여 제한 사례가 아니라면 일반접수 비급여로 처리하기보다는 급여진료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고 무난할 것입니다.
☑ 관련 법령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급여의 제한)
①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