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만 잘 보면 된다는 말은 옛말이다. 의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의료정책과 현지확인·현지조사에 따른 행정처분,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과 민원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에 경기도의사회에서는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를 운영하며 회원 민원과 고충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진료 현장 속 다양한 문제 사례와 해법을 공유한다. <편집자 주>

Q. 초진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마약류(수면제) 대리처방을 한 것에 대해 보건소에서 마약류취급자 대상 현장 조사 후 형사고발 당한 상황입니다.
환자가 직접 내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호자가 진료 접수 후 대리처방을 원했고 저는 대리처방이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환자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많이 불편해한다면서 계속 부탁해왔습니다. 보호자가 내원할 때마다 대리처방은 안 된다고 전달했지만, 막무가내여서 결국 건강보험으로 총 18회 대리처방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건강보험 자격조회를 해보니 자격상실로 나와서 보호자에게 물었더니 자격상실 사유는 모르겠고, 건강보험이 안 되면 일반으로 접수해달라고 해서 일반으로도 5회의 대리처방이 이뤄졌습니다.
그 후 보호자 본인 진료 차 내원했을 때 전에 환자분은 왜 자격상실이 됐는지 물었더니 사망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돌아가신 분 앞으로 5회의 대리처방이 이뤄졌던 겁니다.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 될까요? 보건소에서 사실확인서, 입증자료(처방전, 진료기록부)와 의료기관 개설신고필증을 가져간 상황입니다.

A.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에 의하면 대면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행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법 제89조 제1호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대리진료(처방)는 「의료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보건복지부 행정해석(보험급여과-5011, 2014.12.22.)에 의해 예외적으로 가족에 대해 ①동일 상병, ②장기간 동일 처방, ③환자 거동 불능, ④주치의가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처방전 대리 수령과 방문당 수가 산정(재진진찰료 소정 점수의 50%)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의 환자라 하더라도 가족이 아닌 간병인 등 제3자가 요청하는 경우나 다른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대리진료(처방) 인정이 불가합니다.
대리진료(처방)가 가능한 가족의 범위는 「민법」상 가족의 범위를 고려해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로 해석해 왔고, 2020년 2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서는 제17조의2(처방전)를 신설해 대리진료(처방)가 가능한 예외 사유(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傷病)에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로서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사 등이 환자 가족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 가족 등은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의료법」을 위반해 대리처방을 받은 사람도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의료법」 제90조)을 신설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리진료(처방)의 예외적 허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대리진료(처방)를 강요하거나 강하게 요청하면 “당신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한편, 이번 사안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해 의사면허 자격 정지 2개월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호자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행정해석에 의해 예외로 인정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이에 형사사건에서 최대한 선처를 주장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면허정지 처분에서 1/2 감경을 받을 수 있고,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으면 면허정지 처분에서 1/3 감경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방향으로 대비하시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으로 보입니다.
☑ 관련 법령
「의료법」 제17조의2(처방전) 제89조(벌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