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인터레스트 안전 보장, 시진·청진·타진·촉진 의학에서 떼놓을 수 없다"
"의료윤리 입장에서 환자 편익이 아닌 환자 안전 보장이면 어떤 진료 형태든 받아들일 수 있다. 본업이기 때문에. 그런데 안전성 이익이 담보 안 되는데 편익 때문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대 인터레스트(관심사)이고, 기준이 환자 안전이다. 편익은 뒤다. 의사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편익은 부차적이다" -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 회장
4일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가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월례강연회를 가진 가운데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이 '원격의료(비대면진료)의 현황과 방향성'을 주제로 발제한 이후 이어진 토론 시간에 나온 말이다.
앞서 발제한 박명하 회장은 "의사로서 비대면진료에 반대한다.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함께 의료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26일 규제혁신전담반 2차 회의를 개최하고 그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붙임 자료를 보면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관련해서는 입법 과제 12건 중 하나로 제시했는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 중이나, 원칙적으로는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가 금지되고 있다"며 "의료사각지대 해소, 상시적 질병관리 등 보건의료 정책적 관점에서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한다. 조치 사항은 의료법 개정 등이다. 기한은 2023년 6월이다"라고 적시했다.
복지부는 "8월 26일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에 보고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89개의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하여 약 3달 동안 32개 과제를 개선 완료했으며, 비대면진료 제도화 등 57개 과제는 차질 없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명하 회장은 발제에서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은 작년에 강병원 의원, 최혜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2개 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혜영 의원 안이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 안 중 주요 내용을 보면 비대면진료 대상 의료기관의 원칙은 의원급이지만 예외가 있는데 △교정시설 수용자 또는 현역 복무 군인 등으로서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환자 △수술·처치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 욕창 관찰, 중증·희귀난치 질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 중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이다.
박 회장은 "최 의원 안은 의원급 원칙 등 의료계 우려를 일부 담아 내려 했다. 한편으로는 정부와 상당 수준 교감하고서 만들었다. 정부안을 의원입법으로 한 거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비대면진료와 관련해서 지난 2020년 9월 4일 복지부 의협 합의문 3번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회장은 "비대면진료는 9.4 의정합의 3번에 있다. 비대면진료 논의도 1번 합의문에 있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한다고 해석하는 측과 아니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서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한다고 합의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라며 "의료계에서는 큰 틀에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확대해서 생각하는 사안이다. 가급적 논의를 늦추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나가는 상황이라 늦추면서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들도 의료법 개정을 관망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의협 최고위 과정 때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강의했는데 '닥터나우가 무리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강의 후 질문과 답변을 보면 현재 닥터나우 플랫폼업체가 생각이 짧다는 거지 네이버, 카카오가 뛰어들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자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언제든지 비대면진료 법안이 완성·진행되면 뛰어들 수도 있겠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2022년 4월 2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의료사고 및 책임, 적정수가 보장, 1차 의료기관 중심, 회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집행부가 '의협 주도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연구 및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회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집행부에 위임"으로 의결했다.
비대면진료 시행에 대비해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의결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대의원의 입장을 정리한 문구가 주요 내용이 많아 반대가 적었다. 74차 대의원총회 의결을 정부, 산업계에서는 의협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74차 대의원총회 의결 이후 의협 집행부는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대비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기존 의료법의 의료인 간 원격의료 반대 △의료인 간 원격의료 활성화 △의사 환자 간 원격모니터링 찬성 △의사 환자 간 원격진료 진단·처방 등 플랜 A·B·C·D 4개로 대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74차 대의원총회 의결 이후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각 의사회의 설문조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서울시의사회의 설문에 반대가 과반을 넘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설문에서는 반대가 약 65%, 찬성이 약 35%였다. 내과의사회 등 4개과가 공동 설문한 비대면진료로 의료법 개정을 전제로 한 설문에서는 △적극 참여가 약 9%, △대면 진료 만 유지가 약 21%, △추이를 보겠다가 70%였다.
박 회장은 "전문 연구자가 아니고, 의협의 대응 방향에 대해 개략적 상황을 말씀드렸다"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까지 하기로 했으니 올해 내년 추이를 봐야 되는상황이다.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라서 준비를 안 할 수 없고, 기사가 잘 못 나가도 공격받고, 집행부는 곤혹스럽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의견 주시면 참고하겠다. 어려운 일이 내년까지 있을 것 같다"라며 발제를 마쳤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닥터나우처럼)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가 의대생 스타트업으로 된 데 대해 시사점을 생각해 본다. 의대생은 소비자 입장인 거다. 자기가 진료하고 환자를 책임져본 적이 없다. 의사로서 불안해하는 영역, 잠들지 못하고, 처치·약·시술·수술 등에 대해 갈등 안 했고, 의사로서 갈등하면서 살아간 경험이 없다"며 "현직 의사들이 아이디어, 능력이 없어서 못한 게 아니라 진료의 본질을 건드리는 행위라서 안 만든 거다"라고 언급했다.
김 홍보이사는 "시진·청진·타진·촉진이라는 기본원칙이 미디어를 거쳐 오는 정보라 불안하다. 촉진은 불가능하다. (비대면진료는) 의사 전문가에 전달되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며 "(대면진료를) 많이 보다 보면 환자가 문을 열고 오는 순간 안색을 보고 진료는 시작된다. 교육학적으로도 진료는 문을 여는 순간으로 되어있다. 간과해선 안 된다. (비대면진료라는) 편의성이 (대면진료라는) 안전성을 집어 삼키는 거라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숙 전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은 "의약분업 제도 초기 때 처방 수가를 대폭 올려 준다고 했는데 잠시뿐이고 영원히 못 받았다. 의원급만 비대면진료 대상 의료기관으로 의료법에 명시하고 20년간 개정 못한다는 단서를 붙인다고 헤서 나중에 개정 안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주 전 위원장은 "저는 안과인데 환자 2명을 코로나 때문에 전화로 진료한 적이 있었다. 전화로는 뜬구름 잡는 식이라 안 된다. 전화로 충혈됐다고 하면 해줄게 뭐가 있나? 눈물 약 밖에 처방 못하고, 치료는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재윤 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4개과 공동 설문에서 비대면 진료의 전망과 관련, 정착이 약 30%, 성공 못함이 약 25%, 의료 취약지 등 제한적 시행 약 40%였다) 설문 통계는 감염관리료가 들어갔다. 그걸 겪고 설문했다. (한시적인) 감염관리료는 몇배 높으니 찬성으로 갔을 것"이라며 "설문 통계는 감염관리료가 굉장히 가미된 통계이기 때문에 의문을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은 "의료윤리 입장에서 환자 편익이 아닌 최대 인터레스트는 안전 보장이라면 어떤 형태든 받아들일 수 있다. 본업이기 때문에. 그런데 안전성 이익이 담보 안 되는데 편익 때문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준이 환자 안전이고, 편익은 뒤다. 의사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편익은 부차적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