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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우리나라는 제도가 현실 못 따라가는 '적기조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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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우리나라는 제도가 현실 못 따라가는 '적기조례' 상황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2.11.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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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의사, 오진·수익성 등 '우려' vs 병원, 중증 환아 등 모니터링 '아쉬움'
백남종 병원장 ©경기메디뉴스
백남종 병원장 ©경기메디뉴스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는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적기조례 상황으로 비유됐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가 7일 의협회관에서 월례강연회를 가진 가운데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이 '원격의료에서 전문직 윤리'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런 취지로 말했다.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32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했다. 합법화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 스위스, 에스토니아, 체코, 칠레, 튀르키예 6개국이다. 특히 팬데믹이 되면서 원격의료가 많이 개방됐다. 일본의 경우는 팬데믹 이전에는 재진 환자에서 팬데믹 이후에는 초진 환자까지 서비스 대상을 열어 놓은 상황이다. 

2020년 2월 24일부터 지난 2022년 1월 5일까지 2년 동안 우리나라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외래 청구 건수의 0.13%로 실제로 많지 않았다. 이중 의원급이 77%로 쏠림이 많았고, 종합병원 9.3%, 상급종합병원 8.7%였다.

백남종 병원장은 "비대면 진료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료 소외계층의 의료 접근성 향상, 의료산업 발전 기반 마련,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급자인 의사의 원격의료(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은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생각한다. 의료 접근도의 경우 환자 팔로우업을 3개월로 하지만 중간중간 환자가 어떻게 하나 볼 수 없는데 이런 갭을 메워 주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장점을 언급했다.

백 병원장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의사 간 협진 모니터링도) 해보면 각종 기기 준비 등으로 시간은 더 걸리고 수익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오진의 위험이나, 의료사고의 법적 리스크도 있고, 요즘 나오는 우려는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단점도 소개했다.

이런 장단점이 있지만 백 교수는 적기조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상황은 제도가 현실에 뒤처진다고 진단했다.

출처 = 백남종 병원장 '원격의료에서 전문직 윤리' 강의록
출처 = 백남종 병원장 '원격의료에서 전문직 윤리' 강의록

백 병원장은 "적기조례는 마차에서 자동차 시대로 넘어갈 때 있었던 일이다. 시내 정리에 3명이 필요하고 자동차는 8km 이상 속도로 진행 못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적기조례(赤旗條例, Red Flag Act)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붉은 깃발법'이라고도 한다. 정식 명칭은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 줄여서 'Locomotive Act'라고도 한다. 3번에 걸쳐 개정되었다. 이른바 '적기조례'라고 알려진 것은 1865년의 2차 개정법률.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지만, 현대에는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이 문단 출처 = 나무위키)

백 병원장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진도 주도 못하고 대세에 밀려서 하는 상황이다. 주도적이면 더 발전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진은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의지가 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명시됐다. 보건복지부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초안도 나왔다. 강병원·최혜영 야당 의원에 이어 최근에 이종성 여당 의원도 비대면 진료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의약단체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7월 18일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공동 기자 회견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처방전 문제, 중계 플랫폼 수사 사안, 일반의약품 배달 고발 사건, 임의조제 약국 고발 사례 등을 들었다.

백 병원장은 원격의료의 윤리적 이슈의 해결책으로 AMA Journal of Ethics 등을 제시했다. 환자와 의사 관계의 훼손은 강력한 라포 형성으로, 환자의 프라이버시 훼손 위협은 보안 강화로, 한가지 솔루션으로 유도할 우려는 환자 중심의 기술과 개별화된 시나리오를, 새로운 기술이 항상 효과적일까라는 의문에는 원격의료의 효과를 잘 평가하여 최선의 효과를 찾아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진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에는 비대면 진료의 임상 현장을 경험한 개원 의사의 우려의 목소리와 병원 임상 현장에서의 환자 원격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사 등 의사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지호 회장은 "적기조례에서 봤던 것처럼 의사들의 반대나 우려하는 점들이 발전해 나가는 이 시대의 하나의 트렌드를 거스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문 회장은 "리얼월드데이터를 보면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진단받은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한 것에 대한 설문에서 80%의 의사가 오진의 위험을 토로했다. 각 나라별로 업데이트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인숙 전 의원은 "반대도 많고, 오해도 많고, 주의할 점도 많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부정맥이 제 전문분야인데 중증 환자 중 어린 아이가 병원에 오려면 2~3명의 가족이 따라온다. 2, 3번 오는 거를 1번으로 줄여 주려면 원격의료가 중요하다. 중증 장애에 제한해서라도 원격의료를 했으면 한다. 환자의 고통 덜어 주는 게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회원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반대가 70%인데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유보적 입장이 3분의 2로 많다. 의료 문제를 망가지게 하는 저수가, 전달 체계 왜곡 등을 일선 의료기관에서 우려하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크다"라고 언급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은 "원격의료 모니터링의 이익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환자를 즉각 처치하는 게 가능할까. ?"라고 반문하면서 "자료 축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즉각 처지는 없다. 119를 부르거나 심장세동기를 해야 한다. 큰 의미는 없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 초대회장은 "재활의학에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그런 부분은 맞춤형이 맞지, 모든 의료에 모니터링을 일괄 적용하자는 기계적 환원은 문제가 많다"라며 "환자의 이익이 중요하다. 환자의 편익이 환자의 이익이 다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재윤 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코로나 때 비대면 진료 수가를 무지하게 줬다. 적자인 의료기관이었는데 코로나 2년 동안 비대면 진료로 흑자를 본 데도 있다. 성공한 것처럼 하는데 실패는 대리진료하면 개인 의원 수가는 50% 밖에 안 준다. 개인 의원은 손해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 때 확진 환자 초진인데 초진료를 엄청 주고 관리료도 엄청 줘 만족도를 높인 데이터일 뿐이다. 실제 전화 진료였다.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만족한다? 악용될 경우 의약분업 참사처럼 비대면 진료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의사, 약사, 환자의 악용 문제가 생긴다. 비대면 진료 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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