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6:58 (금)
68회 초음파 보고도 자궁내막암 발견 못한 한의사 무죄… “이대로 괜찮은가?”
상태바
68회 초음파 보고도 자궁내막암 발견 못한 한의사 무죄… “이대로 괜찮은가?”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04.04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의연, 첩약 급여화·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문제점 지적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68회에 걸쳐 초음파로 환자를 진찰하고도 자궁내막암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의 치료 시기를 지연시킨 한의사의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지난해 말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초음파를 환자에게 가져다 대는 행위 자체는 환자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에 탄력을 받은 한의사들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과 한방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자체가 계획을 세워 한의약 육성을 하도록 하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한의 보장성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회의 한방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첩약 급여화를 위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준비단계에 있을 때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배경이자 명분이 되는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이하 첩약 급여화 연구)의 내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왔던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시 바의연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전혀 근거가 없는데도 정부는 2020년 11월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했고, 이 시범사업은 올 하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바의연은 시범사업 종료를 앞둔 시점에 보건복지부가 이번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 첩약 급여화 관련 내용을 부각하게 시킨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봤다.

이에 바의연은 첩약 급여화가 명분 없는 주장인 이유와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먼저 4년 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의 명분이 되었던 첩약 급여화 연구는 문제점이 많은 연구이고, 시범사업의 명분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의연은 “첩약 급여화 연구를 분석했던 내용을 보면, 첩약의 핵심이 되는 한약재의 중금속 허용 기준이 식품보다 높았고 발암물질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며 “또한 오래된 한약서에 효능이 있다고 적혀만 있으면, 해당 한약재는 어떠한 과학적인 검증과정도 없이 첩약의 재료로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었다”라면서 “이는 결국 첩약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안전성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말이고, 안전성이 미확보된 첩약을 급여 의료행위로 등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첩약은 동일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한의사마다 비방이라는 이름으로 처방이 상이해 처방의 표준화가 불가능한 점도 들었다. 특정 질병에 대해 일관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바의연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한방난임사업의 성과가 현대 의학의 보조생식술 성과와는 비교도 되지 않고, 오히려 자연임신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첩약은 유효한 치료 효과도 없고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첩약 급여화 연구를 보면, 첩약 급여화의 명분으로 환자 만족도와 같은 주관적인 지표를 내세우고 2만 2,000명에 달하는 한의사 중 31명만 조사해 나온 결과로 첩약 진료 패턴을 정하고 수가를 산정함으로써 수가 기준의 신뢰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한의사가 존재하지도 않는 일본의 첩약 처방 사례를 연구에 포함하고 한약사와 약사들의 첩약분업 요구를 무시하면서 한의계의 입장만 반영하는 편파적인 입장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바의연은 “결국 첩약 급여화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근거로 활용하려고 했던 첩약 급여화 연구는 오히려 첩약이 급여화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바의연은 단순히 다수의 이용자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첩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필수의료도 아닌 비싼 한방 행위의 급여화를 통해 이용자의 본인 부담금을 덜어주게 되면, 이는 한방 의료를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바의연은 유사 사례로 초음파와 MRI의 급여화를 들었다. 단순히 요구가 많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증 없이 문재인 케어를 통해 상당수의 초음파와 MRI가 급여화된 후 평가해 보니, 초음파와 MRI 촬영 건수가 최초 예상했던 수준을 훌쩍 넘어서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의연은 “심지어 유효성도 검증이 안 된 첩약을 단순히 이용자가 원한다고 아무런 비용효과성 검증도 없이 급여화를 시키면,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는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국민들의 개선 요구도 드러났다. 실제로 국민들은 중국산 한약재에 대해 매우 강한 거부감과 불신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유통 한약재의 상당수는 중국산이다. 간혹 한약재의 원산지를 속이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있어 오히려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바의연은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한약재는 중금속이나 발암물질에 대한 기준이 약하기 때문에 설사 국내산 한약재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라며 “드물지만 첩약의 효과를 불법적으로 높이기 위해 첩약에 스테로이드, 당뇨약제, 진통제 등을 섞어 쓰는 한의원의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국민들은 첩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더욱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바의연은 보건복지부를 향해 “국민들이 소비자로서 원하는 것과 환자로서 원하는 것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잘못된 대책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바의연은 2020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작 당시 참여기관 수는 전체 한의원의 60%에 해당하는 8,713곳이었으나 2022년 3월 기준 시범사업 참여기관 수는 신청기관 대비 30% 이하로 줄어든 것을 지적하며 “낮은 수가와 복잡한 청구 절차, 원산지 표기 의무화 등으로 행정적 부담이 커 참여기관이 감소했다”라면서 “결국 첩약 급여화는 유효성과 안전성, 그리고 비용효과성을 따지기 이전에 첩약을 처방하는 일선 한의원들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국민들의 의도를 왜곡하면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는 국민 건강 증진의 효과도 없이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라며 “첩약이 의약품으로써의 지위를 합당하게 얻으려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체계적인 1상, 2상 시험과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만 비로소 첩약의 급여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보건복지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