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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보완’ 정부 발표… “사실상 전 국민 비대면 진료 허용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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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보완’ 정부 발표… “사실상 전 국민 비대면 진료 허용 방안”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12.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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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이라더니 타 질환·응급 상황도 비대면 진료 허용”
“의료취약지역 확대는 전국 비대면 진료 허용,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은 전 국민 비대면 진료 허용 대책”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에 대해 의료계가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이용을 조장하고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표퓰리즘 대책이라며 재차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의료접근성 제고’와 ‘안전성 강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6가지 세부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강화 방안으로 의학적 판단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지침에 명시한 것 외에는 대부분 원론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라며 “결국 이번 발표의 핵심은 의료접근성 제고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어디까지나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던 정부 입장과 달리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대면 진료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 의사에게는 동일 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게 하거나, 비대면 진료로는 제대로 진단이 불가능한 응급 상황에 대해서도 이를 허용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6개월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다니던 의료기관의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6개월 전 감기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동일한 의사에게 복통에 대해서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의연은 “이 과정에서 의사가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고 비대면 진료 가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직접 환자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존 대면 진료를 했던 질환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까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여부를 의사가 제대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결국 이번 조치는 사실상 초진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는 오진의 위험성 증가, 비대면 진료를 기피하는 의사와 요구하는 환자와의 갈등,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남용에 따른 의료비 상승과 비윤리적 의료행위 발생의 가능성 등 다양한 부작용 속출도 염려했다.

의료취약지역 확대 역시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을 비대면 진료 허용 지역으로 만드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바의연은 “기존 의료취약지는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하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도서 벽지였고, 이러한 지역에 대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추가한 응급의료 취약지역에는 사실상 지역 내에 대학병원이나 큰 종합병원이 없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응급의료 취약지역 중에는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기관까지의 거리 때문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된 것일 뿐, 실제로는 지역 내에 1, 2차 의료 인프라가 넘치는 곳이 상당하다”라며 “또한 응급의료는 비대면으로 수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비대면 진료의 예외적 허용 지역에 포함한 이유는 사실상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을 무제한 비대면 진료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무엇보다 대면 진료가 필수적인 응급 환자들도 비대면 진료를 받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점을 우려했다. 정부의 발표로 인해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취약 시간대의 수요를 고려해 휴일·야간 시간대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 기준을 현행 18세 미만 소아에서 전 연령으로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바의연은 사실상 전 국민 비대면 허용 대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잘라 말했다.

평일 낮에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힘든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결국은 평일 낮에 대면 진료가 가능한 환자들도 편의성 등을 이유로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의연은 “대한민국은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횟수가 6,113회로 OECD 평균 대비 3.4배에 달하고,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방문 횟수는 15.7회로 OECD 평균 대비 2.2배 수준”이라며 “이미 의료접근성은 과도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정부는 여기에서 의료접근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취약 계층, 소외 계층, 응급 환자, 벽오지 환자 등의 의료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나 국민은 없다”라며 “그런데 집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의료기관이 있는 절대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은 부작용만 양산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바의연은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대책 발표는 사실상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무제한 허용 방침을 천명한 것”이라며 “정부는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만 양산하게 될 비대면 진료 확대 계획을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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