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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심층기획] ① 의사들의 로망은 옛말, 임대료·월급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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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심층기획] ① 의사들의 로망은 옛말, 임대료·월급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의사들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11.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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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 환자는 줄어드는데 최저임금 계속 올라 ‘이중고’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대형 병원 문어발식 확장으로 의료체계 균열

“○○소아과 진료 안 하나요? 전화했더니 없는 전화번호라고 나오는데, 진짜 문 닫은 건가요?”
“□□여성병원에서 시험관 시술 중인데 폐업한대요. 어느 병원으로 옮겨야 할까요?”
“병원 사정이 어려워서 월급이 밀리고 있어요. 관둘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료를 받던 병원이 폐업했다거나 근무 중인 병원에서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해 고민 중인 의료인의 호소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환자 감소와 경영난 등으로 위기에 처한 병·의원이 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개원’이 의사들의 로망이던 때가 있었다. 개원만 하면 돈을 쓸어 담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원가가 호황을 누리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간 곳 없고, 이제는 임대료와 직원 월급 걱정에 폐업을 강행하는 병·의원이 늘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을까? 환자 감소와 경영난을 단순히 의사 개인의 능력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억울함이 있다. 의사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여파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의 경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발간한 ‘2020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의원급 표시과목별 요양급여비용 심사실적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2019년 8,073억 원에서 2020년 5,2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39% 감소했다. 이비인후과는 2019년 1조 4,204억 원에서 2020년 1조 1,492억 원으로 19.09% 줄었다.

이로 인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폐업으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의원급 의료기관 전공별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지난해 154개 의원이 문을 닫았다. 2019년 폐업 건수 98건과 비교할 때 56건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비인후과 역시 2019년 44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폐업 사례가 22건 늘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상승도 병·의원의 어려움에 한몫 보태고 있다. 특히, 2022년 최저임금이 올해 8,720원에서 5%가량 오른 9,160원으로 확정되면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게 됐다”라며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데 인건비만 높아진다면 결국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고 남은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떠안는 악순환이 이어지다가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의 또 다른 개원의는 “개원 초기부터 함께 일한 직원들을 관두게 하기도 미안하고, 이번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대출까지 받아 가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눈앞이 캄캄하다”면서 “인원 감축이든 폐업이든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대형 병원의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도 지역 병·의원이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1년 상반기 ‘의료기관 종별 총진료비 점유율’이 상급종합병원은 22.1%에서 23.7%로 1.6%P 증가했지만, 의원은 29.7%에서 24.7%로 5.0%P 감소, 병원 역시 12.5%에서 11.2%로 0.7%P 줄었다.

외래·입원 일수 등 의료이용량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의 증가율이 높았다. 지난 10년간 외래·입원 전체 일수 비중이 상급종합병원은 5.3%에서 6.5%로 상승했지만, 의원은 56.9%에서 49.1%로 감소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비중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또한, 같은 기간 중증 입원환자 진료가 중심이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비중이 4.1%에서 5.6%로 증가했지만, 외래환자 진료가 중심이어야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62.7%에서 56.8%로 하락해 의료이용의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질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큰 병원만을 선호하는 환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역 병·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 병원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로 인해 지역 병·의원이 몰락하고 있다”면서 “지역 병·의원의 몰락은 곧 의료체계의 붕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선호 현상이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는 아니지만,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상승 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 병·의원이 존폐 위기를 느끼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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