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문제 해결의 방식이 잘못됐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오히려 의료 시스템을 더욱 붕괴시킬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 수가 아닌 의료 시스템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인구당 의사 수의 단순 비교로 의대 증원을 논하는 것은 단세포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처럼 의료접근성과 의료 이용량, 의료의 질이 손에 꼽히는 수준이면서 최저의 수가를 유지하는 국가가 없어 OECD 평균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OECD 보건통계를 반영해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의사 배출과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2047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발표도 근거로 들었다.
바의연은 “지난 5년간 OECD 평균 의사 수 증가율은 8%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13%가 증가했다”라며 “대한민국은 의사 수 부족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 수 과잉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의료접근성과 의료 이용량을 유지한 채로 의사 수를 확대하게 되면 이는 곧 국민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며,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OECD 25개 회원국의 30여 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의연은 “의사 수의 증가가 국민 의료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라며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급격히 늘고 있는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 수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동결해 왔지만,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의사 수 증가율과 국민 의료비 증가율을 보였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수를 더 늘리면 이로 인한 의료 시장의 혼란과 폭증할 국민 의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의 근본 원인을 수가 체계, 의료 정책, 부적절한 인력 분배 등 현 의료 시스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의연은 “바이탈 의료 기피 현상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견뎌야 하고, 만에 하나 실수할 경우 소송에 휘말려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거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왜곡된 시스템이 그대로 방치된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무리하게 늘리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해 왔던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에서 현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다”라며 “과거 정부처럼 OECD 단순 수치만으로 의대 증원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