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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이 낮고, 안전성 등 준비되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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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이 낮고, 안전성 등 준비되지 않은 상황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6.02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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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과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내놔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잘못된 의료제도나 정책을 분석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가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과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분석 보고는 OECD 보고서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이하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로, 바의연은 이 보고서를 통해 대한민국은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이 낮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의연은 분석 보고의 서두에 “원격의료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가 얽혀있고, 현재까지도 안전성 및 유효성 그리고 비용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으나 여러 가지 한계점들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비교적 원격의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진 미국, 호주, 캐나다 및 일부 유럽 국가들도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지 않고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2020년 1월 공개된 OECD 원격의료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직전까지의 세계적인 원격의료 흐름과 문제점 등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최근까지의 원격의료 관련 연구들이 종합적으로 잘 정리된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국내 원격의료 정책의 성패 및 문제점 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 배경을 설명했다.

바의연은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발표된 OECD 원격의료 보고서조차도 대한민국은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이 낮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민국에 적합하고 올바른 의료체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의연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먼저, 국가별 원격의료 관련 정책 및 법률, 지불제도의 차이가 커 일부 국가들의 원격의료 성과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고 봤다. 실제로 스페인의 경우, 원격의료에 관한 국가 법률이나 정책을 지역사회 관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법률이나 정책은 없다. 호주, 캐나다, 독일 및 미국은 관련 규제 권한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했지만, 국가적인 법률이나 정책도 존재한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서는 원격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정책은 없지만, 광범위한 의료법에 따라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헝가리의 경우,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유형에 제한을 두고 최종 진단을 내리거나 중요한 치료 방법의 변화가 있을 때는 반드시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전자처방전은 허용되지 않으며, 처방은 대면 진료 이후에만 가능하다. 일본은 의료제공자와 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가 2018년부터 허용됐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초기 대면 진료 이후에만 가능하며, 원격 건강 관리가 적절하고 안전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이다. 미국의 조지아주와 텍사스주에서는 원격의료를 한 이후에 환자가 직접 대면 추적관찰 약속을 해야 한다.

원격의료 사용에 법적 제한을 두지 않는 국가들은 원격의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지불 및 상환 조건을 정해놓았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이드는 미국의 4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실시간 영상상담 형태의 원격의료 제공에 의료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원격모니터링은 20개 주에서만 허용하고, 저장 및 전달 서비스는 11개 주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메디케어는 대부분 농촌 지역의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는데, 실시간 영상을 통해서 제공되는 서비스만 허용하고, 저장 및 전달의 경우는 알래스카와 하와이에서 시범사업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또한, 31개 주에는 개인보험에 대한 원격의료 관련 법이 있어 개인보험이 있는 경우 원격의료 서비스는 대면 치료와 동등하게 상환된다. 26개 주에서는 직업 유형에 따라 원격의료 허용 범위가 다르기도 하다. 호주는 실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만이 MBS(Medicare Benefits Scheme)의 지원을 받는다.

바의연은 또, 원격의료는 다양한 방식과 분야가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 연구단계이거나 특정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양상을 보여 그 결과를 일반화시키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이는 원격의료가 비교적 활발한 OECD 국가들조차 원격의료가 전체 의료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의 원격진료는 대면 진료 비중의 0.1~0.2% 정도만을 차지한다. 2016년 미국 메디케어에서는 총예산 5880억 달러 중 원격의료 서비스에 2760만 달러만을 지출했다.

바의연은 “외국에서 성과를 보인 일부 연구 결과만을 토대로 마치 원격의료 자체가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제도적 준비나 국민 및 관련 전문가 집단과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전화진료라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의연은 원격의료가 비용 효과성이 우월할 것이라는 가설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릴 수 있으며, 의료공급자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덧붙여 보건의료 종사자의 피로도 증가와 노동시장 변화도 우려했다.

바의연은 “정부 차원의 올바른 의료정책, 지불제도 정비, 원격의료 관련 기술 표준화, 정보 보안 강화, 법률 제정 등의 조치가 없으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실패한다”면서 “원격의료 추진은 세계적인 흐름을 읽어 여러 분야에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고, 수시로 효과와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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