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9:17 (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대면 진료보다 우월하다는 근거 없어”
상태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대면 진료보다 우월하다는 근거 없어”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6.10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의연,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과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분석 결론 발표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분석 결론, “대한민국은 원격의료 시기상조”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가 OECD 보고서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이하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과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결론을 내놨다.

이번 분석 보고는 지난 2일과 4일, 8일에 이은 네 번째로, 이번 보고서에는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뤄지고, 원격의료 관련 자료와 결과들이 수시로 평가 및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원격의료 정착이 가능하다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 진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는 주장과 함께 국내 원격의료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먼저 바의연은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뤄지고, 원격의료 관련 자료와 결과들이 수시로 평가 및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원격의료 정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 참여한 국가 중 9개국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훈련과 자격 및 인증 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OECD의 보건의료 종사자 중 약 3분의 1은 데이터 분석 지식이 부족하고 역량의 한계로 인해 디지털 관련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됐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독일, 미국은 디지털 기술 관련 예비 서비스 교육 커리큘럼 및 지속적인 디지털 관련 개발 교육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도 원격의료 서비스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learning)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의연은 원격의료 정착 및 확산을 위해 수시 검증과 피드백 과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원격의료 분야가 Randomized Controlled Trial(RCT)과 같은 전통적인 의학적 검증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CT 결과는 높은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해당 결과를 일반화하려면 평가되는 대상의 표준화가 필요하고, 대상이 바뀌어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원격의료 서비스는 완전히 표준화할 수 없으므로 전통적인 방식의 RCT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격의료 추진에 꼭 필요한 디지털 교육 지원 계획과 유기적인 평가 및 피드백 시스템 구축과 같은 준비가 우리나라에 돼 있는지를 냉정히 평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국가의 원격의료 활성화 정도와 국가별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2020년 6월 4일 기준). 위는 원격의료가 국가적으로 제도화된 국가, 아래는 원격의료가 민간이나 지역별 시범사업 수준으로 이뤄지는 국가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원격의료의 범위가 넓은 국가이다. 따라서 오른쪽 상단에 자리할수록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로 볼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은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OECD 원격의료 보고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국가의 원격의료 활성화 정도와 국가별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2020년 6월 4일 기준). 위는 원격의료가 국가적으로 제도화된 국가, 아래는 원격의료가 민간이나 지역별 시범사업 수준으로 이뤄지는 국가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원격의료의 범위가 넓은 국가이다. 따라서 오른쪽 상단에 자리할수록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로 볼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은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또한, 바의연은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 진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봤다. 바의연은 “OECD 원격의료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1월은 코로나19가 중국 내에서만 확산 중이었고, 중국 인접 국가에서는 산발적으로만 환자가 발생하던 시기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내용을 지금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나 원격 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은 원격의료 서비스 및 원격진료 시행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일부 언론 및 관계자들은 2020년 1월에 발표된 이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원격의료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보고서는 원격의료의 장점만큼 위험성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원격의료 서비스로 대표되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고,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의연은 “오히려 현 상황을 보면, 원격의료 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며 “비교적 원격의료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미국, 중국,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이 한국, 대만, 일본 등 원격의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보다 코로나19 발생률 및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바의연은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은 원내 감염이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이 주 전파 경로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고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해 추가적인 전파를 막아야 하는데, 원격의료와 같은 비대면 의료는 진단이 지연돼 더 많은 환자와 접촉자를 양산하게 되고, 이는 감염병 확산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원격의료를 통한 감염병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잃지 않았다. 바의연은 “앞으로 원격의료가 감염병 치료나 예방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연구 결과 원격의료가 감염병 치료와 관리, 확산 방지 등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다면, 원격의료의 국내 도입 및 추진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확실한 효과 검증 없이 막연한 가설을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며 무리하게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정부가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못 박았다.

바의연은 보고서의 결론을 통해 “OECD 원격의료 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원격의료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 필요성도 낮아 장점보다는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원격의료 서비스가 안전하게 이뤄지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 원격의료가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세 가지(첫째, 원격의료는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분명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만 추진해야 하며, 환자와 지역사회의 요구 및 필요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둘째, 적절한 원격의료 이용을 장려해 모범 사례가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명확한 규정과 지침, 지속적인 자금 조달 및 지불 방안, 올바른 거버넌스 구축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학습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통한 평가 및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의료 모델에 대한 지원과 디지털 교육 지원 등을 통해서 원격의료의 이점을 여러 분야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를 언급하며 우리나라가 충족시킬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돌아보도록 했다.

바의연은 정부를 향해 “원격의료와 관련한 국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특히, 그 대상이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지를 판단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 결정이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으로 귀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