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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심층기획] ② ‘제때 교육 못 받을라’ 의사들 발 동동, 교육비 100만 원 해도 독점이라 대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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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심층기획] ② ‘제때 교육 못 받을라’ 의사들 발 동동, 교육비 100만 원 해도 독점이라 대안 없어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11.2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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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 들여 검체검사 질 가산 교육 받아도 가산율 4%는 하늘의 별 따기

유효기간 만료 잊고 가산료 청구했다 부당청구 삭감 ‘날벼락’, 유효기간 안내 절차라도 있어야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보수교육으로 수억 받아 가면서도 교육 일정·인원 제한투성이

비영상의학과 전문의 유방촬영용장치 품질관리 신규교육은 1년에 단 2회, 놓치면 개원도 미뤄야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검체검사 질 가산료를 신설했다. 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검체검사 분야 소정점수가 기존보다 낮게 책정돼 해당 진료과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검체검사 질 가산제도는 검체검사 질 관리를 위해 진단검사, 병리검사, 핵의학검사 등 3개 진료영역의 평가 및 인증 결과에 따라 요양기관별 검체검사 질 가산율을 산출해 책정하는 방식으로 최대 가산율은 4%다.

주목할 점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4%의 가산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병리검사와 핵의학검사 분야와 달리, 진단검사의 경우 상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은 상근 의사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시행하는 검체검사 질 가산 교육을 이수한 뒤 숙련도와 전문인력 영역의 합산 점수로 등급을 산출한다. 총 5개 등급으로 나뉘며 1등급을 획득해야만 4%, 5등급을 받으면 가산은 아예 없다.

이에 상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은 상근 의사가 5시간에 달하는 검체검사 질 가산 교육을 이수하고는 있지만, 4%의 가산율을 오롯이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역별 평가 기준이 검체검사를 시행하는 일반의원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단 검체검사 질 가산료를 받기로 마음먹었다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주최·주관하는 검체검사 질 가산수가 전문인력영역 신규교육을 받아야 한다. 5시간짜리 교육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10만 원, 직전년도 의협 회비 납부 회원은 5만 원이다. 이후에는 1년마다 대한의사협회 교육센터에서 2시간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전문인력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이수 등도 필요하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숙련도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위탁한 대한진단검사정도관리협회(구.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의 신빙도 조사사업에 참여해 숙련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최초 등록비는 30만 원, 기본 프로그램 참가비는 60만 원이며 프로그램을 추가할 경우 비용은 더 올라간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했으나 올해 사업 신청 기간을 놓쳐 뒤늦게 신청하거나 한 해 걸러 신청할 경우 재등록비도 50만 원에 달하며, 기본 프로그램 참가비 60만 원은 매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렇게 매년 수십만 원을 지출하고, 진료만 보기에도 벅찬 일정에 짬을 내서 공부해 가며 아등바등 해봐도 결과적으로 일반의원 대부분은 1~2%의 가산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체검사 질 가산제도의 폐해는 또 있다. 보수교육을 깜박한 채로 검체검사 질 가산율을 적용해 청구했다가 부당청구로 삭감당했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해당 교육의 유효기간은 교육일로부터 1년으로, 유효기간 내에만 검체검사 질 가산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정기적으로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깜박하면 부당청구 낙인이 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검체검사 수가 보전을 위해 신설된 제도인데도 평가 기준의 허들이 높다”라며 “이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1~2%의 가산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인 의사들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매년 수십만 원의 비용 착취로 사업 기관만 배 불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법정의무교육도 해당연도 내에만 이수하면 되는데 검체검사 질 가산 교육은 교육일로부터 1년이라는 유효기간을 정해두고 있다”라며 “교육 한두 달 늦게 받는다고 검체검사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사전 안내도 없이 부당청구 삭감 통보를 받게 되면 영세한 의원들은 타격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소한 유효기간 만료 전에 안내라도 해주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은 최근까지 독점 교육기관을 통해서만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질병관리청과 해당 교육기관의 결탁 의심을 받았다. 특히 기존에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선임 후 1회의 교육만 이수하면 됐으나 2021년 7월 개정·공포한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교육 및 교육기관 지정」 고시에 따라 2년마다 보수교육 의무가 생겼고, 의료계의 반발과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등을 통해 내년부터는 3년 주기 시행으로 최근 변경됐다.

그러나 2021년에 선임교육을 받은 이들은 2년 주기가 적용돼 이미 올해 중순부터 보수교육 대상자들이 대폭 증가했다. 의사들이 분개한 것은 의무 교육 미이수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상황인데도 질병관리청은 한국방사선의학재단과 대한영상치의학회 단 두 곳만 교육기관으로 지정·운영해 보수교육 대상자들을 애타게 한 데서다. 대한영상치의학회는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제로 의사들을 위한 교육기관은 한국방사선의학재단이 유일한 셈이다.

2021년 기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총 4만 1,260개소로 앞으로 대략 4만여 명이 3년마다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일한 교육기관인 한국방사선의학재단은 선임교육 3만 5,000원, 보수교육은 2만 원의 교육 참가비를 받고 있다. 보수교육에 따른 참가비 수입만 해도 어림잡아 8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한국방사선의학재단에 3년마다 2만 원의 교육비를 내고 교육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교육일과 교육 인원에도 제한이 있어 의사들에게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주고 있다”라며 “무조건 교육기관의 스케줄에 따를 수밖에 없어 휴일 교육 정원이 마감되면 평일에 휴진하고 교육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때 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가 나오는 법정의무교육인데도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고 독점 운영해 해당 교육기관은 막대한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며 “폭주하는 민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육기관은 교육 일정이나 정원, 교육 참가비 등을 고수하며 갑질 태도를 보여 분하다”라고 말했다.

비영상의학과 전문의 유방촬영용장치 품질관리 교육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2019년부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23시간의 교육과 2시간의 평가를 통과하면 3년간 유방촬영용 장치의 운용 인력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또 3년마다 재교육과 시험을 통해 자격 인정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교육 역시 대한영상의학회가 독점하고 있으며, 신규교육은 1년에 상·하반기 단 두 차례, 보수교육은 연간 4차례 진행한다. 신규교육 등록비는 70만 원, 보수교육은 26만 원 수준이다. 유효기간 내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운용 인력 자격이 상실돼 다시 23시간의 신규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신규교육이 1년에 2회에 불과해 맘모그래피 장비를 들여놓고도 교육이 열릴 때까지 손 놓고 있는 회원들이 있지만, 독점 교육기관에서는 아쉬울 게 없으니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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