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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의료단체 “최선 다해도 결과 나쁘면 의사 탓, 응급의료 붕괴 가속”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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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의료단체 “최선 다해도 결과 나쁘면 의사 탓, 응급의료 붕괴 가속” 한목소리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07.0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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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통해 응급·필수의료 안정화 대책 마련 촉구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가 3일 의협 4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 앞서 안타까운 사건에 애도를 표한 뒤 “세계에서도 우수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응급실 수용 곤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응급실 부족 문제로 구급차가 길에서 떠돌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고 있다”라며 “정부에서도 응급의료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여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의료현장과는 동떨어진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은 아직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어 본론으로 들어가 응급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적법한 전원 조치를 했는데도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데 대해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그 원인을 개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대처 탓으로 돌리는 행태에 대해 강한 비판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 단체는 이와 같은 문제 발생의 주된 이유를 ‘응급실 과밀화’ 때문으로 봤다. 중증 환자를 담당하고 치료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걸어 들어오는 경증 환자로 넘쳐나고 정작 응급의료나 처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의 이송이 중요한데 이러한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고, 지역 응급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 여건상 응급환자에게 배후 진료나 최종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례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응급환자에게 신속히 제공돼야 할 최선의 진료가 방해되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됐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한 명의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시스템의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적절하고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또한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 이후 응급의료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4개 의료단체는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법적책임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면서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해 책임소재 추궁, 피의자 조사,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면 의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필수의료체계를 다시 세우고 응급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소신껏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마땅한 책무이자 국민의 요구”라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이들 단체는 구체적으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한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 해소,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마련,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 개선,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관련 정책 수립 시 의료현장 의견 수렴,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다 함께 힘을 모아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개선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아울러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에서도 응급의료의 특성과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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