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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CT 사진 놓고 중풍약 처방… 국시원 한의사 시험, 이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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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CT 사진 놓고 중풍약 처방… 국시원 한의사 시험, 이래도 돼?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2.11.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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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방특위 ‘국시원의 무책임한 한의사 국가시험 관리 규탄’ 기자회견
ⓒ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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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한의사 국가시험이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양산하는 시험대로 전락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규탄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과 관계 당국에 책임감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의협 한방특위)는 17일 오후 2시,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국시원의 무책임한 한의사 국가시험 관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협 한방특위는 지난 8월 발표된 국시원의 ‘직무기반 한의사 국가시험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 중 일부를 공개했다. 한의사 국가시험 출제범위에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등 의료기기 영상 분석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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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의 예시 문항으로 제시된 ‘사상체질의학의 질병(KCD) 진단 및 치료하기’는 구토와 극심한 두통으로 내원한 80세 남자의 뇌 CT 촬영 사진과 심전도 검사 결과를 보여준 뒤 ①파두여의단 ②감수천일환 ③청폐사간탕 ④팔물군자탕 ⑤오가피장척탕 중 맞는 처방을 고르도록 했다. 이 문항의 정답은 한방에서 중풍에 사용한다는 ‘청폐사간탕’이다.

그러나 이 문항에서 예시로 보여준 뇌 CT 사진은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을 앓고 있는 60세 여성의 것으로, 호주 로열멜번병원(Royal Melbourne Hospital) 영상의학과 프랭크 게일라드(Frank Gaillard) 교수가 ‘Radiopaedia’에 올린 사진으로 추정된다.

의협 한방특위는 “예후가 극히 불량한 고등급 교종의 치료는 사망 위험이 높아 외과적 전적출술, 전뇌 방사선치료 그리고 항암제 복용이 필요한데도, 한의사 시험문제의 답안은 단지 청폐사간탕이라는 한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사 국시 예시 문항으로 뇌종양을 중풍(뇌졸중)으로 잘못 진단하고, 다른 환자 사례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환자의 나이와 증상도 작위적으로 만드는 등 엉터리 연구에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다”라며 “중풍으로 오인한 출제여도 문제고, 악성 뇌종양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하라는 출제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해당 연구용역을 발주한 국시원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라며 “이러한 연구에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이 마련돼야 하고 엉터리 연구 진행 및 결과에 대해 국시원의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한방특위가 국시원이 한의사의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고 보는 근거는 또 있다. 최근 5년간 시행된 한의사 국가시험 필기 문제를 분석한 결과, 진단검사, 영상의학 관련 검사 등 한의사가 사용하면 불법인 의과 진단기기를 인용한 문제가 2018년 34문항에서 2022년 73문항으로 급증한 것.

의협 한방특위는 “심지어 문제 내용과 상관없는 검사 결과까지도 언급하면서 의과 진단기기 사용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2020년도 이후에는 신종플루 검사, 알레르기 피부검사 등도 인용하고 있다”라며 “의과 관련 문제 중 대부분은 단순히 의과 진단명을 선택하는 항목으로 의과 질환과 관련된 한방진단명(병증)을 묻는 문제는 거의 없었으며, 이는 해당 질환이 한방 의료에 해당하는 질환이나 치료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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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방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위험한 재생불량성빈혈이나 림프종 등에 대한 한방처방을 묻는 문제, 현대의학의 응급조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한방치료를 선택하는 문제가 출제된 것에 대해 “국가가 관리하는 한의사 시험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의협 한방특위는 “한의사 국가시험은 한의사 면허 부여를 위한 것으로 한방 분야의 지식을 측정해서 수험자가 한의사 면허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라며 “한정된 교육과정 내에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과 영역에 대한 출제와 교육이 늘어나면 한의학에 대한 교육은 부실해지고, 결국 한의학에 대한 전문성조차 부족한 한의사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국시원이 설립 취지에 맞게 우수한 한의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한의사 국가시험을 의사 국가시험과 명확하게 구별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이원성에 따라 제대로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에 따라 국시원이 한의사 국가시험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 위법 또는 부당한 사실 적발 시 국시원에 시정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그간 출제된 한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의료계 등 관계 전문가들과 전수조사를 거쳐 면밀히 분석해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차단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조속히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사 국가시험과 같이 한의사 국가시험도 시험과목과 출제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협 한방특위는 “내년 초에 시행될 국가고시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며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며 “국가시험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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