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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한다면… ‘성분명 처방’ 아닌 ‘국민선택분업’과 ‘제네릭 약가 인하’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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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한다면… ‘성분명 처방’ 아닌 ‘국민선택분업’과 ‘제네릭 약가 인하’ 우선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2.11.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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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동의 식약처장 발언에 논란 재점화
병의협, 성분명 처방 제도 문제점 분석… 대안 제시 눈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최근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성분명 처방 정책에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성분명 처방 제도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가 국민선택분업 시행과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병의협은 최근 ‘성분명 처방 제도의 문제점 분석’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성분명 처방 제도 관련 의학적, 법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성분명 처방 제도의 의학적 문제에 대해 병의협은 “만약 하나의 성분명 당 약이 한 가지밖에 없거나, 한 성분명에 해당하는 모든 약제의 제조과정과 효과가 과학적으로 동일하다면 의학적인 관점에서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병의협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에서는 80~125%의 허용 범위를 두기 때문에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제네릭 약제라도 오리지널 약제와 비교했을 때 100% 같다고 할 수 없다. 또, 생동성 시험 통과 제네릭 약물 사이에도 최대 45% 정도의 약물 농도 차이를 보일 수 있어 제네릭 약물끼리만 비교하면 생동성 시험 통과 약물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시판 중인 동일 성분명의 제네릭 약제 중에는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고 실험실에서 실험적으로 농도를 측정하는 비교용출 실험만을 통해서 의약품 동등성을 획득한 경우도 많다. 병의협은 “비교용출 실험만 통과한 약제들은 오리지널 약과 비교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같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06년 발생한 생동성 시험 자료 조작 사건 등도 국내 생동성 시험이나 비교용출 실험 결과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에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의사는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고 생동성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약이 환자에게 처방돼도 손쓸 방법이 없다”라며 “심지어 의사가 믿고 처방하던 제네릭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이 약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타 제네릭 약이 처방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 “의사들은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행한 의료 행위가 외부 요인에 의해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 후 약화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의사는 오리지널 약을 환자에게 처방할 생각으로 성분명 처방을 했는데, 약국에서 비교용출 실험으로 의약품 동등성을 획득한 약을 조제해 준 이후 약화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거냐는 거다.

병의협은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약사는 자유로운 대체조제 행태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의사도 약 선택 과정이나 약물 부작용 설명과 관련해 과실이 없었다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약화사고의 피해자는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국민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을 통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서구 선진국이 비해 국내 오리지널 약 대비 제네릭 약가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미국의 싱크탱크 기관 중 하나인 RAND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처방의약품 가격 비교’에 따르면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5배나 가격이 낮았으나 제네릭은 분류 기준에 따라 2~3배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협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제네릭 약가를 더 인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성분명 처방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의사들은 오리지널과 제네릭 중 어떤 약이 환자에게 투여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게 되고, 이는 결국 한 성분명 당 하나의 약밖에 없는 특허 및 독점권이 풀리지 않은 오리지널 약 처방 선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러한 약들은 비교적 높은 약가를 유지해 의사들이 특허 및 독점권이 풀리지 않은 오리지널 약을 집중적으로 처방하게 되면, 정부의 약제비 절감 목표는 오히려 더욱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병의협은 “결국 성분명 처방 제도는 약사 직능에는 커다란 경제적 이득이 발생하지만, 정부나 국민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 시 정치적 문제점도 들었다. 2000년 의약분업 제도 추진 당시 이에 반발하던 의료계가 의약정 합의안을 수용하면서 이를 지켜왔는데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의약정 합의안에 담았던 대체조제와 임의조제 근절 약속을 파기하는 셈이라는 것.

병의협은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으로 대체조제와 임의조제가 사실상 허용된다면, 이는 결국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맺었던 의약정 합의를 정부와 약사회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라며 “의약정 합의가 파기된다면 의료계는 더 이상 현재의 의약분업 제도를 따를 이유가 없으므로 성분명 처방 저지 투쟁과는 별도로 의료기관별 원내 조제를 하면서 국민이 조제 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선택분업을 추진하는 투쟁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와 약사회의 일방적인 합의안 파기에 맞서는 의료계의 투쟁도 예고했다.

이에 병의협은 “국민의 약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국민이 잘 알지도 못하는 약제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 아니라 약을 어디서 조제 받을지를 선택하는 조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며 “국민의 약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선택분업을 추진하고,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제네릭 약의 품질 표준화 및 제약회사별 경쟁을 통한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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