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최근 논란인 진료보조인력 관련 공론화에 나서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가 공개 저격으로 맞섰다.
병의협은 9일 성명을 통해 병협 측에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진료보조인력의 합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병의협은 “전공의 혹사 및 질 낮은 수련 환경, 연구와 교육에 시간 투자할 여력 없이 진료에만 매달리는 교수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포함한 전체 의료 인력의 과도한 업무량,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불법임을 알면서도 운영되어 온 PA 의료행위 등 지금까지 대한민국 병원에서 생겨났던 각종 의료 왜곡 현상의 주 책임은 당연히 잘못된 의료제도를 만들고 운영해온 정부에 있겠지만, 정부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채 편법과 불법으로 잘못된 의료제도를 유지시킨 병원계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년 전 전공의 특별법 제정을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집단이 병협이었고, 정부가 각종 포퓰리즘 의료 정책과 규제 강화 악법을 추진할 때 의료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한 집단도 병협이었다”면서 “지금까지 병협은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의료 왜곡을 심화시키는 주범의 역할만을 해왔다. 병협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는 최근 불법 PA 의료행위 문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병의협은 “병의협의 불법 PA 의료행위 검찰 고발을 시작으로 수사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병원계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불법 행위를 사죄하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커녕 병협은 자신들의 불법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진료보조인력 실태 및 제도화 방안 연구’와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에 대한 연구자 공모를 들었다. 병의협은 이 연구가 PA 합법화의 명분으로 이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병의협은 “병협은 진료보조인력 실태 및 제도화 방안 연구에 1년간 1억 5000만 원 규모의 연구비를 책정해 국내 진료보조인력 관련 정책동향 조사, 실태조사, 필요 업무 조사, 국외 사례, 제도화 관련 방안 등을 연구에 포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며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에는 7개월간 5000만 원 규모의 연구비를 책정했는데, 이 연구는 의대 정원 확충과 PA 합법화의 보조적인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로 보인다”고 밝힌 뒤 “두 연구에 약 2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볼 때, 병협은 PA 합법화와 저렴한 의사 인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PA 의료행위는 의료 왜곡 현상을 심화시키고, 대리수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이에 PA 제도를 일부 운용하고 있는 외국도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반드시 의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외국의 경우,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에 적정한 업무량과 인건비가 보장되어 있어, 현재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인건비로 의사 업무를 대체할 목적으로 PA를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차이점을 지적한 뒤 “현격한 수가 차이와 판이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외국에서 PA가 운용되고 있으니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정책 실패는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와 병협은 PA 합법화를 논하기 전에 먼저 의료 정상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병의협은 2013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의사인력 공급의 적정수준’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2026년 사이에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의대 정원을 늘리면 2025년부터는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의사인력 부족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결과와 달리 병원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저수가로 인해 병원들이 의사 인력을 추가 채용할 여력이 없고, 여력이 있어도 병원에서 더욱 인건비가 저렴한 PA 채용을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단일공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적정 수가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외시한 채로, 포퓰리즘 정책 추진에 재원을 낭비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전문의 양성 정책을 운영해 의사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가져온 정부의 정책 실패가 현재의 문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근본적인 의료 정책 변화나 의료 시스템의 개혁 없이 추진되는 모든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고, 오히려 또 다른 문제만 파생시킬 우려가 높다”면서 “병협은 미봉책에 불과한 PA 합법화 시도를 중단하고, 병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협에서 PA 합법화 시도를 지속한다면, 축적된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불법 PA 의료행위 고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뒤 “병협이 발주한 PA 제도화 연구가 진행되면 연구 내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