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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지원 필요성은 공감하나, ‘한방난임치료’는 과학적 근거는커녕 안전성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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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지원 필요성은 공감하나, ‘한방난임치료’는 과학적 근거는커녕 안전성 문제 심각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4.01.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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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방난임치료지원법 반대 기자회견’… 한방난임치료 문제점 진단, 국민 건강 위험성 경고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일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 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는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최영식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 대한의사협회

이 자리에서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속적으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한방난임치료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라며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에 초래할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방난임치료의 성과 지표가 자연 임신율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발표가 있었다”라며 “그런데도 한방난임치료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법이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됐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초저출생 시대를 맞아 난임 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대폭 확대돼야 하는 것에는 의협도 공감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치료 효과가 확실하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한방난임치료를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국회는 본회의를 통과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엄격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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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 대한의사협회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과학적인 안전성·효과성 입증 없는 한방난임치료 지원 확대에 유감을 표하며 “아무리 한방영역이 과학적 연구가 불가능한 영역을 포함한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해도 국가적 시책을 시행하기 위한 연구목적상 수행된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유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한방난임치료에 혈세를 투입해 지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따라 2019년 한방 난임 임상 연구를 공모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출된 결과에 따르면, 100명의 원인불명 난임 여성 중 13%만이 임신에 성공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이미 지자체별로 100억에 가까운 세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으로 한방 측에서는 벌써부터 무차별적으로 한방치료가 난임 극복에 효과가 있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라며 “정확한 실상을 모르는 국민들의 요구로 인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으로 실효성 확인이 불가능한 사업에 과연 얼마나 많은 혈세를 투입해야 할지 추측조차 불가능하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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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 ⓒ 대한의사협회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 역시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그동안 한방난임치료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음에도 한방난임치료 지원을 명시한 모자보건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우려를 감출 수 없다”라며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가 검증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교웅 위원장은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대조군 임상시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한의대 교수들도 논문에서 인정하고 있다”라며 “최근 발표된 대만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엄밀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이 없어서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는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밝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여러 한약재가 동물실험에서 유산이나 기형을 일으키는 독성을 나타냈다는 국내외 연구가 있다”라며 “한방 난임 관련 연구나 지원사업에서 매우 높은 유산율이 나타났다는 점도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책임 있는 자세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엄격히 규명해달라”라며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사업의 데이터를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제공해 주면 한약의 안전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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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최영식 교수 ⓒ 대한의사협회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최영식 교수는 ‘한방난임치료지원법 국회 통과에 대한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위원회 성명’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지원법’ 국회 통과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모체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안정성을 무시한 판단”이라며 해당 법률안 통과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동국대일산한방병원 김동일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 관련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조군(control group)을 생략한 채 연구를 진행해 과학적으로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조차도 설정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팀의 연구에 대한 저널의 검토(peer review) 의뢰를 받은 영국의 의료통계학자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은 해당 한방난임치료 연구에 대해 “과학이 아니고, 임상 연구가 아니며, 터무니없다”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주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원인불명의 난임으로 진단된 20~44세의 대상 여성 100명에서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율은 14.4%, 그중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78%였다.

최영식 교수는 “이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부부에서 같은 기간 기대할 수 있는 자연 임신율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라며 “게다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2%가 유산했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임신 후의 유산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결과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추가적으로 현재까지 발표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결과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하고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상당히 높은 유산율을 알 수 있다”라며 “심지어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조차도 수집하지 않은 보고가 대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영식 교수는 또 “이미 여러 원료를 포함하는 한방제제의 특성상 모체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료가 포함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고, 각종 원료에 대한 중금속이나 유해물질 관리 기준이 부족해 한방제제가 오히려 모체와 태아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한방치료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규명해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이후 비용·편익을 분석해 그 효용에 따라 적절한 치료 적응증을 명시하는 작업을 통해 난임부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만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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