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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 연속 근무에 법정휴가조차 못 쓰는 봉직의… 노동 인권 침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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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 연속 근무에 법정휴가조차 못 쓰는 봉직의… 노동 인권 침해 심각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2.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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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사각지대에 놓인 봉직의 권리 사수 위해 ‘의사노조’ 설립 시급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1년 미만 근무한 근로자도 최대 11일까지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봉직의들은 법으로 정한 기본적인 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노동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가 4일 발표한 ‘대한민국 봉직의사 근무 환경의 현실과 문제점’에 따르면 대한민국 봉직의들은 1년에 9일을 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의협은 봉직의를 대표하는 단체로, 봉직의사들의 근무 환경을 파악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올바른 봉직의 근무 환경 확립을 위한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병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구글독스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조사에는 총 803명의 회원이 응답했으며, 이번 발표는 지난달 28일에 이은 두 번째 분석결과이다.

설문조사 분석결과, 봉직의들은 1년에 9일에 못 미치는 휴가 일수(8.90)를 보장받고 있었다. 이 같은 휴가 일수는 과나 의료기관 규모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봉직의들이 생각하는 적정 휴가 일수는 17일가량(16.85)으로 실제 사용하는 휴가 일수와는 약 8일(7.95)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360명(44.8%)이 그렇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근로기준법상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80% 이상을 출근했다면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1년 미만 근무한 근로자도 최대 11일까지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봉직의의 대부분은 법정휴가 일수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노동 인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법에서 규정하는 연차휴가 일수 보장을 강제하는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를 제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봉직의 야간 당직 업무 실태 조사도 이뤄졌다. 그 결과, 응답자의 27.78%가 정규 근무와 별개로 야간 당직을 하고 있었다. 평균적인 야간 당직 횟수는 1주에 1.43일이었고, 야간 당직 포함 최장 연속 근무시간은 평균 34.08시간(내과계열 31.08, 외과계열 40)이었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야간 당직 봉직의의 71.68%가 야간 당직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70.67%는 야간 당직 다음 날 정규 근무에 지장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다.

또, 봉직의 응답자 중 60.94%는 야간 당직비가 노동에 비해 적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아예 야간 당직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16.31%나 됐다.

병의협은 “일반적으로 시간외수당은 통상 임금에 50%를 추가로 지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대로 수당을 받는 봉직의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야간 당직을 하고도 아예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당보다 더 큰 문제는 봉직의들이 야간 당직 후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보건업은 근로시간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특례업종이지만 특례업종 종사자라도 근무일과 근무일 간 11시간의 연속 휴식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정규 근무와 야간 당직 근무를 다 마치고 나면 다음 근무까지 최소 11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분석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봉직의들의 최장 연속 근무시간 평균은 34시간이 넘었다.

병의협은 “24시간 연속 근무 후 휴식 시간을 주지 않고 다음 날의 정규 근무를 다 소화하고 나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한 과로이며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의사의 과로는 의사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집중력 저하에 따른 의료 사고의 위험이 있어 반드시 개선돼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봉직의들이 당직 근무에 합당한 수당을 받고, 본인의 건강과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적정한 휴식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 및 근로기준법 미준수 의료기관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주도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자체 조직으로 의사노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병의협은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노동조합의 조직화와 공식 출범을 위한 협력과 지원을 선언한 바 있다. 의사노조는 봉직의뿐만 아니라 개원의, 전공의, 교수 등 의사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의사노조 가입 신청 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홈페이지(https://bit.ly/37txcHI)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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