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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도 한방난임치료 효과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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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도 한방난임치료 효과로 둔갑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8.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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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서울시 한방난임사업 결과 분석 자료 발표
부부 동시 한방난임치료, 임신성공률 향상에 효과 없어

서울시가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을 한방치료의 성과로 둔갑시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확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그 근거로 2019년도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바의연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8년 금천구, 노원구, 성동구, 은평구 등 4개 자치구에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이하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바의연이 분석한 임신 성공률은 4.9%에 그쳤다. 이 같은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2019년 12개 자치구로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서울시는 2019년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 경감 및 출산율 증가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44세 이하의 난임 여성과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약, 침, 상담 등 한의약 난임치료를 지원했다. 부부 모두 난임 요인이 있는 경우 부부공동치료를 시행하고, 부부 중 한 명만 난임 요인이 있는 경우에도 공동치료를 권고하나 배우자 치료 불가 시 난임 요인자만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4개월의 집중치료(남성은 2개월) 기간에는 한약 복용과 2주 간격의 침구 치료를 시행했고, 이후 2개월은 침구 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관찰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전 사업과 달리 2개월간의 한방치료 후 본인 의사에 따라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임신 성공 시 치료를 종결하고, 임신에 성공하지 못할 시 2개월 집중치료 및 2개월 경과관찰치료라는 나머지 한방치료를 이어서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2019년도 서울시 12개 자치구의 한방난임사업 결과. ⓒ 바른의료연구소
2019년도 서울시 12개 자치구의 한방난임사업 결과. ⓒ 바른의료연구소

서울시 12개 자치구에서 총 421명이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했으며, 이 중 27명이 중도에 탈락했다. 최초 대상 421명 중 221명이 여성, 200명은 남성이었다. 부부는 199쌍이었고, 여성 단독은 22명, 남성 단독은 1명이었다. 부부를 1명으로 환산한 치료단위 수는 222명이었다. 여성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36.9세(±3.89세)이며,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9.5%, 인공수정 및 체외수정 경험률은 각각 51%와 52%이었다.

사업 시행 결과, 총 임신성공자는 55명이었다. 이 중 한방치료 임신성공자는 26명,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성공자는 29명이었다. 222명의 치료단위 수를 분모로 구한 총 임신성공률은 24.4%, 한방치료 임신성공률은 12.0%, 보조생식술 임신성공률은 12.5%이었다.

문제는 서울시가 한방치료 후 보조생식술로 임신한 경우도 한방난임치료에 의한 임신 성공으로 분류한 점이다. 바의연은 “지금까지 2개월 선행 한방치료가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며 “따라서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은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남구의 경우, 한방난임치료 임신성공율을 ‘사업 참여 동안 시험관아기시술을 받지 않는 기간 중 한약치료 및 침치료를 받은 대상자가 임신했을 경우 성공’으로 정의하고,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성공자 1명을 임신성공률 계산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사업 결과 보고서에는 보조생식술로 임신한 대상자들을 모두 한방치료의 효과에 포함시켜 임신성공률을 12.0%에서 30.3%로 대폭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바의연은 “관악구의 경우, 17명의 여성 중 7명이 임신에 성공했는데,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이 6명인 반면, 한방치료 임신은 단 1명”이라며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더 많이 시행한 자치구일수록 임신성공률이 높게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한방난임사업은 순수한 한방난임사업인지 의학적 보조생식술 사업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서울시의 한방난임사업 실패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로 한방난임사업 관련 전국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2017년과 2018년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임신성공률은 각각 10.5%와 11.8%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으로 2015년부터 4년간 수행된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에서는 100명 중 13명이 임신해 13.0%의 임신성공율을 보였다. 이 사업의 대상자는 대부분 난임여성이었다.

이에 대해 바의연은 “서울시는 전체 대상 중 여성 단독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부부”라며 “그렇다면 대상자가 여성 단독일 때보다도 임신성공률이 훨씬 높아야 하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같은 결과는 부부 동시 치료가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부부가 함께 한방치료를 받아도 치료 효과가 전혀 향상되지 않는 것을 입증한다”며 “그런데도 서울시는 2020년도 사업에 여전히 난임부부를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의연은 한방치료를 통한 남성 난임 치유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K구의 경우, 부부 모두 난임 요인 10쌍, 여성 난임과 배우자 2쌍, 남성 난임과 배우자 5쌍이 참여했다. 바의연은 “여성은 정상인데 남성이 난임 요인인 대상자가 5쌍이나 참여한 것”이라며 “그러나 한방치료로 남성 난임을 치유해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M구에서는 난임 요인이 있는 남편만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하던 중 아내가 난임시술로 임신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구는 “보조생식술과 한의약 난임치료를 같은 기간에 병행해 어떤 치료에 의한 임신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 임신을 한방난임치료에 의한 임신성공에 포함시켰다.

이에 바의연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으로 시행된 한방난임 임상연구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없음이 입증됐다”며 “부부 동시 한방치료와 선행 한방치료 후 의학적 보조생식술 시술이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을 근거로 효과도 없는 사업에 2019년에만 무려 5억 5000만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것도 모자라 2020년에는 25개 전 자치구로 사업을 확대했다”며 “한방난임치료를 받을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효과가 입증된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난임 극복을 돕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번 결과 분석을 위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에 자치구 보건소의 인력과 조직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효과 없는 사업에 인력을 낭비하느라 보건소 본연의 업무인 코로나19 등 감염병 방역에 소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보건소가 선거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의 산하 조직이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향후 보건소는 신설 예정인 질병관리청 산하에 두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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