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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코로나19 위기 틈탄 원격의료, 공공의대 날치기 추진 용납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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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코로나19 위기 틈탄 원격의료, 공공의대 날치기 추진 용납 안 해”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5.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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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보건의료 위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한 졸속 정책
박근혜 정부 당시 반대한 민주당, 입장 뒤집은 이유부터 해명해야
필수의료 살리기 외면하면서 의대 만든다고 공공의료 강화될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위기를 틈탄 원격의료, 공공의대 날치기 추진은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준비한다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19’ 담론을 내세워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 온 원격의료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서 비대면 산업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원격의료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고용 창출과 더불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졸속 정책 추진”이라며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사상 초유의 보건의료 위기의 정략적 악용’으로 규정하고 결사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정부가 ‘비대면 산업육성’을 내세워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추진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로서의 그 한계가 명확해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는 의료계의 반대입장에 전적으로 힘을 보탰다.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정책은 추진돼서는 안 되는 정책”, “5분 거리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맞지 않는 제도”, “원격진료는 일부 재벌기업에만 이익을 주고 국민 의료비 상승과 안전하지 못한 의료가 될 것” 등이 당시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실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2014년과 지금, 정권이 바뀐 것 외에 원격의료의 수많은 문제점 가운데 단 하나라도 해결되거나 바뀐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격의료는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정책에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상표 하나를 덧붙여 국민의 이목을 속이려 하고 있다”면서 “당사자인 의료계를 ‘패싱’하고 기재부와 산업계를 내세워 ‘산업육성’, ‘고용 창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대해서도 의협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전방인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입원 병상까지 민간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은 곳이 없다. 거기에 민간의료기관들이 기꺼이 병상을 내놓고 환자 보호를 위한 폐쇄조치와 손실을 감내해 냈다”고 전한 뒤 “후방에서는 구분하기 힘든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민간 의사들이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비(非) 코로나19 환자들의 건강을 지켜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속 민간 의사들의 활약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의사가 많고, 국가가 공공의료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수많은 나라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맥없이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세계가 인정하는 ‘K-방역’이 결국은 민간 의료의 높은 역량이 공공성으로 발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협은 “대문만 열고 나가면 원하는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필요하면 당일에 검사와 치료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높은 의료접근성, 그리고 의사와 의료기관을 단일 공보험 속에 가둬놓고도 정작 알아서 생존하라는 식의 이중적이고 무책임한 무한경쟁 속에서 극대화된 진료역량, ‘기득권’,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비난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서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앞으로 나서는 의사들의 우직함이 바로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강점”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이러한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협은 주장했다. 의협은 “공공의대를 졸업한 인력을 반강제로 공공병원에 근무시키는 것으로 보건의료 위기를 극복해내겠다는 것은 착각이며 허구적 상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뒤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부족, 그리고 낮은 처우로 우수한 인재들이 공공부문에 종사하기를 꺼리며 관료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근시안적 계획으로 인해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쓴소리와 더불어 해결책도 제시했다. 먼저, 공공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만이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각 분야의 민간 의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일은 그 자체로 공익에 기여하는 성격을 가지며, 그 행위가 어디에서 행해지느냐로 공공성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감염병 위기 때마다 지적되는 감염병 전문가 부족 문제를 일례로 들었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평소 타 의사들의 의뢰를 받아 환자의 감염 관련 협진을 수행하고 의료기관 감염관리를 총괄하는 고도의 의학적 자문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여에 대한 현 의료제도의 보상체계는 지극히 인색해, 감염내과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과목이 되며 병원은 충분한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고 그 결과, 소수가 과도한 업무부담을 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외상이나 중환자 치료, 분만, 흉부외과 분야의 의사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이유와도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이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정상화 없이는 아무리 별도의 의대를 만든다고 해도 공공의료는 확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아니라 공공성을 갖는, 생명 유지와 사회 안전에 필수적인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존중이야말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정치권의 행태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정치권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마다 소속 지역에 공공의대를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지역구 선거공약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원격의료와 마찬가지로 정책이 미칠 영향이나 그 실효성에 대한 고민 없이 보건의료정책을 악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고, 전문가들은 ‘세컨드 웨이브’가 시작됐다며 경고하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19’를 논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의협은 “게다가 보건의료의 위기에서 배우고 내놓은 결론이 고작 ‘산업육성’과 ‘산술적인 인력증원’이라니 절망스럽다”며 “대한의사협회는 현재진행형의 코로나19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국민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의료계의 총의를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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