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가 10일 ‘대통령 지시 항명 복지부차관 박민수 차관 경질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 소아의료 인프라에 대한 정부 및 정당의 입장 온도차를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정원 208명 중 정원의 15.9%인 33명만이 지원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우선적 책무 가운데서도 최우선 책무이다”,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 정책 잘못이다”, “건강보험이 부족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꿔야 한다”, “관련 부처는 필요한 어떤 재원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 “(간담회에 참석한 레지던트 4년차 전공의에게) 소아과 선택하길 잘했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정부가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의 지시 상황과는 전혀 동떨어진 전시성 정책만 연이어 내놓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행보에 실망한 소청과의사회가 3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자 보건복지부는 “열심히 대책 내놓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국민 여론이 들끓자 국정을 책임진 여당인 국민의힘이 6월 5일 문제 해결을 위해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까지 참여한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라며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실무자를 비롯해 소아청소년과 의료현장에 있는 위원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해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해도 아이가 생명을 잃는 등 결과가 나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분명하게 지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 짚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6월 초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만남을 요청해왔고, 박민수 차관은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겠냐고 물으며 제가 말한 내용들을 수첩에 일일이 적고 국장·과장에게 지시하면서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 충분히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라며 “그러다 지난 주에 태스크포스에 보고할 소청과 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해서 만났더니 놀랍게도 그동안 논의됐던 사안이 단 하나도 반영 안 된, 현장에서 작동하지도 않을 전시성 정책만 들고나왔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다음날 열린 국민의힘 TF에서 여당 의원인 김미애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향해 “여러 차례 차관에게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얘기했는데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되겠느냐?”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박민수 차관은 국가가 안타까운 의료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료사고특례법이 여당 의원인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핑계로 일관하다가 엊그제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안을 박민수 차관이 거짓말한 것에 대해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매우 불쾌해한다고 언론에 보도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올해 8월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모집은 작년보다 훨씬 더 심각해 정원 143명의 2.8%에 불과한 겨우 4명만이 지원했다. 작년에 정원 14명 중 10명이 지원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벌써 3명이 사직했다. 올해 초 187명의 4년차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대학병원을 떠났고, 내년 초엔 130여 명의 4년차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대학병원을 떠난다. 내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모집은 불과 두 달 남았다”라고 읍소했다.
이어 “소청과의사회는 저출산 시대에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인 아이들의 건강조차 지켜 주지 못하게 된 사태의 주범이 누구인지 국민들에게 명백히 밝히고자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다”라며 “박민수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백한 지시조차 항명하고 여당 국회의원들 얘기도 가볍게 무시하면서 국민들의 뜻에 전적으로 반하여 아이들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라면서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박민수 차관을 즉각 경질해 아이들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