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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아니야? 더는 못 줘!”… ‘노인외래정액제’에 의료기관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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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아니야? 더는 못 줘!”… ‘노인외래정액제’에 의료기관은 한숨만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07.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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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노인외래정액제 설문조사 관련 기자회견’서 제도 개선 필요 주장
노인 환자 늘고 진료비도 오르는데 10년 넘게 1만 5,000원 고정, 현실은 2만 원 초과도 빈번
설문 응답자 92%,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 “필요하다”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진료비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1,500원 아니야? 더는 못 줘!”
노인 환자들이 주로 찾는 의료기관 수납창구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광경이다. 노인외래정액제가 적용돼 진료비 1만 5,000원까지는 1,500원 정액을 지불하던 노인 환자들이 진료비 1만 5,000원 초과 시 구간별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특히 수가 인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진료비가 2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외래정액제는 10년 넘게 1만 5,000원으로 기준 금액이 고정돼 있어 현실에 맞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9일 의협회관에서 ‘노인외래정액제 설문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외래정액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앞서 의협은 노인외래정액제 관련 의사 회원의 인식을 확인하고 집행부의 대응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6월 29일부터 7월 6일까지 8일간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해 노인외래정액제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511명의 회원이 응답했다.

노인외래정액제는 지난 2007년 7월 시행 후 물가 인상 등 경제 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액제 적용 금액이 1만 5,000원으로 10년 이상 고정돼 있다. 이에 총진료비가 1만 5,000원을 넘는 경우 급격한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로 인해 환자와 의료기관 간 갈등, 의료 이용 왜곡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2018년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개선이 이뤄지긴 했으나, 2018년 개정 이후 5년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수가 인상률은 2.62%인 데 반해 노인외래정액제에는 이 같은 요인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노인 환자들은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다.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이날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됨에 따라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면밀한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도출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이 자리에서 제안하는 노인외래정액제 본인부담금 개선 방안에 대해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고, 보건복지부와 관련 논의기구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의협 조정호 보험이사가 노인외래정액제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 발표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조정호 보험이사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진료한 65세 이상 노인 환자 중 총진료비가 2만 원을 초과하는 비율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약 80%가 ‘평일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주말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져서 ‘주말 10%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85%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진료한 노인 환자 중 총진료비가 2만 원을 초과하는 비율이 50%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평일 18.8%, 주말 36.4%가 나왔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이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언론 보도에서 ‘의료기관 유형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2만 원에서 2만 5,000원 구간의 실제 발생 비율은 10%보다 작다’라고 밝힌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진료비 1만 9,000원~1만 9,999원에 해당하는 노인 환자 비율을 묻는 문항에는 평일 73.6%, 주말 69.1%가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수가 조정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2만 원 초과로 전환될 잠재적 환자 수까지 고려하면 향후 2만 원 초과 구간의 노인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 인식에 관해서는 ‘본인부담 정액제와 차등 정률제를 병행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구간을 조정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전체의 57.5%를 차지했고, ‘본인부담을 전체 차등 정률제로 전환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34.1%, ‘현행 방식 유지해야 한다’라는 답변은 8.4%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정액 구간의 기준(총진료비 1만 5,000원 이하 시 본인부담 1,500원)을 조정,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구간도 조율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전체의 56%, ‘다민원 구간인 2만 원 초과~2만 5,000원 이하의 본인부담률(현행 20%)만 조정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44%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65세 이상 노인 환자를 진료한 비율에 대해 평일에는 68.1%가, 주말에는 57.8%가 ‘40% 이상’이라고 답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중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 환자인 것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수도권 및 광역시를 제외한 7개 도 지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 진료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는 응답률이 70%를 웃돌았다.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인구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현상이 의료기관에도 반영된 것으로, 고령화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노인외래정액제도의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며 “그러나 본인부담금을 이전보다 크게 낮추면 오히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양산될 가능성이 있고, 보험재정에도 그만큼 타격이 올 수 있어 적정선을 찾는 등 실제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 방안 제안도 이뤄졌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다민원 구간인 현행 2만 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의 본인부담률을 기존 20%에서 15%로 조정하는 방안과 ▲같은 구간에서 2만 원(본인부담금 2,000원) 초과 금액에 30%를 적용한 금액을 합산해 본인부담금을 책정하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하면서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의 현실을 알리는 한편, 관련 논의기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및 환자의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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