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6:58 (금)
3천5백여 소아청소년과 중 90% 1년 내 폐과 예상… 정치권 선심, 행정부 무책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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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5백여 소아청소년과 중 90% 1년 내 폐과 예상… 정치권 선심, 행정부 무책임 때문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3.03.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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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질병청 기재부가 대통령 속이면서 아이들 살리는 대책 아닌 반하는 대책 양산"
앞줄 가운데 임현택 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경기메디뉴스
앞줄 가운데 임현택 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경기메디뉴스

지난 2019년 폐과가 전망됐던 소아청소년과가 실제로 앞으로 1년이 지나면 약 90% 정도가 폐과 된다. 폐과의 원인은 정치권의 마구잡이식 선심과 행정부 공무원들의 무책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9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와 국민들께 드리는 작별의 말씀]이라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취지를 밝혔다.

임현택 회장이 작별의 말씀을 낭독한 데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아이 부모는 '폐과'라는 뉴스를 보면 불안할 것인데 어느 정도 폐과가 예상되냐?"라는 질문에 임현택 회장은 "회원들이 아침에 항상 들어오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폐쇄 커뮤니티를 보면 대략 90% 정도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폐과는 언제 하고, 폐과 현황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폐과하는 데 앞으로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5천여 곳 중 실제 활동 수는 3천5백여 곳이다. 차제에 3천5백여 곳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통해 구체적인 설문을 진행하여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임현택 회장이 회견문 [작별의 말씀]을 낭독했다.

임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 지난 정권에서 최저임금과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보장성 강화를 한다면서 문케어도 실시했다. 반면,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가 줄었다. 그나마 소아청소년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은 정치인들의 마구잡이 선심 속에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되었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서 유일한 소아청소년 비급여였던 예방접종은 아예 없어졌다. 심지어 올해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은 소청과에서 받던 가격의 40%만 받게 질병청이 강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턴 의사들이 소청과를 전공하면 의대만 나온 의사보다도 수입이 적다. 

동네 소청과 의원은 두 명 있던 직원 월급을 못 줘서 한 명을 내보낸다. 그러다가, 한 명 남은 직원 월급도 못 줘서 결국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다. 동남아 국가의 1/10이다. 

임 회장은 "도저히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 이건 비단 소아청소년과 문제뿐 아니라,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안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응급의학과 등 소아를 진료하는 전 의료 영역의 의사들이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저희는 아픈 아이들을 낫게 해주는 걸 보람으로 여겨 평생의 업으로 살아가려고 한 것뿐인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재부, 법원 그리고 일부 보호자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게 이제는 그 일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라며 울먹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소아 의료 체계 개선책]과 어제(3월 28일) 열린 [저출산위원회]에서 국가 책무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얘기하지 않았던, 귀하고 통찰력 있는 말을 했다. 시원시원하고 한 번 결심하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생각하고, 분명하게 진정성을 띤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실행에 옮기지 않아 폐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하지만 막상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고, 무너지고 있는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빨리 무너뜨리는 정책들과 미흡하기 그지없는 정책들을 내놨다. 올해 소청과 레지던트 지원이 더 없어질 빈 껍데기 정책들만 내놨다. 질병청은 14년째 예방접종비를 실질적으로 깎고 있다. 질병청 백신 값도 백신사에 제대로 안쳐줘서 시중에 나오는 백신 중 가장 싸다. 아프고, 불편한 백신을 아이들이 맞고 있다. 기재부는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가 무너지면 아이들 생명이 위험해질 거라고 십 년째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얘기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지금, 이 순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조차 아이들이 숨져가고 오늘 밤에도 전국의 아이들은 치료받을 곳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재부가 대통령을 속이면서 아이들을 살리는 대책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반하는 대책들만 양산하고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라는 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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