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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의료선진국” VS “의료 개혁 막으려 퍼뜨린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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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의료선진국” VS “의료 개혁 막으려 퍼뜨린 가짜뉴스”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4.02.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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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주제로 열린 MBC ‘100분 토론’서 극명하게 갈리는 전제 인식 확인
“OECD 평균 이하, 증원 필요” 주장 맞서 “배분의 문제, 의료환경 개선 시급” 주장 팽팽
ⓒ MBC ‘100분 토론’ 유튜브 화면 캡처
ⓒ MBC ‘100분 토론’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20일 ‘의대 증원 충돌, 의료대란 오나’를 주제로 MBC ‘100분 토론’이 방영된 가운데 찬반 양측 인사들의 극명한 전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이번 토론에는 의대 증원 찬성 측 인사로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과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가 참석했으며, 의대 증원 반대 측 인사로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과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 대한민국은 의사가 부족한가?

먼저 의사가 부족한가에 대한 질문에 보건복지부 유정민 팀장은 현재도, 앞으로도 의사 수는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팀장은 “고령화 현상으로 의료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7년간 의대 정원은 동결됐다”라며 절대 수와 배분의 부족,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한 뒤 “의사 수 부족 문제가 배분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최근 20년간 OECD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의사 증가 속도를 보이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며 “출생아 숫자도 급감하고 있어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라고 봤다.

특히 사회적 문제인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사태에 대해 “최근 10년간 15세 미만 소아청소년 인구는 21% 감소했으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32.7%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도 67.9% 증가했다”라며 “의사들이 소아청소과를 떠나는 현상은 진료환경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OECD 가입국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건수 통계를 봐도 대한민국이 2.5배 가량 더 높다”라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특별히 더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의료 이용 횟수가 많다는 것은 곧 의료 이용 과잉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부·미용 의사는 과잉이지만, 필수의료나 중환자실에는 의사가 적다”라며 “환자의 재배분, 의사의 재배분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대 김윤 교수는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인구당 의과대학 졸업생 수는 절반 수준”이라며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가천대 정재훈 교수는 의사 수 부족에 관한 질문에 “지금 단정 지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건강의 결과에 대한 OECD 지표를 보면 평균 총 수명은 우리나라가 최상위 수준이고 의료이용 접근성 측면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절대 수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면 이 같은 건강 결과와 접근성이 유지될 수 있겠냐는 반문으로 의견을 뒷받침했다.

또, “OECD 통계와의 비교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데, 의사들의 고용 형태나 시스템이 각기 다르다”라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국가로 일본과 대만을 들 수 있는데, 두 나라 역시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낮고 우리나라와는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전체 공급보다는 배분의 문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 MBC ‘100분 토론’ 유튜브 화면 캡처
ⓒ MBC ‘100분 토론’ 유튜브 화면 캡처

이에 김윤 교수의 반박이 좌중을 술렁이게 했다. 김윤 교수는 정재훈 교수의 발언에 맞서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의료 개혁을 막기 위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OECD 중간 또는 중하위 정도의 의료수준”이라며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정재훈 교수는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이 아니라는 김윤 교수의 발언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라며 “해외 의료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과 저렴한 비용에 놀란다”라고 반박했다. 이동욱 회장 역시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의사 숫자가 적더라도 의료 공급을 잘하고 있다”라고 맞섰다.

■ 의대 증원 근거, 규모 협의 가능성은 있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와 증원 규모 협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유정민 팀장이 “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를 참고해 종합적으로 최소 5,000명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2025년부터 정원을 늘리더라도 교육 기간 등을 고려하면 10년 뒤에 의사 인력이 배출된다. 더는 늦출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윤 교수도 “2019년에 2억 남짓하던 종합병원 봉직의 연봉이 지금은 3억, 4억 한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80시간 근무하는데 의사가 많으면 80시간 근무하겠나”라며 증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반면, 이동욱 회장은 “필수의료 배분의 문제, 필수의료 환경 개선의 문제를 의사 수 부족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됐다”라며 증원할 필요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정재훈 교수는 증원 근거의 부실과 왜곡부터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참고한 서울대 연구의 경우 하나의 시나리오만 제시하고 있으며 특정 시점에 고정한 채 그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 결과가 의사인력이 어느 정도 부족하다는 결론이긴 했으나 해당 연구책임자는 의사인력의 증원보다는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정리했다”라며 “최근 인터뷰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자신의 연구를 인용해 결과를 발표한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KDI 연구 역시 일부 의사 공급부족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해당 연구책임자는 연간 5%씩 늘려서 총정원 4,500명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라며 “한 번에 2,000명을 늘리라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는 다양한 가정에 대한 검증 이루어졌는데 첫 연구에서는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나왔지만, 조건을 바꿨을 땐 의사 과잉 취지의 내용도 들어있다”라며 “종합하면 보건복지부가 참고한 연구의 연구책임자들도 현재의 2,000명 증원은 너무 과감한 변화라고 이야기한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안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은 노령화가 모든 문제의 원인인데 공급을 무작정 늘린다고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안대로 증원하게 되면 정책의 효과는 10년 후에나 나오는데, 그 효과는 1년분에 불과하다. 정책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려면 2065~2070년은 돼야 한다”라고 전망하면서 논의와 정책 실행의 선후관계가 바뀐 점을 지적했다.

■ 지역필수의료와 의료공공성 해결 방안은?

ⓒ MBC ‘100분 토론’ 유튜브 화면 캡처
ⓒ MBC ‘100분 토론’ 유튜브 화면 캡처

지역필수의료의 위기에 관한 토론에서 이동욱 회장은 “정부는 지방에 의료원 짓고 지역의사제를 통해 강제 근무시키면 지역 주민들이 지역 의료원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최상의 치료를 받길 원한다.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역의 성적 낮은 학생들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더라도 그 의사에게 진료받길 원하는 국민은 없다”라며 “지역의료 격차와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의료에 있어 차별받길 원하는 국민은 없다”라면서 전반적인 의료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훈 교수는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에 대해 “필수가 아닌 영역에 너무 많은 자원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대표적으로 실손보험이 도입되면서 도덕적 해이를 막을 본인부담금 장치를 없애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실손보험 도입을 누가 했나? 정부가 했다. 필수의료 수가, 인원 배분을 누가 조정했나? 정부가 조정했다. 지금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법적 보호 방안이 들어가 있지만 여태까지는 보호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정책적 실책 등을 감안하면서 지금의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극명한 견해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김윤 교수는 “의사들이 35살에 연봉 3억, 4억씩 받을 때 대기업 과장 연봉은 1억 남짓이니 누구나 의대에 가고 싶어 한다”라며 “의대 쏠림 현상을 해결할 근본 방안은 의사의 수입을 적정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욱 회장은 그동안의 정책 제안의 탁상공론을 지적하면서 “누구나 워라벨이 보장되고 근무조건이 좋은 곳을 선호한다”라며 “팩트는 필수의료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기 때문에 필수의료를 떠나는 것이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정민 팀장은 “의대 증원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방안이 담겼다.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핀셋 투자 등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이제는 공급 중심 정책에서 수요까지 같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속가능성을 봤을 때 저출산과 고령화가 너무 빨라 재정이 버티기 어렵다”라며 “이제는 국민들에게도 의료이용을 줄이고 앞으로 경증 질환으론 예전처럼 병원 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이동욱 회장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의료체계가 잘 되어 있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나라”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왜곡된 부분만 수정하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교수는 “지금의 의대 증원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바라봐 달라”라고 호소했다.

☞ MBC ‘100분 토론’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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