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6:58 (금)
잘 쓰던 의약품은 건보 제외, 검증 안 된 첩약은 건보 적용·확대까지… 정부 왜 이러나?
상태바
잘 쓰던 의약품은 건보 제외, 검증 안 된 첩약은 건보 적용·확대까지… 정부 왜 이러나?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12.21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 “과학적 검증 안 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해야”
ⓒ 대한의사협회
ⓒ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가 대상 질환 등이 더욱 확대된 2차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의료계는 과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0일 국제전자센터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검증을 무시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의협은 그동안 고서를 안정성의 근거로 삼아온 한의학에 대해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수립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등 국민 건강 수호 측면에서 치료 체계 구축과 규격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며, 정부가 앞장설 것을 주장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문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발전적 방안을 의협과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첩약의 과학적 검증 없이 1차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시행했고, 2차 시범사업을 위한 건정심 의결까지 추진 중이다. 의협은 지난 13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 사항을 포함,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건정심에 재상정하는 행보를 보였다.

의협은 지난 11월 17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발표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차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 대상자 344명 중 95.6%가 만족했으며, 90% 이상이 시범사업이 계속되는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데 대해 “높은 만족도는 첩약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금 경감 효과에 따른 것이며, 명확한 예후나 임상적 근거에 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정확성 및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고, 건강보험의 급여 원칙인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등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 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 상황 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2차 개선안에 대해서도 “대상 질환을 무작정 확대하기 전에 현재 급여화되어 있는 현대의학적 질환들과 같이 유효성과 안전성, 비용효과성 등에 대해 동일한 기준의 검증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대비 인상된 2차 시범사업(안) 시범수가도 적절한 근거를 통해 제시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1차 시범사업 당시 수가가 지나치게 과다하고 설정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이번 개선안 역시 약재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하더라도 근거가 미약할뿐더러 의과의 수가와 비교했을 때도 과도한 책정”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정적인 재정을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라며 “필수의료 기반 강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진 만큼, 첩약 급여화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기보다는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관련 재정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개선안은 첩약 일수를 늘리고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등 한의원의 시범사업 참여 증가라는 목적뿐 아니라 환자들을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노출시키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라며 “효과도 알 수 없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한약을 임상시험 당해야 하는 환자들의 건강 위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첩약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후 시범사업을 실시해도 늦지 않다”라며 “국민 보건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이하 미생모)도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해 왔던 호흡기계 의약품과 근골격계 약물 등의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이에 더해 조만간 수많은 약물이 건보 적용 대상에서 삭제 예고된 상황에 과학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을 건강보험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해당 사업에 투입될 예산을 필수 의약품 확보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미생모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예산을 투자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정부는 의약품 건보 적용 대상 축소 정책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건보 대상에서 삭제해 왔던 약품들을 다시 적용 대상으로 부활시켜 환자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주장했다.

또 전 세계적인 의약품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의약품과 원재료 확보를 위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재정을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미생모는 “필수 의약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재정 능력으로 의사만 무작정 늘리겠다고 고집하는 정부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라며 “의대 증원 정책 시도를 중단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더욱 건전하게 운영할 방안을 먼저 고민하라”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