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6:58 (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명분, 통계 자료로 ‘팩트’ 따져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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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명분, 통계 자료로 ‘팩트’ 따져봤더니…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12.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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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통계는 대한민국에 의대 정원 확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 증명”
“잘못된 가정과 왜곡된 통계로 만든 정책은 폐기돼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 소청과 진료 인프라 붕괴, 지방 의료 위기, 환자 만족도 저하 등을 의대 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드는 가운데,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가 국가통계포털(KOSIS), OECD health at a glance 2021과 2023 보고서,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등의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팩트 검증에 나섰다. 그 결과 “통계는 대한민국에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의연은 먼저 정부의 주장처럼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가통계포털(KOSIS)을 활용,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가 부각되기 전과 후의 전체 전문의 수와 인구 대비 전문의 수를 비교했다.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가 부각되기 전과 후인 2010년과 2020년을 비교해 보면, 전체 인구는 4.6% 증가한 반면, 총 전문의 수는 무려 40.8%가 증가해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는 34.6%나 늘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도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가 모두 증가했다.

바의연은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는 전문의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전문의 수는 계속 늘었으나 정작 필수의료 현장에 의사가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은 열악한 처우와 법적 부담 등으로 이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미 충분히 공급된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지도 불확실한 의대생 배출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한 우매한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사태 등을 언급하며 소청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로 반박했다. 2010년과 2020년 사이 15세 미만 인구수는 10년 동안 21.0%가 감소한 반면, 소청과 전문의는 32.7% 증가했다. 15세 미만 인구 10만 명당 소청과 전문의 수는 무려 67.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의연은 “소청과의 위기나 오픈런 사태 역시 소청과 전문의 수 부족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며 “저수가에 의한 낮은 수익성, 이대목동병원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소아청소년 진료의 법적 부담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아동병원 줄폐업, 출퇴근 시간에만 환자가 몰리는 소아청소년 외래 진료의 특수성, 일부 보호자들의 과도한 갑질 등이 그 원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해 지방 의료가 붕괴된다는 정부의 주장에는 OECD health at a glance 2021과 2023 자료로 맞섰다. 대한민국은 2019년에 도시와 농촌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제출했으나 2021년에는 제출하지 않아 2021년 OECD 자료와 우리나라의 2019년 자료를 비교·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1년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도시 4.5명, 농촌 3.2명인 반면, 2019년 한국은 각각 2.63명, 2.05명으로 도시와 농촌 모두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적었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의 의사 수 편차를 알아보기 위해 도시 대비 농촌 의사의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도시 대비 농촌 의사 밀도’를 구해보면, 2021년 도시 대비 농촌 의사의 수에 대한 OECD 평균은 71.1%이며, 2019년 우리나라는 77.8%로 OECD 평균보다 높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도시 및 지방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2019년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1.8명의 편차가 발생하는 반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0.6명으로 지역 간 의사 수의 편차가 적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다면 농촌에 의사 수가 적어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바의연은 의료 이용 접근성을 알아보기 위해 OECD 각국 도시와 농촌의 의사 수에 각국 의사의 연간 진료 건수를 곱해 인구 1인당 연간 진료 횟수를 산출했다.

먼저 2021년 OECD 평균 의사의 연간 진료 건수는 1,788건인 반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무려 3.4배나 많은 6,113건에 달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횟수도 OECD 평균은 도시 8.0회, 농촌 5.7회였지만, 대한민국은 도시 15.9회, 농촌 12.5회로 매우 많았다. 특히 대한민국 농촌의 1인당 연간 진료 횟수는 OECD 도시 평균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바의연은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훨씬 많은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단순히 도시에 비해 지방의 의사 수가 적다거나 의료 공급에 있어 지역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나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의사 수를 늘리면 농촌의 의사 수도 늘어나는지에 대한 통계 검증도 했다. 2021년 OECD 각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도시 대비 농촌 의사 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도시 대비 농촌 의사 밀도와의 상관계수는 0.002로 전체 의사 수와 농촌 의사 밀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바의연은 대한민국이 OECD 대비 의사 수가 적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의사 1인당 진료 횟수와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이 가장 높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손쉽게 많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에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은 많지만, 의사 수 부족으로 진료 시간이 짧아 의료 서비스 만족도가 낮다는 주장도 펼친다. 통계 자료는 어떤 답을 내놨을까?

OECD 보건의료통계에서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쓰는 의사의 비중,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의사의 비중, 치료 결정에 환자를 참여시키는 의사의 비중 등 환자 만족도와 관련된 지표들을 확인한 결과,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쓰는 의사의 평균은 82%였고, 대한민국은 81%로 OECD 평균과 거의 같았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의사의 평균은 91%, 대한민국 평균은 88%로 이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치료 결정에 환자를 참여시키는 의사 평균은 84%, 대한민국은 89%로 오히려 5%나 더 높았다. 

바의연은 “결국 대한민국은 의사 1인당 진료 횟수와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이 세계 최고이면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도 타 국가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의사 수와 환자 만족도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는데 이를 의대 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삼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끊임없이 의대 정원 확대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통계는 오히려 대한민국에 의대 정원 확대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라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잘못된 가정과 왜곡된 통계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이므로 국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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