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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늘릴 욕심에 부른 숫자가 정부가 외치던 ‘과학적 근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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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늘릴 욕심에 부른 숫자가 정부가 외치던 ‘과학적 근거’였나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11.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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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정부의 의대 수요 조사 결과는 주먹구구 행정 전형”
합리적 근거 기반, 의료계와 소통 촉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전국 40개 의과대학 수요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는 정부가 그동안 주장하던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증원 수요는 2025년 최대 2,847명, 2030년에는 최대 3,953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정부는 지금까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 ‘미래 의료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 인력 수급 추계’를 강조해 놓고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터무니없는 숫자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 한다”라며 “터무니없는 근거를 토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지난 2020년 의정 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 정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던 중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던 당초 합의와 달리 정부가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보건의료 분야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해 정확한 의사 인력 수요 예측과 수급 계획이 중요하다”라며 미국은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HRSA)이라는 기관을 두고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하는 반면, 국내엔 별도의 기관이 없는 점을 들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국회의원이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등을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또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2장 제5조 2에 의거해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따른 보건의료인력 수요 추계에 관한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 방임하고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외부 기관에 위탁한 연구 용역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9,000만 원의 세금을 들여 보건사회연구원에 발주한 신영석 교수의 연구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대표적인 보고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최근 주요 계산 결과에 대한 오류를 지적받아 결괏값을 정정한 바 있다.

대전협은 “소위 기피과,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의 업무량이 낮다’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등 설계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그 외 한국개발연구원, 의료정책연구소 등 의사 수급 추계에 관한 다른 연구 결과의 편차도 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인력 추계 부실성에 대해 지적받은 바 있다. 대전협은 “지난 8월 29일 전문가 토론회에서 의사 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대전협도 과학적 근거 마련 및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보건복지부에 피력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해관계에서 수혜자인 각 대학 총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3,000명에 가까운 증원을 요청한 40개 의과대학에도 유감을 표했다. 대전협은 “의학 교육이란 강의실만 늘리고 의자만 하나 더 놓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교원 임용을 비롯해 해부 실습 카데바 등 실습 교보재·장비가 확충돼야 하고, 적절한 병원 실습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증원을 요청한 40개 의과대학이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할 의지는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현재까지 정부는 의학 교육과 관련, 별다른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없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등 의대 정원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라며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구축,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이와 더불어 의료 수요 및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는 학장들의 수요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며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길 바라며, 전공의 역시 정부가 설득해야 할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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