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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주사 맞고 추락한 환자에 병원이 5억 배상해야… “이러니 필수의료 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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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주사 맞고 추락한 환자에 병원이 5억 배상해야… “이러니 필수의료 꺼리지”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11.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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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료의 본질과 특수성 무시한 판결”, “필수의료 기피 현상 가속화”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인플루엔자 치료를 위해 타미플루 계열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가 환각 증세로 추락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사고에 대해 병원이 환자에게 5억 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의료계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8년 12월 독감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당시 17세 환자는 타미플루 계열 독감 치료 주사제인 페라미플루 접종 후 같은 날 밤 7층에서 뛰어내렸고, 척추 손상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환자의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환각 등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환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31일 독감 치료제 부작용 사고 고액 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의료인 설명의무에 관한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독감 치료제 부작용 사고와 관련, 설명의무의 확대해석을 통한 고액 배상 판결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의 입장을 밝힌다”라고 전했다.

의협은 “학계 보고 등에 따르면 해당 환자의 신경이상증세가 독감의 증상인지 독감 치료 주사제의 부작용인지도 불명확하고, 기존 법리에 비추어 볼 때도 설명의무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다”라며 “이 판결이 투여 약제의 설명서에 기재된 주요 부작용을 모두 설명하라는 취지라면 이는 실무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한계이며, 모든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예상되는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그 이면에 존재할 가능성을 하나도 빠짐없이 파악하며 통제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런데도 진료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오진이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등에 엄격한 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과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며, 이는 불안정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위험성이 있는 수술 등을 기피하는 방어 진료를 부추겨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현재도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 미달로 필수의료 분야 수술이나 진료 자체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료현실을 무시한 채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의 소신 진료 위축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법원을 향해 의료법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한편 의사와 국민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속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약물부작용에 의한 환자의 피해구제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이하 미생모)도 “법원은 배상의 근거로 이 약의 설명지(insert paper)에 항바이러스 주사제 투여 시 환각이나 이상행동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혀 있고, 소아나 청소년은 더 위험해 이틀 동안 혼자 둬선 안 된다고 돼 있다는 것과 의사에게 이런 설명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란 이유를 판결의 근거를 삼았다”라며 “그러나 이 같은 판결은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먼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은 독감 환자에서도 환각이나 이상행동의 부작용이 발생한 다수의 사례가 의학 논문 등을 통해 발표됐다. 미생모는 “법원이 인과관계도 확실치 않은 사건에 대해 단순히 약의 설명지에 해당 내용이 적혀 있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을 판결한 것은 증거 중심주의 법의 원칙을 허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 비해 거액을 배상액으로 판결했다는 점도 들었다. 미생모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해당 치료를 하고 일선 병의원이 얻는 이익에 반해 법원이 터무니없는 거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앞으로 의사들은 환자 치료에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을 얻게 됐다”라며 “환자의 피해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과관계도 확실치 않은 사건에 대한 부실한 판결이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판결인지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생모는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를 행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이 평온하게 진료할 수 있게 하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라며 “필수의료를 행하다가 피치 못하게 안 좋은 결과를 당하는 국민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배상을 ‘국가’가 담당하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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