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의 보조적 수단’ 모호한 표현 대신 ‘직접적 사용 금지’ 판결 요구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인정하면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 4월 6일 환송심 제1회 공판을 시작으로 총 4차례의 공판 후 오는 14일 선고를 앞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분명한 차이점을 제대로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협은 “이번 판결은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기라는 영역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동시에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 처사이며, 그 결과 보건의료 체계의 극한 혼란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줄 것이 자명하다”라며 대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법원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한의학적 이론이나 원리 응용 또는 적용하는지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고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통해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제작됐으며, 의사만이 독점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한의사의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우려를 표하며 “현대 의과 의료기기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는 단순히 방사선의 유무와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 등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며, 국민 보건위생상 심각한 부작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정확한 진단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오진으로 인해 환자의 질병 상태 발견 및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충분한 이론적, 실무적 교육을 거친 의사들에 의해 다뤄져야만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의사들은 한의과대학에서 의학 과목 및 진단 장비에 대해 교육하므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영상의학 전문의를 전공한 교수진을 두지 않고 3학년 1학기, 2학기 단 2시간의 이론 교육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도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 사건을 예로 들며 “한의사협회는 개인의 역량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으나, 체계적 이론 및 실습 없이 진단용 초음파기기의 사용은 국민의 보건위생상 크나큰 위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의사가 의료행위 중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초음파 진단기기는 대법원의 판단처럼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하는 기기가 아니라 1차적으로 환자의 건강 및 질병 상태를 진단하는 의료기기”라며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위한 보조적 수단이 아닌 1차적 검사에서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의료기기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탐촉자를 환자의 몸에서 움직여야 하고 적절한 압박, 환자의 호흡조절, 인공물의 제거, 음파창 유지를 해야 하며, CT나 MRI와는 달리 시행자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검사 중 실시간으로 병변을 찾아내지 못하면 추후에도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용은 쉬우나 시행과 결과 해석은 영상의학의 영역에서도 최고난도의 검사법”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과 달리 한의사단체는 직접적 진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오역하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판결한 모호한 내용이 마치 진단을 위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그 범위를 두고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서로의 기반을 달리하며 발전해왔다”라며 “대법원의 판단처럼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등을 판단했을 때 현대 의과 영역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은 그 기술이 어떻게 한의학적 근거에 맞게 적용되는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송심에서는 이러한 분명한 차이점을 판단해 주길 바란다”라며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68회 동안 진료하고도 진단을 내리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게 만든 사례 등을 상기해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으로 인한 생명권 위협 행위를 근절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접적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 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