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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의료제도인 깨진 항아리 본드로 붙여… 언젠가는 다 깨져 버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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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의료제도인 깨진 항아리 본드로 붙여… 언젠가는 다 깨져 버리지 않을까"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3.09.1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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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만 위해 달라는 건 아니고, 밸런스가 깨져서 발생한 문제, 그 밸런스 좀 맞춰보자"
"중증 질환이나 중증 환자한테 들어갈 돈이 없고, 상대가치 개편도 지지부진하게 온 것이 40여 년"

"40년 전 의료제도를 누더기처럼 만들어 가지고, 깨진 항아리를 본드로 붙여서, 여기다 물 담아라. 괜찮을 거야 하다가 언젠가는 다 깨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한외과의사회가 10일 용산 드레곤시티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세라 회장이 외과의사의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과의사의 요즘 현실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형사 처벌, 막대한 손해배상금 판결, 행위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9월 25일 수술장 CCTV 설치 의무화, 담당 공무원 교체에 따른 반복되는 정책 건의, 나이 많은 외과 교수의 피로감, MZ세대의 외과 전공 기피 등을 말한다.

이세라 회장은 "그러니까 피해 나갈 일도 아니고 이제는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될 문제이다. 예민한 문제를 얘기해서 죄송하지만, 뒤에 숨어서 복지부와 의협 몇 사람과 병원협회 몇 사람이 모여서 해결해야 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해결 안 돼서 여기까지 온 거다. 외과의사만 위해 달라는 건 아니다. 밸런스가 깨져서 발생한 문제다. 그 밸런스를 좀 맞춰보자"라고 제안했다.

오늘 추계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열띤 강의가 있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 강의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이대로 두면 필수의료는 침몰하게 되어 있다. 나이 드신 교수들이 당직에 스스로 지치고, 정년이 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 있고,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인력이 충원이 되지 않고, 전공의 모집 문제도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교수만 지쳐가는 게 아니라 젊은 의사들이 처음에는 필수의료를 생각했다가도 한 1년 해보고 아 이건 아니다고 생각하면 MZ세대의 특성답게 금방 잊어버리고 포기하고 나가버린다. 그러니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의료진들, 외과계 의사라고 저는 표현하고 싶은데 잘 돌아갈 리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 교육 시스템도 잘못돼서 전공의가 수술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들어가도 실제 수술을 해볼 수 없고, 팰로우를 하기 전에는 1, 2, 3년 차가 모두 페이퍼워크만 하고 있다고 한다. 전공의특별법이 가동됨으로 인해가지고 전공의들의 트레이닝이 잘 안돼서 실제 임상에 나와서 전문의로서의 역할을 즉각 할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와 있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공공의대, 의대증원에 조건부 찬성이지만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했다.

이 회장은 "타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에 비해서 굉장히 차별을 받고 있다면 의대 정원 증원을 하든 공공의대를 만들든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법원이 책임 소재를 물어 배상 판결하거나, 형사처벌하는 판결을 계속하면 MZ세대에 해당하는 전공의들 그리고 의대생들은 분명히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이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종사하지 않을 거다"라고 언급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40년 전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이 문제를 의사들의 이기심으로만 돌리지 말고 정책적 잘못이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40년 전의 그 정책을 지금까지 근본을 변화시키지 않고 계속 끌어와서 맹장 수술이 7만 5003원인데, 소아 아이의 장폐색을 배를 열어서 수술하고 났더니 수가가 45만 원이다고 했는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의사의 행위료는 수가라고 하는 그것(45만 원)의 22%이다. 의사의 업무량이 너무너무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회장은 "의료 수가라고 하는 것 중에는 첫 번째는 진료 비용, 두 번째는 의사 업무량, 세 번째는 위험도 이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진료 비용은 의사가 진료를 하고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는 데 필요한 건물 인건비 수술비 소독비 이런 것들이 들어간 것을 진료 비용이라고 한다. 이것도 현실의 한 70%, 80% 정도뿐이 안 될 것으로 본다. 두 번째 의사의 업무량은 의사가 이 수술을 해서 돈을 얼마 받는가이다. 맹장 수술을 하면 7만 5003원이라고 얘기했다. 외과 의사들 심지어 의협, 또 학회에서 보험이사하시는 분 등 전부 다 맹장 수술 비용을 30만 원, 40만 원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거는 진료 비용과 위험도를 포함한 금액이다. 그래서 장폐색 수술은 사실은 9만 원 정도이고, 9만 원도 많이 줘서 그런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제 위험도에 대해 얘기하겠다. 맹장수술 7만 5003원의 위험도가 얼마냐 하면 1만 5천 원 정도 된다. 다 합치면 9만 원 정도 받는다. 9만 원을 받아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데, 얼마 전에 17억 손해배상 판결도 나고, 보통 사망 사고가 나면 2억 3억씩 물어주게 돼 있다. 어느 보험회사에 물어봐도 수술 한 건 하는데 1만 5천 원을 내고 보험금을 2억 3억 내는 보험을 가입해 주는 손해보험사는 없을 거다. 의사 업무량이 잘못됐으니까 위험도가 잘못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비가 경증 질환의 비용에 너무 많이 사용하게 돼서 중증 질환이나 중증 환자한테 들어갈 돈이 없고, 상대가치 개편도 지지부진하게 온 것이 40여 년이라는 거다. 이 문제를 제발 좀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기승전 수가이지만 그렇게 귀결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동현 총무부회장은 "같이 느끼는 문제긴 하지만 저희가 얘기할 때마다 기승전 결국은 수가 이렇게 얘기가 나오는 걸 항상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렇게 귀결되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사실도 너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항상 얘기하고 토론도 하고 또 당국에 얘기를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도루묵처럼 돼버려서 답답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주장을 할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전공의특별법의 풍선효과는 PA문제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천영덕 보험부회장은 "전공의특별법으로 주 80시간 이상의 근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의는 그(전공의 갈아넣기)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잘 유지되는 병원에서는 전문의가 입원 환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입원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입원전담의가 확보가 되지 않는 병원에서는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은 PA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고, 그들에 의해서 무면허 의료가 행해지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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