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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들의 탈출, 국민건강보험 개혁 없이는 막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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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들의 탈출, 국민건강보험 개혁 없이는 막을 수 없어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06.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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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의사 수 늘려도 필수의료, 공공의료 문제는 해결 불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최근 개최된 일명 ‘소아청소년과 탈출 학술대회’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800여 명이 몰리며 소아청소년과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국민건강보험 개혁 없이는 기피 영역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피 영역 의료인력 수급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의사 총량 부족을 그 이유로 보고 배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대전협은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은 명백한 건강보험제도의 구매(purchasing) 기능 실패라고 봤다. 이에 단순히 의사 총량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각국 보건의료체계의 경로, 재원 조달 방식, 의료공급체계, 의료인 간 업무 분장, 의료이용 제한 기전의 유무 등을 고려해 기존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을 포함한 여러 정책 조합(policy mix)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 공공보건지출이 GDP 대비 5.6%(총지출의 59%)로 동유럽 및 아프리카 주요 국가 수준, 공공공급자는 5.7%에 불과한 점을 들며 국민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령화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간접세 등을 활용, 보건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하자는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요율 8% 상한 폐지 및 보건의료 인력을 갈아 넣는 현 체계를 개혁하기 전까지 기금화 논의 등을 보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구적인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점진적으로 보험재정의 최소 30% 수준을 국고지원금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지출 구조의 개편을 요구했다. 특히 중증 진료에 조세기반 국고보조금의 확충이 없다면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의 또 다른 원인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당연지정제)에 따라 단일보험자(single-payer)의 비대화로 지나치게 가격통제력이 높아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져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단일보험자의 가격통제력이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보다 일반의의 급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라며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 뇌혈관 수술 등 기피 분야에 대한 혁신적인 보상(수가) 확대를 국민건강보험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단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 뇌혈관 수술 등 기피 분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다보험자 전환도 제안했다. 대전협은 “선진국 사회보험은 대부분 다수 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라며 “해외 국가의 모형을 참고해 기피 분야의 민간 진료(private clinic)에 대한 부분도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중증 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에 이원화 민간 진료를 도입해 기피 분야 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유인책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대전협은 “여러분도 의사가 되신다면 주 100시간 근무,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지방 공무원의 관료적이고 고압적인 행정을 감내하며 필수의료, 지역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 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의사도 생활인이고 한 명의 직업인”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적인 의료에 대한 투자 의지 및 진료의 제공에 있어 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는 머지않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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