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이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 같은 상급병원 중심의 지원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지역 분만병의원의 운영을 악화시켜 폐업에 이르게 하고 결국 분만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분만병원협회가 7일 [상급병원 중심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라는 성명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2008년부터 인근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하고, 산부인과 설치·운영 비용을 지원하는 분만취약지 지원 사업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대한분만병원협회는 "정부는 이 사업에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폐업하는 분만병원의 증가로 분만취약지는 늘고 있다. 정부가 해당 지역에 만든 분만의료기관은 전문의료인력 확보의 실패와 산모들의 외면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해당 지역의 특수성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사업으로 이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의료기관의 관내 분만율은 해마다 줄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5년간 379억 원을 지원했지만 지정 의료기관에서 분만한 산모는 전체 대비 25.8%에 그쳤다고 한다.
분만병원협회는 "이들 지역의 산모들의 원정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의 신뢰도가 낮고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라며 "상급병원 중심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과 관련한 개선 방안으로 아래 3가지 사항을 제안했다.
첫째, 사업의 지원을 받은 상급병원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병원의 역할은 고위험산모의 치료와 각종 응급상황에서의 적절한 조치의 수행이다.
분만병원협회는 "하지만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상급병원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일반산모의 유치를 위해 인근지역의 분만병의원과 불필요한 경쟁하고 있고 또한 이로 인하여 결국 이들 상급병원의 입원실 부족으로 정작 고위험산모는 타 지역의 상급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분만병원협회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서 인근 분만병원·의원과 거점 상급병원의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여 유기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 안정적인 분만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라고 제안했다.
둘째, 분만취약지역 인근 분만병의원도 사업의 주체로 지원을 해야 한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는 필수의료체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분만취약지의 특성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지역 분만병원은 해당 지역의 특수한 요구와 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응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분산된 분만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지며, 지역 사회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분만병원협회는 "이런 관점에서 지역의 분만병의원이 공공의료 역할을 한다면 공공의료기관으로 봐야 한다.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의 주체로서 지원해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해당 지역의 분만병원·의원이 폐원한다면 분만취약지가 되는 잠재 분만취약지에 위치한 거점 분만병의원의 경우 특별한 관리와 지원이 더욱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셋째, 분만수가의 현실화로 수가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분만병원협회는 "지방의 모든 병원과 의원은 규모와 상관없이 전문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치솟는 인건비와 물가의 상승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모들의 요구와 기대도 높아지고 있어 이를 받쳐주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분만 관련 수가의 인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