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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심사 결함으로 못 걸러놓고 뒤늦게 토해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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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심사 결함으로 못 걸러놓고 뒤늦게 토해내라고?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11.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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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회 “전산심사 결함으로 지급된 진료비의 소급환수는 직무유기이자 권한 남용”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전산심사의 결함으로 이미 지급된 진료비에 대해 급여기준 미비를 사유로 소급 환수하는 사례가 빈번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는 지난 14일 코엑스 E홀에서 개최된 추계 연수강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의원협회 유환욱 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주춤하던 현지조사가 작년 가을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시작되더니 최근에는 다시 방문 조사가 재개되고 있다”며 “문제는 그 형식보다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전산심사에서 심결 지급된 진료비에 대해 뒤늦게 급여기준 미비를 사유로 부당청구로 몰고 소급환수하고 있기 때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진료행위 청구분을 전산심사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심결 지급한 뒤, 추후 요양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현지조사 등을 통해 부당청구로 몰아 환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접구개신경절차단술이 있다.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접구개신경절(LA234000)의 경우 C-arm(씨암)이라는 장비로 촬영하면서 시술 후 청구하는 항목이지만, 최근 초음파나 육안으로 보면서 시술하고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부 회원들이 급여기준을 잘 모르고 청구한 사례에 대해 심평원이 전산심사로 심결 지급을 해오다,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 후 이를 문제 삼아 소급환수하고 있는 것.

유 회장은 “과거 이런 행위들은 C-arm 영상 자료를 심사 당시 받아서 심결했으므로, 자료가 없다면 심사조정(삭감)을 당하거나 추가로 제출하곤 했었다”며 “그런데 심평원의 심사가 대부분 전산으로 바뀌면서 급여기준 미비를 걸러내지 못하고 추후에 잔뜩 쌓아서 소급 환수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회원들이 처음부터 영상 자료가 없으면 청구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후 청구 시 영상 자료를 첨부하거나 아예 시술이나 청구를 하지 않았을 텐데 심평원에서 제대로 심사하지 못해서 수개월에서 수년을 방치하다 급여기준 미비로 누적해서 환수하는 통에 그 피해가 상당하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사례로 고통받고 있는 의원협회 회원들은 “청구 전에 급여기준을 세심히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가 수많은 급여기준을 다 외우고 있진 않다. 청구했더니 삭감당하면 그때서야 급여기준을 확인하곤 한다. 그러니 청구 시 심사조정 되지 않고 진료비용을 지급받게 되면 당연히 규정에 맞는 시술을 했다고 받아들이지 않겠나.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몇 달, 몇 년 치를 부당청구로 몰아서 환수한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유 회장은 “전산심사 결함으로 이미 지급된 진료비를 소급 환수하는 경우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면 급여기준을 개선하고 전산심사의 기술적 방식을 보완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없이 무조건 몰아서 환수하겠다고 하니 이는 심평원의 문제를 요양기관에 전가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사전 통보나 계도 없이 이미 지급한 진료비를 소급해 환수하면서 업무정지 및 과징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요양기관에 대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의원협회는 해당 건을 비롯한 각종 소급환수 건에 대해 회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면서, 급여기준이 모호하거나 제도상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회원이 있다면 의원협회와 상의해달라고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심평원이 발족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의사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런 것”이라며, “최근 심사 건수의 다수가 전산으로 바뀌면서 업무가 선진화됐다고 하는데, 이런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심사체계 개편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문제가 된 전산심사의 결함을 보완하기 전까지는 일체의 소급환수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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