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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인 ‘이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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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인 ‘이가탄’
  • 경기메디뉴스
  • 승인 2019.12.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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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 임상시험에 명인제약이 연구비·연구 설계·통계 분석 지원
바의연, 임상 입증 표현 허위·과장 광고로 식약처에 민원 제기
이가탄 효능 입증 공개 논의 요구도
명인제약의 치주질환 보조 치료제 ‘이가탄’ TV CF 장면.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명인제약의 치주질환 보조 치료제 ‘이가탄’ TV CF 장면.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최근 허위·과장 광고한 의료식품과 일반의약품 등에 대한 제재가 잇따른 가운데 이번엔 명인제약의 ‘이가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명인제약의 치주질환 보조 치료제 ‘이가탄’의 효능이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는 광고의 근거 논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과장 광고로 민원을 넣었다고 23일 밝혔다.

명인제약은 지난 11월 11일, 새로운 TV CF를 공개했으며, 2019년 3월 국제저명학술지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임상시험에서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광고 화면 하단에 직접 확인해보라며 논문의 출처까지 표기했다.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이가탄’ 임상시험의 개요.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이가탄’ 임상시험의 개요.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그러나 바의연이 해당 논문의 원문을 확인한 결과, 이 임상시험으로 이가탄의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논문은 ‘만성 치주염 환자에서 이가탄의 효능에 대한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비, 다기관 연구’이다. 이 연구는 2019년 3월 ‘BMC Oral Health’에 게재됐으며, 해당 학술지의 2018년 영향력지수(Impact Factor)는 2.048이다. 특히, 이 연구의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비롯해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을 지원했다.

연구는 100명의 만성치주염 환자를 대상으로 3개의 의료기관에서 진행됐으며, 1:1의 비율로 대조군과 실험군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총 연구 기간은 8주로, 첫 4주 동안에는 실험군만 이가탄을 복용하고 이후 4주 동안에는 대조군과 실험군 모두 이가탄을 복용했다. 연구의 일차 목표는 잇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치은염 지수(Gingival Index, 이하 GI)의 변화를 비교하는 것으로, GI가 높을수록 잇몸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에 따르면, 최종 93명(대조군 45명, 실험군 48명)이 연구를 마쳤고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2.5배의 GI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에 연구자들은 이가탄이 치주염증을 의미 있게 감소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바의연의 판단은 달랐다. 바의연 측은 “논문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번 임상시험은 많은 오류가 있으며, 이가탄의 만성치주염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기에는 그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바의연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이번 연구는 실패한 지발 임상연구(Delayed-start study design)”라고 주장했다. 지발 임상연구는 두 그룹 가운데, 한 그룹은 처음부터 치료약을 복용하고 다른 그룹은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가 일정 기간 경과 후에는 치료약을 복용하는 연구 설계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대조군에 속한 환자들은 첫 4주 동안 위약을 복용하고 이후 4주간 실험군과 같이 이가탄을 복용했다.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은 GI가 치료 시작 전 1.19점에서 4주 후 1.02점으로 감소했지만,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 4주 후부터 8주까지 이가탄을 복용한 대조군은 GI가 1.01점에서 0.90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은 GI가 치료 시작 전 1.19점에서 4주 후 1.02점으로 감소했지만,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 4주 후부터 8주까지 이가탄을 복용한 대조군은 GI가 1.01점에서 0.90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이와 관련, 바의연은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은 GI가 치료 시작 전 1.19점에서 4주 후 1.02점으로 감소했지만,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 4주 후부터 8주까지 이가탄을 복용한 대조군은 GI가 1.01점에서 0.90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 설계에서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4주 늦게 복용을 시작했더라도 처음부터 복용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보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의연은 대조군과 실험군의 출발선이 다른 점도 지적했다. 바의연은 “치료 시작 전, 두 그룹 간에 주요 평가 지수의 차이가 없어야 하며, 무작위 배정을 했더라도 두 그룹 간에 차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차 변수인 GI에 대한 통계학적 의미를 제시하지 않았다. 연구 시작 전 대조군의 GI는 평균 1.00점이었으며 실험군의 GI는 평균 1.19점이었다. 바의연은 이에 대해 “이는 실험군에 속한 사람들의 잇몸 상태가 더 안 좋았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 집단의 GI 수치가 비슷한 4주 차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두 군 모두 4주간 이가탄을 복용했으나 8주 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의 변화를 나타내지 못했다”면서 “실험군에서 기준에 비교해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이는 실험군의 기준 GI가 유독 높았기 때문으로 실험 디자인상의 문제는 없으나 우연오차에 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바의연은 대조군과 실험군 모두 치료 후 치은염 지수(GI)에서 차이를 보이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 시작 4주째, 대조군과 치료군 두 그룹의 평균 GI는 각각 1.01점과 1.02점으로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실험군 내’에서의 GI만이 기준 점수(1.19)와 4주째 점수(1.02)를 비교했을 때 통계학적 의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연구 목적인 대조군과 실험군 간의 비교가 아니므로 임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바의연의 주장이다.

특히, 논문에서는 두 그룹 간 4주째 GI의 원래 ‘절대 수치’가 아닌 ‘변화값’을 비교했을 때, 대조군에서는 0.01점이 증가했으나 실험군에서는 0.18점이 감소해 통계학적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연구 목적을 달성하고 임상적인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바의연은 두 그룹 간의 잇몸 상태가 처음부터 달랐을 가능성과 4주째 ‘절대 점수’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변화값’의 비교만으로 이가탄의 효능이 입증됐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맞섰다.

바의연은 “임상 논문을 근거로 명인제약은 이가탄을 복용하면 잇몸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은 연구”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이러한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여겨 ‘이가탄’ TV CF 광고를 허위·과장 광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접수한 상태”라고 밝힌 뒤 “명인제약의 주장대로 효능이 정말로 입증된 것이라면 공개적으로 논의를 해보자. 논의를 통해 이가탄의 효능을 더욱 확실히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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