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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남시에서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은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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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남시에서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은 어떻게 탄생했나?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0.06.03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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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마스크 대란 당시 의사도 환자도 내가 혹시 코로나 ‘우려’
하남지역 시니어 의사들 자원봉사 ‘계기’는 회원인 의사 보호 목적에서
시군단위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은 외부로 감염시키지 않는 것도 목적
관건은 지속성, 자원봉사에 기대는 것은 한계…보건소에 페이닥터 3~4명 필요
의원 중소병원 의료기관클리닉은 자금 인력 장소 등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
개방형클리닉과 민간의사 알력 우려…하남시보건소 고혈압 당뇨 일반진료 닫아
김영철 원장 ©경기메디뉴스
김영철 원장 ©경기메디뉴스

경기도 하남지역 시니어 의사들이 자원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전에 대비하는 '민·관·군 합동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부는 각 시군단위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과 지역에 있는 의원과 소규모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준비 중이다. 호흡기감염클리닉은 단순 감기와 같이 코로나19와 역학적 관련성이 적으나, 발열 등 호흡기 증상으로 일반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하남시는 지난 3월 12일 처음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을 개설했다. 그간 하루에 3명에서 10명 정도 환자가 이용했다. 하루 평균 5명 정도였다. / 이런 호흡기감염클리닉에 대해 한편에서는 정부가 '의료진 덕분에'라는 말만 앞세우면서 의사를 수탈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닉이 그런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이다. 이에 경기메디뉴스는 '민·관·군 합동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의 모범사례를 세계 최초로 하남시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김영철 원장으로부터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의 의미,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듣는 시간을 지난 6월 1일 가졌다. [편집자 주]

- 먼저 약력 등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제일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했다. 지난 1997부터 현재까지 하남제일산부인과 원장으로 개업 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하남시 의사회장으로 봉사했다.

- 지난 3월 12일부터 하남시가 주관하는 호흡기감염클리닉 개방형 민간협력모델에 자원해서 진료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계기는?

우리나라에서 이(코로나19) 문제가 갑자기 심각하게 생각되던 게 2월 중순부터였다. 대구 사건이 생기면서 신천지가 있고, 그러면서 2월 중순부터 굉장히 심각했다. 그때 마스크 부족도 심각했다. 마스크 품귀에다가 ‘마스크 대란’이라고 표현해야 되겠다. 그런 현상이 생기면서 굉장히 힘들어졌는데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개원가에서는 환자를 두려워했다.

기침하는 환자가 코로나인가? 아닌가? 열이 나면 거의 코로나가 틀림없을 거야! 내지는 목을 들여다 봐야 해 말아. 만약에 코로나로 나중에 확진이 되면 청진기를 댔다고, 접촉했다고 해 말아? 피부를 닿았을 때 내가 접촉자로 간주가 될 건가?

나중엔 (코로나19) 증상이 확대되면서 설사도 있을 수 있다. 두통이 있을 수 있다. 입맛이 없어질 수 있다. 후각이 없어질 수 있다. 이런 거까지 확대가 되니까. 내과나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에 오는 환자는 (이런 증상 한가지는)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일단은 의사를 보호한다는 차원도 있었다. 의사가 두려워한다.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왔을 때 미안한 감정이 있고 내가 진료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 그렇다고 그냥 보내자니 이거는 의사가 할 일은 아닌 거 같고. 그러니까 의사는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코로나 먼저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또 환자 입장에서는 집에서 살짝 목이 아프면, 그때. 집에서 일반인 환자 입장에서는 코로나를 두려워하지만, 나는 이건 코로나가 아닐 거야. 일반 감기 일 거야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희망이다. 코로나만은 아닐 거야. 혹시 내가 내과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보고 싶은데 코로나면 어떡하지? 혹시 코로나 아닌데 코로나 환자들 득실득실하는 데 가서 코로나 옮아 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다.

그러니까 의사는 환자를 기피하고, 환자는 병원을 기피하고. 그렇지만 뭔가는 하긴 해야 되겠다. 그래서 생긴 게 호흡기감염클리닉이었다.

-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호흡기클리닉에서 환자를 전담 진료하고 있는데

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 등 3차 병원에서는 호홉기 증상이 있는 환자만 따로 진료하겠다는 거다. 콩팥 나쁜 사람, 당뇨 있는 사람하고 섞이지 말고 당뇨 있는 사람들은 안심하고 병원에 오시라. 저쪽 건물 완전 방호 상태로 해서, 병동을 따로 써가지고, 호흡기 환자만 따로 진료하겠다는 거다.

그러니까 개인 병원에서는 대학병원으로 많이 보낸다. 겁도 나고 그래서 보내는데 대학병원의 단점은 그 환자들이 또 많이 몰린다. 그걸 교차감염이라고 그러는데, 안 걸렸다가 괜히 그 사람(코로나19 확진자)들과 모여 있다가 걸리는 거다.

호흡기클리닉에 대기하고 있다가. 그러다가 큰일이 터진 게 분당제생병원이다. 이거는 병원 의사 병원장까지 다 걸렸다. 그거는 굉장한 일이었다.

- 하남시가 세계 최초로 3차 병원이 아닌 지역 시군단위 수준에서 가능한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시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일본 독일, 그리고 우리나라 다른 지자체에서 배우러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2월 중순에 보건소장하고 우리(하남지역 시니어 의사)가 같이 처음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게 운명이었고 다행이다 싶은 게 하남에는 3차 병원이 없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10분 15분 거리에 경희대학병원 강동성심병원 서울아산병원 정도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코로나가 의심되는 호흡기 환자를) 타지역으로, 서울로 보내야 한다. 보니까 목이 조금 아플까 말까 한데, 열이 37도 2부 같으면 이걸 걱정해야 해? 말아? 이런 거 가지고 대학병원 가세요. 이런 상황이었다.

이걸 우리 지자체 내에서 해결하자. 이럴 때 그게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다. 우린 정부와 상관없이 시작했다.

- 호흡기감염클리닉과 선별진료소는 뭐가 다른가?

선별진료하고 호흡기클리닉은 다르다. 선별진료는 검체 채취하는 곳이고, (코로나 감염 위험이) 굉장히 심한 곳이다. 그걸 의사 혼자서 다 해야 했다. 그러니 의사 인력이 달리니까 (정부가) 한시적으로 법을 바꿨다. 간호사도 임상병리사도 할 수 있게끔 했다. 이들이 하니까 의사가 다른 일들을 볼 수가 있다. 그전에는 의사만 채취할 수 있었다. 전화로 처방하도록 바뀐 거처럼 중간에 바뀌었다.

- 향후 개방형클리닉이 코로나19가 발생한 분당제생병원과 같은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계 최초가 될 보건소와 개원의가 협력하는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월 중순 당시) 마침 도서관은 어디서나 전국적으로 폐쇄하던 때다. 그런데 도서관 건물을 하남시장이 준 거다. 대신에 우리는 보건소장하고 그러면 이거(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 건물에 음압 다 걸어 놓고, 완벽하게 만들자는 거였다.

그때 그런 생각 잘 안 하던 때였다. 그러니까 외부로 감염시키지 않게 목적이다. 음압 다 걸어 놓고, 환자를 교차감염시키지 않게 했다. 대기 환자는 절대로 2명 같이 있도록 하지 말자. 대기 환자는 딱 1명, 그 사람만 진료 끝나고 나면 20분 30분 이상 다 창문 열고 강제 환기 시키고 소독용역이 소독했다. 의사 간호사들 방호복 다 하고 환자 진료했다. 그 상태에서 환자 1명 진료하면 동선을 다른 방향으로 환자가 나가고, 그때 예약했던 다른 사람이 다른 출구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그 시스템을 잘했다. 그런데 그걸 다른 지역에서 할 수 있을까? 이걸 하려면 건물을 줘야 하고, 예산을 줘야 하고, 행정 요원과 간호 인력을 다 파견시켜야 한다.

우리는 처음에 의사를 어떻게 충원해야 할까? 보건소 의사 가지고는 안 된다. 실제로 하남시 보건소 관리의사가 1명이다. 필요할 경우 1년이나 9개월 계약직으로 한시적으로 많을 때는 3명이었는 데 2명이 그만뒀다. 굉장히 희생적인 정규직 1명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그 외 소장은 가정의학전문의 이다. 급하면 투입하겠다는 거다.

김영철 원장 ©경기메디뉴스
김영철 원장 ©경기메디뉴스

- 하남지역에서 개원 의사들이 개방형에 어떻게 모였나?

지나고 보니 백서처럼 드라마틱했다. 보건소 의사에게는 맡길 수 없고, 하남시의사회에서 자원이 있어야 하는 데 이 사정을 설명했다. 내과 의사 모인 방에서도 했다. 하남시의사회에서 처음에 지원은 2명이었다가 나중에 8명까지 확보했다. 확보하고 나니 내과 쪽이 많이 부족했다. 8명 중에 저는 산부인과다. 2006년도부터 4년간 하남시의사회장 했다. 개방형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제가 총괄한다. 급하면 산부인과도 진료 다 할 수 있다. 일단 내과부터 투입 시켰다. 그걸 환자도 원할 거다.

현재는 어느 나라 부모건 아이를 굉장히 소중히 하니 당연히 소아청소년과, 그리고 가정의학과, 내과, 이비인후과 이렇게 월·화·수·목·금한다. 나머지 내과 2분, 저하고 보건소장, 그리고 군의관 1명은 여단장이 보내준다고 해서 파견 예비로 돼 있다.

가동 가능한 의사는 11명이고, 현재 가동은 4명이다. 소아청소년과 1명이 초등학교 중학교 두 세션 월 수 보고 있다. 화요일에는 가정의학과, 목요일엔 이비인후과가 본다. 그리고 금요일 내과다. 이분들 다 하남지역에서 개원한 원장들이다. 이왕이면 보건소 관리의사가 해야 하는데 공직에 있는 분들은 다른 행정 일도 해야 하니까.

- 준비를 꽤 철저히 한 느낌이 든다.

2월 중순 당시 환자와 의사 서로 간에 보호하려고, 개원 원장이 병원을 반나절 비우는 거로 하고, 의사 자원봉사자를 구한 것도 그렇게 해서 구해졌다. 우리는 3월 12일 오픈 전인 3월 10일 최종적으로 다 장치해 놓고, 감염의학과 교수를 불러 강의를 들었다. 개원의사 간호사 하남행정요원 방역소독요원 하남시장까지 전부 다 모여 최종 리허설했다.

저는 배치하는 의사회 총책임자다. 보건소 총 책임자는 소장이다. 최고 상부는 시장이 있다. 그런데 지금 여러 카톡 방들이 의논한다. 제일 중요한 방은 소장과 제가 하는 방이다. 거기서 둘이서 결정하는 의논들이 많다.

- 정부는 개방형클리닉 500개에 더해 의료기관클리닉 500개를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말하면 의료기관클리닉을 이렇게 만들 수 없다. 비용적으로 음압을 어떻게 걸고, 동선을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나? 하루에 오전 내내 3명, 4명 보면서 어떻게 하겠나. 그리고 환자보다 행정 요원 등 인력이 더 많은데.

지역 의원이나 중소병원은 할 수가 없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취재만 하고, 지자체는 배워만 가지 이건 못 따라온다. 내가 보기엔 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을까? 우선하려면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데 이거 배워가서 고대로 하면 된다. 시군에서 도서관 주고, 그리고 예산 주고, 그런데 그다음에 누군가 민간의료차원에서 보건소 관리의사 공직의사들이 홀로 담당하면서 피곤하지 않게 자원봉사해야 한다. 민간의사가 참여 안 하면, 시군에서 의사를 페이닥터로 3명, 4명을 쓰면 된다.

- 정부의 개방형클리닉 추진에 개원가 저항도 있다.

민간의사하고 알력이 있을 거다. 내 환자 뺏어가는 거 아냐. 이러는 거다. 실제로 보지는 않으면서, 실제로 기피 하면서다. 열나는 환자 오면 보겠다는 거도 아니다. 2주 동안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의사회 걱정 차원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대신에 보건소장에게 기존에 보건소에서 진료하던 관리의사의 진료실을 폐쇄하고, 호흡기클리닉만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코로나 정국 때문에 우리도 뛰어든 건데 보건소도 일반진료는 민간의원에서만 하게 하자고 했다. 지금까지 보던 고혈압 당뇨환자 약도 처방했는데 실제로 그때부터 다 닫았다. 하남시보건소장이 닫고 있다.

- 하남시 얘기를 들어 보니 앞으로는 반나절이 아닌 하루종일 그리고 코로나19와의 정기전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호흡기감염클리닉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고, 하남시 의사들도 자원봉사를 계속할 거로 들었다. 어떤 심정으로 임하시는지?

일반인은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며 하는 희망이 있겠지만, 최소한 의료종사자는 1~2년 내에는 안 끝날 거라고 짐작한다. 우리 의사 중에서는 저는 올해 말까지 내지는 내년까지 할 생각이다. 어차피 목요일은 쉬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고정적으로 계속하는 게 낮다. 경험도 팀워크도 그게 낫다.

자원봉사 의사 수급 차원은 3명이면 굉장히 빡빡하게 돌아간다. 만약 보건소나 관에서 지차체에서 굳이 하고 싶다면 그냥 봉직의 3명 취직시키면 된다. 그런데 양질의 봉직의를 구할 수 있나 모르겠다. 경험이 10년 20년 내지는 30년 된 사람들이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의사회와 알력이 있을 수 있다. 불만 있더라도 의사회 소속 시니어 원장들이 가서 자원봉사하고 있다. 대신에 얻어 내는 것(코로나19로부터 회원보호, 마스크, 보건소 일반진료 차단, 소정의 자원봉사비 등)도 많다.

- 한편에서는 개방형클리닉은 의사를 정부가 '의료진 덕분에'라면서 수탈하는 구조라는 시각이나 논란이 있는 데.

그거를 안 느끼는 의사가 있겠나? 저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누굴 보고 한 게 아니다. 저는 하남에서 개업 25년이다. 난 지금은 정부하고는 그건 아니고 하남만은 막자는 생각이다. 의사들도 개인적 의견 편차가 많다. 의사 집단만 보면 정부 잘못했다고 보는 쪽이 훨씬 많을 거 같다. 그런데 전적으로 잘못된 정부를 칭송하는데 끝이 없는 의사도 있다.

-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은?

뒤늦은 후회지만 정부가 지난 5월 5일 연휴를 잘 지냈어야 했다. 어떻게 연휴 때 풀자 하나? 5월 5일부터 그때 힘들 때 더 막아야 했다. 지금 다시 조이자 하니 말 안 듣는다. 처음 (중국) 여는 거도 말이 안 됐다. 지금 너무 심각하다. 이태원 클럽 터지면서, 택배물류센터 터졌다. 지금 뭐 술집 터지고, 교회 조그만 곳 터지고 하면서 이게 만약에 신천지 대구라는 경험이 없이 초기에 우리나라 인구의 반이 있는 2500만 경기 서울 인천 수도권에서 터졌다면 나라 전체가 박살 났을 거다. 못 막았을 거다. 대구 때가 5차, 6차 감염 얘기했었다. 지금은 7차, 8차 얘기한다.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 2500만에서 터지면 병원만으론 턱없는 데 그게 다 준비돼 있다. 생활격리센터를 지차체가 다 준비하고 있다. 경증은 자가격리부터 순서대로 하는데 대구 희생으로 경험으로 배워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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