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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잘못 사용하면 바이러스 뿜는 기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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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잘못 사용하면 바이러스 뿜는 기계 된다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4.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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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위치 따라 공기정화 대신 오염물 확산… 책상 위 높이 적절
가천대 길병원 함승헌 교수, 바이러스 예방 목적 공기청정기 사용은 부적절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공기정화를 위해 설치하는 공기청정기가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 중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 주의가 요구된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의 설치 위치에 따라서 비말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오히려 확산만 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함 교수는 “공기청정기는 하단부에서 오염물을 흡입하고 이를 정화한 후 공기청정기 위쪽으로 강하게 발산시키는 방식”이라며 “따라서 공기청정기의 흡입구를 사람의 기침 등 비말이 발산되는 위치에 둬야 제대로 된 공기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콜센터 등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3월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중소규모의 콜센터업체에 비말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간이 칸막이 설치, 공기청정기, 손 세정제, 마스크 구매 등의 비용으로 2000만 원까지 긴급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바닥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원의 위치에 따라 오염물질의 정화 능력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 가천대 길병원
오염원의 위치에 따라 오염물질의 정화 능력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 가천대 길병원

이와 관련, 함 교수는 “공기청정기는 정화된 공기를 멀리 보내야 하기 때문에 흡입구보다 배출구의 풍속이 강하다”며 “공기청정기를 바닥에 설치할 경우 정화되지 않은 비말 등이 배출구의 강한 풍속을 타고 실내 전체에 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사람의 앉은키에 맞춰 책상 위 정도 높이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야 사람의 기침 등을 흡입해 정화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함 교수는 공기청정기의 사용 목적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기청정기는 입자상물질(미세먼지 등)이나 가스상물질(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희석하면서 공기 중 유해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희석환기 방법이 적용된다”면서 “희석환기는 독성이 낮고, 발생량이 적고, 가스상물질인 경우 효과적이며, 시간에 따라 균일하게 발생하는 물질일 때, 국소배기장치의 설치가 어려울 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전염성이 높고, 작지만 입자상 형태의 바이러스이고, 잘 알려진 바 없는 고위험 생물학적 유해요인이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이용한 희석환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공기청정기의 올바른 설치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따라 사용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 등의 효과는 유효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서도 필터의 효과성과 효율성의 문제, 공기청정기의 기밀성, 살균기능 제품의 효과성, 난방기나 공기조화설비를 통한 감염 등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세계적 저널인 <Epidemiology and Health>에 ‘Prevention of exposure and dispersion of COVID-19 using air purifiers: challenges and concerns’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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