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 환자에 완치자 혈장 주입했더니 ‘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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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증 환자에 완치자 혈장 주입했더니 ‘완치’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4.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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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 2명에 투여해 효과 확인… 1명은 퇴원
세브란스 최준용 교수 “부작용 없이 치료, 혈장치료 시스템 구축 필요”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 ⓒ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 ⓒ 세브란스병원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은 뒤 완치되면서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팀은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두 명에게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혈장치료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혈장치료를 받은 두 명 모두 완치됐으며, 그중 한 명은 퇴원했다.

최준용 교수 연구팀은 국내 처음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동반된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에게 완치자의 혈장을 사용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이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 사용된 바 있다.

김모(71·남) 씨는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ray 검사에서도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염증 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은 172.6mg/L(정상은 8mg/L 미만)까지 상승했다.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mL를 김 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혈장치료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김 씨는 열이 떨어지고 CRP도 5.7mg/L로 정상 범위가 됐다.

흉부 X-ray 검사상 양쪽 폐도 더 나빠지지 않았다. 혈장을 투여받는 동안 특별한 부작용도 없었다. 현재 김 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반응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혈장치료를 받은 이모(67·여) 씨의 경우 평소 고혈압 병력이 있는 가운데 고열과 근육통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진단 3일째부터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높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불구하고 93%(일반 평균 95% 이상)로 확인됐다.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 역시 314mg/L까지 상승했고, 심각한 호흡 곤란 증세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이 씨에게도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고,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지만,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하고 있었다.

이 씨에게는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한 후 림프구 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흉부 X-ray 검사에서 폐의 침윤이 몰라보게 좋아졌으며,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 씨는 이후 완치 판정을 받고 3월 말 퇴원했다.

(위) 김 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영상.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지고 있다. (아래) 이 씨 역시 혈장치료 후 폐 곳곳에 보이던 폐렴 증상이 개선됐다. ⓒ 세브란스병원
(위) 김 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영상.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지고 있다. (아래) 이 씨 역시 혈장치료 후 폐 곳곳에 보이던 폐렴 증상이 개선됐다. ⓒ 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 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면서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같이 들어가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조합이 위중한 코로나19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다”면서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들이 있고 대규모 임상 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이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완치자가 항체를 가지는 기간이 있을 텐데,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대한의학회지)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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