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태아 살인’ 산모와 의사의 엄정한 처벌과 우리 사회의 치열한 논의와 행동을 촉구한다

의학적으로 ‘임신 36주’ 태아는 당장 태어나도 독자 생존에 별 문제가 없을 시기로 간주된다. 독립적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이름모를 태아의 생명을 앗아간 행위는, 분명 의학적 범주에서는 ‘살인’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악할만한 ‘태아 살인 브이로그’가 천연덕스럽게 대중에 전파되는 곳이 우리나라 외 어디에 또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런 반인륜적 행위조차도 모호한 현행법과 입법공백으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을’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중요한 책임과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들이 오히려 지독히 나태하며 극단주의에만 매몰되어 사회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가치를 등한시하고 있다. 오늘 이 사건은 이러한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낸 전형적 사례다. 인간 존엄이나 생명 윤리의 본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은 고사하고, 명백한 입법 공백을 5년째 방치하는 정치적 태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견제하거나 스스로 규율하지 못하는 우리 의료계의 무능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태아 살인’의 은밀한 의뢰와 실행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결여된 상태에서 무질서하고 무분별한 낙태가 횡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윤리적 행위가 일상화된 디스토피아적 한국 사회에서 이런 모습이 만연해 있기에, 스스로 잉태한 '36주 태아'의 생명을 거둔 여성은 죄의식 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영상 올렸을 것이다. 명백한 '태아 살인 사건’이 보여준 생명 경시, 인간성 상실의 사례는 비단 이 사건 하나에 국한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생명 존중 가치의 결핍’이라는 병리가 고쳐지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더욱 만연해지고 극단적인 양상으로 이어질 것임을 심각히 우려한다.

1. 우리는 생명의 존엄함을 부정하고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을 포기한 ‘36주 태아 살인’의 실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인간의 본성에서 벗어난 자들에게 준엄한 처벌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 국회는 조속히 낙태법 제정을 통해 생명윤리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고한 태아가 무책임한 산모와 의사에 의해 죽어가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생명 보호 법안을 즉시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3. 의료전문직의 자율 징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은밀히 행해지는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전문가평가제를 시행해 왔다. 엄격하고 신속한 자율징계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수 있도록 복지부의 면허관리 권한을 의사단체에 이양할 것을 요구한다.  

잘못된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사회의 미래는 파멸이다. 이번 사건을 겪고도 단호한 조치와 각별한 노력이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인간생명의 존엄함에 대한 인식과 존중은 머지않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는 올바른 생명윤리의 정립을 위해 치열하게 논의에 나서야 하며, 정치권과 의료계, 사회 전반은 신속한 입법 추진을 위해 즉각 행동해야 할 것이다.

2024년 8월 12일
의료윤리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