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7-17 11:09 (수)
사실상 유일한 항구토제인데… “의사 대부분 잠재적 업무상과실치상죄 대상”
상태바
사실상 유일한 항구토제인데… “의사 대부분 잠재적 업무상과실치상죄 대상”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4.06.19 0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의연, 맥페란 처방 의사 유죄 판결 유감… 의료 전문성 고려한 판결 요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맥페란 처방 의사 유죄 판결을 두고 의료계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의 마지막 브레이크마저 고장 내버린 결정’이며 공분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완화 목적으로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행위는 업무상과실치상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30일 창원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2021년 1월 80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증상 완화 목적으로 항구토제인 맥페란 주사제를 처방한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맥페란 주사제는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나 가장 흔히 사용하는 항구토제이기 때문이다.

바의연은 “맥페란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약제이고, 국내에서도 개인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라며 “이렇게 널리 사용되는 약제의 투여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적용된다면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거의 모든 의사는 잠재적인 업무상과실치상죄의 대상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는 맥페란 주사제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반면, 의학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미국 식약처(FDA)의 허가 사항에는 파킨슨병 환자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바의연은 “FDA에서는 맥페란 주사제를 금기 약물이 아닌 신중 투여 약물로 분류하고 있다”라며 “그 외 외국의 자료를 살펴보아도 파킨슨병 환자에 맥페란 주사제 투여를 금기증(contraindication)으로 포함한 경우도 있고, 주의(precaution)해야 할 경우에 포함시킨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여러 자료의 결과를 종합해 보았을 때,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 투여는 절대적인 금기 사항이라기보단 주의해서 투여하거나 투여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고되는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실제 임상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일어날 확률이 높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아니라면,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서 금기증이나 주의 사항에 해당하더라도 약제를 처방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라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금기증이나 주의증에 해당하는 환자의 구역 및 구토 증상을 급하게 교정해 주어야 할 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하는 경우”라고 전했다.

임상 상황에서 금기증이나 주의증에 해당하더라도 위험성을 무릅쓰고 약제를 투여하는 이유는 약제 투여를 통해 환자가 얻는 이득이 손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해당 약제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이며 영구적인 문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페란 주사제 투여로 인한 효과 및 부작용은 최대 24시간(4반감기) 후 사라진다. 맥페란 주사제 투여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의 대표적인 예는 추체외로 증상(Extrapyramidal symptoms, EPS)의 일종인 지연성 이상운동증(tardive dyskinesia)이다. 지연성 이상운동증을 포함한 추체외로 증상은 장기간 또는 고용량 투여 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적은 용량의 일회성 투약만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바의연은 “문진에서 환자가 자신의 지병을 알려주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환자가 파킨슨병 환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증상 완화를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손해보다 크고 부작용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의사가 판단했다면, 맥페란 주사제를 1회 투여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사 투여 몇 시간 후 환자에게 일어난 증상이 명확하게 맥페란 주사제 투여에 의한 증상이라는 증거도 없고, 만약 해당 증상이 주사제 투여에 의한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드물게 발생하면서도 영구적이지 않은 부작용이 생겼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 금고형이라는 중형을 내린 것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바의연은 재판 과정에서 참고했던 의료 감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재판에서는 세 군데에 의료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는 대부분 맥페란 주사제 투여로 인해 추체외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사제 투여와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던 환자의 증상 악화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의연은 질문의 방식에 따라 의료 감정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재판부가 “맥페란 주사제 1회 투여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면 당연히 “악화시킬 수 있다”라는 답이 돌아올 테고, “환자에게 나타난 증상이 맥페란 주사제 투여 1회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가? 해당 증상을 일으킬 다른 원인은 없나?”라고 물었다면 “맥페란 주사제 1회 투여로 해당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적으로 높지는 않다. 맥페란 주사제 투여 이외에도 환자의 전신 상태 변화, 항파킨슨병 약제 및 기타 약제에 의한 부작용 및 약물 상호작용, 기저 질환 자체의 악화, 기타 원인 불명의 원인 등이 있을 수 있다”라고 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의연은 “재판부는 의료 감정 결과에서 맥페란 주사제 투여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수 있다는 사실만을 재판에 인용했고, 이를 업무상과실치상죄의 핵심 근거로 활용했다”라며 “감정 의견 중 파킨슨병 환자의 구토를 반드시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면 맥페란을 단기간 사용하는 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해당 환자는 맥페란 사용을 반드시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환자에게 맥페란 사용이 필요한지에 대한 여부는 당시 환자를 진찰한 의사만이 알 수 있는 의학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당시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지도 않았고, 의학적 전문성이 사실상 전무한 재판부에서 단순히 감정 의견에만 근거해서 맥페란 주사제 사용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한 행위는 명백하게 의학적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위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형사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판단해야 함에도 이번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1심과 2심 재판부는 정황상 의사의 유죄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에 맞는 증거와 자료만을 취사선택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라며 “지금까지 의료 관련 재판에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던 판결의 공통적인 특징은 의학적인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한 상태에서 편향된 방향으로 내려진 판결들이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를 통해 여러 금기증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맥페란 주사제를 왜 의료기관에서 널리 사용하고, 다른 대체 약물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바의연은 “항구토제에는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맥페란, metoclopramide), 세로토닌 길항제(ondansetron 등), NK1 수용체 차단제(aprepitant, fosaprepitant)가 있으나 NK1 수용체 차단제는 약제 가격이 높고 이미 발현된 구토 및 오심 증상에는 큰 효과가 없다. 세로토닌 길항제는 항암치료 후 발생하는 구토와 수술 후 발생하는 구토 이외에는 사용이 허가되어 있지 않다”라며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의료기관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항구토 효능이 있는 주사제는 맥페란 주사제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바의연은 “만약 이번 판결이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앞으로 의료기관에서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의사의 소신과 의학적 지식에 근거해서는 어떤 종류의 약제도 투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바의연은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무시하고, 일부 의료 감정 결과에서 명시된 주장만을 바탕으로 내려진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이라며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필수의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체는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라면서 재판부를 향해 공정하면서도 의료의 전문성을 고려한 판결을 요청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