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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레드팀께, “지지율은 반짝, 의료계 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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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레드팀께, “지지율은 반짝, 의료계 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받을 것”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4.05.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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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대통령실 레드팀·국회 향해 호소
‘연금개혁’은 타협 절차 중시하면서 ‘의료개혁’은 강압적인 모순 상황
의료진·국민 의견 충분히 반영된 올바른 의료개혁 위해 멈추고 돌아보는 용기 필요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서울의대 교수진이 대통령실 레드팀을 향해 의대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이대로 강행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레드팀’이란 의도적으로 조직의 반대 입장에서 조직의 취약점을 찾아내 경고하고 보완하도록 하는 팀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대통령의 말처럼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타협의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이라며 “의료개혁이 현장의 의료진과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올바른 정책이 되도록,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라고 호소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연금개혁 관련 “쫓기듯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중요하다”라고 한 대통령실의 발언을 인용하며 의료개혁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료개혁도 (연금개혁과) 마찬가지”라며 “근거가 부족한 2,000명, 대학 자율로 정해진 1,509명의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대 증원이 당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도 지적했다. 이들은 “가까운 의원이 인근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급종합병원에 신속히 연계해 진료받을 수 있는 체계, 이를 뒷받침할 의료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되면 상급종합병원은 본래 역할인 중증 환자의 진료와 1, 2차 의료기관과의 협력, 환자와 의료계를 위한 교육과 고난도 진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러한 의료개혁은 왜 뒷전으로 밀려나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량이 OECD 평균의 세 배에 이르는 점을 들면서 “2035년에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과도한 의료 이용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다”라며 “1차 의료가 튼튼해지면 질병의 치료 못지않게 예방에도 투자하는 바람직한 의료체계가 될 텐데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바람직한 의료체계 대신,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효과도 알 수 없는 무리한 의대 증원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실적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의체에서 실제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되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의과대학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점도 언급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해외 의료선진국에서는 10~20년에 걸쳐 차근차근 증원을 실행한다”라며 “의대 정원을 일시에 50% 늘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라고 밝혔다. 또,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더라도 한 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이 가능한 점도 강조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필요한 의사 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위한 시설과 교수진을 먼저 확보한 후 학생 수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의 이유로 제시한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에 대해서도 “10년 후를 위한 의대 증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라며 “우리나라 소아 인구는 지난 20년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그보다 더 많이 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아과·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자신의 전문 분야 진료를 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 그리고 환자 교육과 원칙에 따른 치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수가체계를 만들면 바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병원을 떠났다는 정부의 주장에는 “전공의들은 수련 환경의 열악함을 알고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의료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련을 선택했던 것”이라며 “정부는 전공의가 국가 자산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국가가 이들의 수련에 지금까지 어떠한 투자를 해 왔느냐”라고 물었다. 덧붙여 “수련을 더 받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한과 벌칙, 대체인력의 인건비 지원은 쏙 빠진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으로 수련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면 정부는 의료 현장을 정말 모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올해 의대생들이 휴학, 유급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신입생 포함 7,500여 명의 의대 1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학부터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교육과 수련을 받게 된다”라며 지방 의대생들은 수도권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 다시 수험생이 되는 길을 택하고 있고 다수의 N수생 양산, 이공계는 신입생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산업 손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도 물었다.

이어 의료계는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앞으로 의료계는 불충분했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의료공급자로서의 국가적 책무를 되새기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하자면서도 2025년 의대 정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라면서 ‘증원 번복 불가’라는 조건을 내세우며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하는 정부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22대 국회를 향해서도 당부를 전했다. 이들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지금, 우리는 22대 국회의 개원을 손꼽아 기다린다”라며 “비록 정부의 일방적인 약속 불이행으로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되었으나, 2020년 여름의 의료계 공백이 한 달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입법부, 국회가 유일하다”라며 “2020년의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지도록 의료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여야 합의를 거친 법안을 통해 정책이 합리적으로 추진되도록 해달라”라며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올바른 의료개혁을 통해 바로 설 수 있도록, 협상과 합의에 따른 정책 수립이 어길 수 없는 원칙이 되도록, 다시 한번 개입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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