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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수님 영정 앞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업 끈 놓지 않고 환자 곁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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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수님 영정 앞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업 끈 놓지 않고 환자 곁 지켜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4.05.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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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협의회 "최고 수준 대한민국 의료, 하늘에서 뚝 떨어진 2천 명 숫자로 괴멸적 파국 치닫고 있다 "

"정부는 아집 무지함 벗어버리고 처음부터 전문가 의견 경청하여 다시 시작해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업의 끈을 놓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다 유명을 달리한 분당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부산대 안과 교수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4월 30일 전했다.

개원의협의회는 "사직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던 젊은 교수 두 분이 운명을 달리하였다. 과중한 업무 끝에 의사들이 생을 마감하는 것에 정부는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언론들은 꿀 먹은 벙어리이다"라고 지적했다.

개원의협의회는 "대한민국 의료는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내며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2000명이라는 숫자로 인해 괴멸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 우리나라의 의료를 살리고, 그들의 말대로 의료 선진국을 이루고자 한다면, 정부는 아집과 무지함을 벗어버리고 처음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아래는 애도문 전문이다.

두 교수님 영정 앞에 

지난 4월 20일, 사직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꾸며 연일 외래 진료와 당직을 서던 50대 여교수가 장폐색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보다 앞서 3월에도 40대의 안과 교수가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하였다. 정부의 출구 없는 의대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괴멸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의 의료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업의 끈을 놓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당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님과 부산대 안과 교수님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현사태를 유발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문책,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한다.

전공의 사직 행렬이 시작된 지난 2월 이 후, 정부는 근거없는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해결책 없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총선 참패라는 국민의 심판 결과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의 뜻을 굽히지 않고 조삼모사식 숫자 놀음으로 다시금 의료계를 농락하며 거짓된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사직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던 젊은 교수 두 분이 운명을 달리하였다. 과중한 업무 끝에 의사들이 생을 마감하는 것에 정부는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언론들은 꿀 먹은 벙어리이다. 두 사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교수라는 직책으로 인하여 환자를 놓고 자리를 뜨기 어려운,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래 진료와 당직, 시술, 수술까지 과중한 업무를 보고 있었다는 점과 교수들 중 비교적 젊은 나이의 분들이라 업무가 더욱 과중하게 몰렸을 것이라는 점, 지주막하 출혈과 장폐색은 스트레스와 과로로 더욱 병세가 위중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나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당직 중이 아니었다.’, ‘과중한 업무 부담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섣부른 추측성 기사가 양산되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내며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2000명이라는 숫자로 인해 괴멸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의 미래가 사라지자 낙담한 전공의들 역시 모래알처럼 흩어져 사직하게 되었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교수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몸을 갈아 넣어 진료와 당직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분골쇄신 끝에 정말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슬픈 일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리한 정책을 고집하며 문제 해결에는 전혀 뜻이 없는 듯, 매일을 처절하게 버티며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을 처벌하겠다는 협박을 계속 일삼고 있다. 광화문 사거리 전광판에서는 환자와 의사 관계를 이간질하는 광고가 계속되고 있으며, 의료 붕괴 사태를 유발한 것에 대한 책임 의식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지금 당장 그 누군가의 이 무지하고 파멸적인 주장과 무모한 고집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아픈 이들을 지키다 생을 마감한 숭고한 두 분의 영정 앞에 당장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기를 바란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 우리나라의 의료를 살리고, 그들의 말대로 의료 선진국을 이루고자 한다면, 정부는 아집과 무지함을 벗어버리고 처음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 의사들은 환자를 위한 길이라면 언제든 적극 돕고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사태 이 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아니 결코 떠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갑자기 찍어 누르는 폭력적인 힘에 의해 환자 곁에서 떠밀려 나가고 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의업의 숭고한 뜻을 위해 생을 달리하신 두 분의 교수님들의 명복을 빌며, 그 뜻이 허무하게 남겨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의업의 의무를 다할 것을 두 고인 앞에 겸허히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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