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확인 시스템 구축, 상식 벗어난 과태료 규정 폐지 등 요구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의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환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처분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는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의 추진 배경이나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이 의료기관의 고유 업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 민간 기관에 협조를 구할 때는 해당 기관의 업무에 적합 여부를 따져보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한 양해를 바탕으로 합의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장 한 달 후 본인확인 제도 시행일에 의료기관 현장에서 벌어질 실랑이를 우려했다.
대개협은 “제도 시행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의료기관 방문 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국민 홍보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은 무시한 채 본인확인을 위반한 의료기관에는 과태료 처분을 내리겠다고 큰소리만 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법권이 없는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환자에게 신분증을 들게 하고 머그샷을 찍으라는 건지, 차트에 확인 사실만 기록하면 되는지, 아니면 지문 조회라도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지침도 없다”라며 “환자가 마음먹고 도용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본인확인을 한들 100%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분 도용 시 의료기관 역시 피해를 보는 입장인데, 오히려 의료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도둑맞은 가게 주인에게 도둑을 놓쳤으니 벌금을 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개협은 국민 80% 이상이 동의하고 충분한 준비가 됐을 때 본인확인 강화 제도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제도 시행 전 국민 대부분이 알 수 있도록 충분히 홍보와 함께 의료기관 업무 부담이 없도록 최소한의 개입으로 본인확인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요구했다. 아울러 신분 도용에 따른 2차적인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지 않을 것과 상식을 벗어난 과태료 규정을 폐지하고 본인확인 업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