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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안 통하는 저항성 고혈압, 수술로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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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안 통하는 저항성 고혈압, 수술로 고친다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3.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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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포스텍 연구팀, 획기적인 복강경 치료기술 개발
왼쪽부터 정창욱, 최의근, 박성민 교수. ⓒ 서울대학교병원
왼쪽부터 정창욱, 최의근, 박성민 교수. ⓒ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적 치료로는 한계가 있었던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나와 화제다.

서울대병원 정창욱·최의근 교수와 포스텍 박성민 교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다학제 연구팀을 결성해 복강경 수술을 통한 신경차단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고혈압은 전 세계 성인의 약 40%가 앓고 있는 질병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0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10%는 3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도 듣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이다. 이들 대부분은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사망에 이른다.

신장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혈압이 조절된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기존 연구자들은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넣고 신장 동맥 외벽으로 지나가는 교감신경을 차단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전 세계 어느 연구에서도 3상 임상시험을 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이 방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찾아냈다. 환자의 절반가량은 3mm 이하의 작은 동맥을 가져 카테터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신경의 약 30%는 동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혈관 내부로 들어간 카테터로 외부에 존재하는 신경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강경수술 장비. A 부분으로 신장 동맥을 감싸고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교감신경을 차단한다. ⓒ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복강경수술 장비. A 부분으로 신장 동맥을 감싸고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교감신경을 차단한다. ⓒ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포스텍 연구팀은 환자의 혈관이나 신경의 분포와 무관하게 모든 신경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복강경 수술 장비와 수술 기법을 개발했다. 외부에서 신장 동맥 360도 전면을 감싸고, 전기 에너지를 일정한 온도로 신경에 전달하는 인공지능형 스마트 제어기술이다. 이를 통해 혈관 손상 없이 동맥벽 근처의 교감신경뿐만 아니라 거리가 떨어진 곳의 신경도 완전히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돼지 네 마리를 대상으로 양측 신장에 새로운 방법의 신경차단술 7건을 시행한 결과, 효과적으로 신경이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 돼지와 인간은 신장 크기와 위치가 매우 유사하다.

정창욱 교수는 “최초 연구 이후 계속 진행한 동물실험과 장기간 대동물 생존 연구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의 혈압 변화 차이가 매우 극적이었다. 이 정도의 결과를 보고한 연구성과는 현재까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교수도 “전통적 내과 질환을 최소침습수술이라는 외과적 방법과 첨단 공학의 도움으로 극복한 것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다. 다학제 협업 연구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피력했다.

최의근 교수는 “신장 신경조절을 통해 고혈압 및 부정맥 질환을 조절할 수 있다면 치료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동물실험과 임상연구 결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혁신성을 입증받아 국제 학술지 ‘비뇨임상연구(Investigative and Clinical Urology)’ 최근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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