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 회의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행위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후속 조치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의 질의에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판결이 그렇게 나와서 급여화와 관련된 것을 앞으로 협의해야 하지 않나 절차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한 가운데 의료계는 발언의 진위를 재확인하는 등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강중구 심평원장의 답변을 두고 “건강보험 급여 항목 관리를 직접적으로 하는 심평원의 수장이 건강보험 급여 지정의 원칙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라고 지적했다.
회의에서 언급된 한의사 초음파 진단행위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행위 자체의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만을 판단했을 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행위가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행위인가는 별개의 문제로 봤기 때문이다. 바의연은 “해당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급여 또는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의계는 대법원 판결 직후 초음파뿐만 아니라 CT와 MRI도 한의사가 진단에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한편, 대법원에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 내린 초음파 진단행위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 바의연은 “건강보험 급여 및 비급여 지정의 원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는 황당한 주장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은 물론, 비용효과성과 여러 가지 사회적, 재정적 요소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대법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판결만 나왔을 뿐 유효성, 안전성, 비용효과성,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 등 건강보험 등재 의료행위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 중 어느 하나 검증된 것이 없다. 바의연은 “심지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인지 여부는 현재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한번 심의 중으로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몇 단계를 건너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건강보험 급여화 주장은 황당한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행위가 급여 또는 비급여 지정을 통해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려면, 먼저 최종적으로 파기환송심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확정판결이 나와야 한다. 이후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급여 및 비급여 여부를 논할 수 있다.
바의연은 “그러나 신의료기술 평가제도에도 한 가지 맹점이 있다”라며 “2007년 제도가 도입되면서 2007년 이전에 비급여 목록에 등재돼 있던 행위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한방 비급여 항목이 신의료기술 평가를 면제받았고, 몇몇 한방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과정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바의연은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2007년 이전에 한방 비급여로 지정돼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가 면제됐던 수많은 한방 비급여 행위에 대한 재검증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 국가의 건강보험 급여제도를 책임지는 심평원장이 급여 기준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무지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심평원장을 향해 국회에서 내뱉은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한의사 초음파 진단행위의 신의료기술 평가와 관련해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입각한 업무 처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