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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힐러지 킬러 아냐, 킬러의 역할까지 하라고 자꾸 몰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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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힐러지 킬러 아냐, 킬러의 역할까지 하라고 자꾸 몰아가"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3.03.07 16: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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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DNR 동의서는 심정지라는 특수 상황에만 활용 가능"
이명진 "조력 존엄사로 표현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
전성훈 법제이사 ©경기메디뉴스
전성훈 법제이사 ©경기메디뉴스

"김 할머니 사건은 소극적 안락사이다. 존엄사는 개념이 다른데 언론사에서 그냥 갖다 쓰는 바람에 혼란이 많이 일었다"
"의사는 힐러지 킬러가 아니다. 그런데 킬러의 역할까지 하라고 자꾸 몰아간다"
"존엄사를 끌고 들어와서 조력 존엄사 이런 식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현대판 고려장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가 6일 저녁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월례 강연회를 가진 가운데 이런 우려가 있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가 '나쁜 치료 결과와 형사처벌, -연명의료 법리를 중심으로-'를 발제했다.

전 법제이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서 대법원은 최초로 연명의료 중단의 요건을 판시, 이른바 ‘존엄사’ 개념을 인정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논의가 재개됐다.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법)’이 제정됐고, 2017년 8월 시행됐다"고 덧붙였다.

DNR(Do Not Resuscitate) 동의서는 심정지라는 특수 상황에만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법제이사는 "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실무적인 포인트들이라고 하면 연명의료 중단 시에도 현행법하에서는 통증 완화, 영양, 물, 산소 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에는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말기 환자나 특히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DNR 동의서를 받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심정지라는 특수한 상황에만 허용 가능한 거기 때문에 연명의료법에 부합하는 환자의 의사 표시가 아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면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에 있는 양식 등 절차가 번거롭지만, 받아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가능하면 현행법 조문에 따라서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메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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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김 할머니 사건을 언론에서 존엄사로 표현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 회장은 "김 할머니 사건을 존엄사라고 표현했다"라고 지적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법적으로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우리나라 법에서 존엄사 개념으로 아직은 인정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사망하게 된 절차에 대한 (의사의) 적극적인 조력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진 초대 회장은 "김 할머니 사건은 소극적 안락사이다. 존엄사는 개념이 다른데 언론사에서 그냥 갖다 쓰는 바람에 혼란이 많이 일었다. 존엄사라고 하는 건 미국 오리곤주의 'death of dignity'를 직역하면 존엄사이다. (김 할머니 사건은) 'physician assist suicide'로 다르다. pas는 (존엄사가 아닌) 살인이다. 차라리 소극적 안락사로 표현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학적으로 표현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초대 회장은 "허대석 선생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도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법이 아니다라고 하시고, 저도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라며 "언론에서 한 번 잘못해 놓으니까 계속 존엄사라고 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참고 자료 / 출처 : 허대석 교수의 '안락사 논쟁의 전제 조건' 강의록 /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에서 안락사로 가는 입법 과정에서는 1단계이다. 그런데 최근의 논쟁은 2, 3단계를 넘어 4단계에 있다.
참고 자료 / 출처 : 허대석 교수의 '안락사 논쟁의 전제 조건' 강의록 /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에서 안락사로 가는 입법 과정에서는 1단계이다. 그런데 최근의 논쟁은 2, 3단계를 넘어 4단계에 있다.

연명의료법이 생명을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초대 회장은 "(연명의료법이) 생명을 위협하는 걸로 진전이 안 됐으면 좋겠다. 미국의사협회 AMA 폴리시에 보면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관여하지 않은 걸로 다 선을 긋고 있다. 그런데 일부 앞서가는 분들이 (설문 조사) 통계도 말에 따라 다른데 언론을 호도하는 경우도 있고, 생명을 벼랑으로 몰아가는 듯한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이 초대 회장은 "우리(의사)는 힐러지 킬러가 아니다. 의사는 힐러이다. 그런데 킬러의 역할까지 하라고 자꾸 몰아간다. 시민의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다 보니까, 저도 얼마 전에 한 TV 토론에 나갔는데 저는 아주 무례한 의사처럼 됐다. pas는 살인이다. 자살이다. 그런데 사망이다. 죽음이다. 이런 식으로 표현해서 넘어가는 언어유희라고 그럴까. 그 장난을 치는 방송사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 초대 회장은 "자꾸 존엄사를 끌고 들어와서 조력 존엄사 이런 식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현대판 고려장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라며 "그래서 특히 의사협회에서는 제일 약자인 사람들의 한 생명이라도 최후의 보루를 지켜줘야 되는 것이 임무이다"라고 제안했다.

앞서 전성훈 법제이사는 발제에서 2003년 용산구 사건을 언급했다. 아버지가 의료비 부담을 이유로 희귀병환자인 딸의 산소호흡기 전원을 차단한 사건이다. 환자는 3년간 산소호흡기 착용, 당시 TV를 시청하는 등 정상상태였다. 법원은 살인죄를 적용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문지호 회장은 "(용산구 희귀병 사건은) 간병 살인이 일어난 케이스이다. 용어를 보면 집행유예가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좀 더 잔혹한 범죄 행위가 일어났을 때는 형을 무조건 다 치르지만, 사정이 참작될 때는 집행유예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용어 중에서 기소유예, 선고유예를 한번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법제이사는 "형사절차에서 검사가 기소하면 재판을 받게 되는 건데 검사 단계에서 범죄 사실과 잘못한 걸 인정하고 반성하고 피해 회복이 된 걸 전제로 처벌받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라고 해서 기소를 안 하는 게 기소유예이다. 그다음에, 법원에 갔는데 판사가 보고 잘못한 건 똑같은 요건인데 굳이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겠다. 그러니까 자숙하라는 취지로 하는 게 선고유예이다. 그리고 선고하는데 집행은 안 하겠다는 게 집행유예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법제이사는 "집행유예도 많이 선고되지만, 기소유예도 의외로 많을 수가 있다. 그리고 선고유예는 굉장히 드물다. 선고유예는 판사가 하면 10년에 한 번 썼다고 그냥 농담처럼 얘기한다. 선고유예 같은 경우는 처벌할 게 아닌데 이걸 왜 기소했느냐? 정도의 검사에 대한 못마땅한 느낌이라고 해야 될 그런 정도이기 때문에 선고유예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자동면허 취소 사유로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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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2023-03-10 08:44:47
강제로 안락사 안시키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안락사 시술은 의사보다는 안락사담당공무원들에게 전담시키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앉락사 시술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도 않는데 싫다는 의사에게 억지로 시킬 필요까지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