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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 뜯어볼수록 실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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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 뜯어볼수록 실망스러워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3.02.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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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개선방안 제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가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등을 필수의료 지원대책으로 발표한 가운데 재원 마련의 현실성과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점, 의료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는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가 지원대책 관련 다양한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실제로 지원대책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바의연은 먼저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대책에 대해 센터 지원 중심 대책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40개소로 운영 중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센터로 바꾸고, 중증응급센터를 전국적으로 50~60개소 정도로 확충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의연은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센터를 제대로 만들려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및 지원 인력들이 현재보다 훨씬 많이 필요한데, 해당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타 의료 파트보다 고강도 노동이 필요해 인건비가 더 높은 이러한 인력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정도의 수가 가산이나 지원금 재원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원금의 기준을 만들어놓으면,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으로만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지원대책이 실제 진료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도 내다봤다.

특히, 센터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은 평소 중증응급환자를 볼 역량을 갖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재난적 사고 발생 등으로 특정 지역에 대량의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센터 병원으로만 환자가 집중되고, 이러한 집중화 구조로는 재난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바의연은 “센터로 지정된 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나서게 해 환자를 분산시키려면, 중증응급환자 치료와 일반 건강보험 급여 치료만으로도 의료기관의 흑자 경영이 가능하도록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문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몇 군데 권역심뇌혈관센터만을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서는 안 되고, 지역 내 여러 병원에서 심뇌혈관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수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도록 해야 이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 및 지원 인력이 적정하게 확보된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역 병원 간 순환당직 체계’는 이번 보건복지부 발표에서 가장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바의연은 “병원 간 순환당직 체계는 중증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력의 휴가와 휴식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하게 되므로, 중증필수의료 종사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중증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라며 “지역별로 당직 순번을 정해서 운영하게 되면, 오히려 당직이 아닌 병원들은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게 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중증의료 분야에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역 내 유사 환자들이 다수 발생할 경우 오히려 당직 체계로 인해 환자 치료가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모자의료전달체계 구축에 대해서도 1, 2차 의료기관의 붕괴와 상급종병으로의 중증 및 비중증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한 현 상황에서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봤다. 바의연은 “1, 2차 의료기관들에서 비중증 산모와 소아 진료를 통해 의료기관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모자의료전달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에서는 제한적인 지원 대상으로 오히려 쏠림 현상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정부는 공공정책수가 도입을 통해 중증 및 응급 질환에 대한 보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상 질환이 최근 이슈됐던 뇌동맥류, 중증외상 정도에 한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의연은 “응급실 내원 24시간 내 최종치료가 됐을 때 현행 수가의 2~3배를 가산해주겠다는 단서 조항을 붙임으로써 현실적으로 가산 수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반대로 가산 수가를 받기 위해 무리한 조치를 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라며 “또한 해당 가산을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와 상급종합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18개소에만 적용함으로써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가산 수가의 대상이 되는 중증 및 응급 질환을 현실적으로 더욱 넓게 정하고, 다양한 중증응급환자들이 상급종병이나 대학병원에만 몰리지 않도록 일반종병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지역 사회에 중증 및 응급 질환에 대한 유기적인 치료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중증소아 진료보상 강화 대책의 일환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역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시범사업에서는 해당 병원의 의료적 손실에 대한 기관 단위 사후보상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의연은 “이는 결국 의료 관련 적자만을 메워주는 수준에 머무르게 돼 실효성이 있을 수가 없다”라며 “환자 진료를 통해 흑자 경영이 되도록 해야 추가 인력을 채용하고,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식으로 재투자가 이뤄지는데, 재투자의 여력이 없어 결국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낙후된 시설과 제한된 인력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상시 소아진료체계 유지 지원대책은 소아중환자와 신생아, 그리고 1세 미만 소아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현재 무너진 소아청소년과 1~2차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언급했다. 바의연은 “근본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소아 일반진료에 대한 획기적인 수가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 1세 이상 일반 소아에 대한 진료를 통해 의료기관들이 흑자 경영이 가능하게 돼야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가 정상화될 것이고, 이러한 수가 조정은 출산율과 소아 인구수 등을 고려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분만 기반 유지를 위한 지역수가 도입은 효과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정부가 내세웠던 다른 대책에 비하면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며 후하게 평했다. 그러면서도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 한해 시설과 인력 기준을 만족하면 현행 분만수가의 3배 수준의 수가를 책정해도 실제로 이들 지역의 분만 가능 인구가 매우 적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질 수가 인상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분만수가를 3배 인상해도 외국과 비교하면 수가가 높다고 보기 힘든 점도 지적했다.

바의연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가산 수가만을 남발하지 말고 기본 분만수가를 OECD 평균 이상으로 정상화하면서 분만 취약지에 대한 지역 수가를 추가로 책정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만 인구가 현저히 적고,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취약지역에는 지역 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분만 인프라를 잘 갖추고, 의료 취약지 분만 및 산전관리 여성에 대한 교통 및 이송 지원 서비스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대안을 전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저평가 항목에 대한 수가 인상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3차 상대가치 개편의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모든 의료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종별가산율을 조정하고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종별가산 폐지를 통해 확보되는 재정을 외과계 수술과 입원 등 기존 저평가 분야 상대가치 보상 강화에 활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바의연은 “수가 인상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사실상 재정의 순증 없이 기존 수가 구조에서 상대가치 점수의 배점만 조정한 수준으로, 제로섬게임을 유도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혹평했다.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대책과 관련해서는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는 측면에서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법이 추진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라며 “아울러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보상 금액에 대한 국가분담비율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보상금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옳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발표한 당직제도 및 근무 시간 개선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전공의특별법에서 정한 주 80시간 근로 시간 기준도 대부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직 및 근무 시간 개선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라고 지적했고, “지금도 지방 의대 출신들이 졸업 후 또는 전문의 취득 후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는 상황에서 지방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늘리고, 비인기과로 전락한 필수의료 분야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로 지방과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마지막에 의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계와 의정협의를 통해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의연은 “실제로 의사 수 부족 여부와 의사 수 확충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의사 수 확충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명백한 의정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OECD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국가별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식이 다르고, 의사 업무량도 천차만별이기에 무조건 OECD 평균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OECD 평균에 가까워져 가고 있고, 국민들은 전 세계 최고 빈도로 외래 및 입원 의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봤을 때 대한민국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의연은 이 같은 분석 끝에 “무너져가는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결론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근본적인 의료 정상화 대책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이번 지원대책에 대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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