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 삼아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의료계 각 대표자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일행이 7일 오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의협 이필수 회장이 이같이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인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이필수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 이번 판결로 인한 국민건강 피해와 국가 의료체계 혼란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판결을 한 대법원에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의료법상 의료인이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각 분야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의사와 한의사의 교육과정은 분리되어 엄연히 다르고 병리생태학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교육 정규과정에 초음파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는 일말의 사실에 근거해 내린 이번 판결은, 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와, 건강 추구라는 헌법이 보장해야 할 국민의 근원적인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은 "이번 판결이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 현행 의료법은 그 체계상 모든 의료기기에 대해 법으로 일일이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의사와 한의사 각자의 면허와 무관하게 모든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규정을 법제화하기 어렵고 완전히 다른 의료인의 행위를 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과잉"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총무이사는 "이번 사건은 총 68회에 걸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는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되었다. 그만큼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이 전문적이고, 그에 따른 결과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처벌하지 않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외면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새로운 판단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느 누가 이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불과 2년 전인 2020년 6월 25일에도 한의사들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의료계 대표자 회의 결과는? 판결 부당함 홍보, 신고센터 운영, 법적 투쟁, 한방 대책 논의
질의응답에서는 7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열린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의료계 대표자 회의 결과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필수 회장은 "대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국민과 회원들께 더욱더 강력하게 홍보하기로 결정됐다. 두 번째는 불법 한방 의료 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불법 한방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는 원심이 파기되고 다시 2심으로 간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법적인 투쟁 그리고 법적인 준비를 더욱더 강화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네 번째는 대법원 판결 관련해서 범의료계 대책 기구를 구성하는 것을 논의했는데 다음 주에 구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2건의 고발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의협 차원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 판결과 관련하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방문하여 노정희 대법관을 사법부에 대한 업무방해죄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대검찰청에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이해관계인인 전 대한한의사협회 최 모 회장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