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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손보험사는 대체 왜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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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손보험사는 대체 왜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한 것일까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2.12.08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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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피보험자인 환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원칙
대법원, “단순히 채권회수의 편의나 실효성을 위해서는 채권을 대위행사 못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손쉽게 부당이득을 반환받으려 한 꼼수라는 지적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보험사들의 실손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는 주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은 환자(실손보험가입자 및 피보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후 이를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으로 청구한 것을 보험사가 지급 거부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처럼 실손보험사들이 최근 들어 유독 피보험자인 환자들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보험금 지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면에는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이제는 법적으로 아예 막혀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원희 법제이사
이원희 법제이사

금년 들어 ‘맘모톰’과 관련한 사건의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들이 줄줄이 실손보험사에게 패소 판결을 선고하면서 ‘보험사는 피보험자인 환자들을 대위해서 의료기관을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 이유를 들자, 보험사들이 이를 또다시 피보험자들에 대한 소송전으로 전개하기보다는 향후 지급하여야 할 실손보험금 자체를 소극적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사들은 왜 지금까지 피보험자인 환자들이 아닌, 보험계약과 무관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실손보험금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고, 그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경기도의사회 법제이사 겸 고문변호사인 이원희 변호사(법무법인 광덕 대표변호사)를 통해 그 설명을 들어보자.

보험사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바로 「채권자대위권」이다.

민법 제404조 제①항 전단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보험사들의 논리는 ‘피보험자인 환자들은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았던 실손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보험사에 반환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환자들은 의료기관을 상대로 하여 같은 금액을 반환청구할 수 있으니, 보험사가 아예 환자들을 「대위하여」 의료기관에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위한다’는 것은 ‘법적 지위를 대신한다’는 뜻이며, 민법상 용어인 ‘채권자대위’란 ‘채권자가 채무자의 법적 지위를 대신하여 제3채무자(채무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한다’라고 이해하여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원을 빌려주고, B가 C에게 100만원을 빌려주었다면, A가 B의 지위를 대신하여 C에게 직접 100만원을 A에게 반환지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채권자대위권을 아무런 제한없이 인정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앞서 든 사례에서 B가 C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A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마음대로 C에게 직접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면 C는 B에게 갚지 않아도 될 돈을 B도 아닌 A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행 민법과 우리 법원은, 채권자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즉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기의 채권이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경우(“보전의 필요성”)’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맘모톰’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자신을 부당이득반환의 채권자라고 주장한 보험사들이 채무자인 환자들의 권리를 대위행사하여 의료기관을 상대로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면, 과연 보험사는 채권의 만족(보험금 반환)을 얻을 수 없었을까.

이원희 변호사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지급한 맘모톰 시술비용은 수십~수백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액으로만 보면 보험사들이 환자들을 상대로 얼마든지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고, 그것이 원칙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환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았던 것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한다.

즉, 보험사로서는 각 환자들마다 수십~수백만원에 불과한 실손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여야 하는 번거로움과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이를 피하고자 만일 수백~수천 명의 피고(환자)들을 1개의 소송사건으로 구성하여 소송을 제기한다면 피고들이 각자 다양한 항변 주장을 서면으로 제출하였을 때 이를 일일이 반박해야 하는 문제, 또는 법원 서류가 일부 피고들에게 송달되지 않는다거나 피고들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는 등 절차 진행상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로 소송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가 다수의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소송할 경우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실손보험을 적극 권유하여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를 장기간 납입받으면서도, 정작 보험금은 지급해주지 않으려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사회적으로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보험사에게는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턱 앞에서 보험사들은 결국 보험가입자인 많은 수의 환자들을 직접 상대로 한 소송전을 선택하기보다, ‘채권자대위권’이라는 법리로 우회하여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꼼수’를 택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선택이 정작 소송에서는 고스란히 패소 사유가 되었다.

대법원은 ‘금전채권자가 단순히 채권회수의 편의나 실효성을 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보험사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변제받는 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고, 피보험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보험사가 만일 환자로부터 반환받을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이 있다면 이는 피보험자인 해당 환자를 상대로 소송과 강제집행을 하여 얼마든지 추심이 가능하므로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권 소송은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의료기관에 대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도 판시하였다.

즉 ‘설령 피보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피보험자의 의사에 달려 있고 피보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으로부터 맘모톰 시술을 받은 환자가 그 시술과 결과에 매우 만족하여 의료기관에 진료비 반환을 요구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하여 마음대로 의료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반환채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이며, 이는 대법원이 ‘고유의 재산관리권 행사를 간섭받지 않을 채무자의 의사결정 자유’을 ‘자기 채권을 실현하려는 채권자의 이익’보다 더 우선하여 보호할 가치로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보험사가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제기하였던 맘모톰 관련 다수의 소송은 수년 간의 지리한 공방 끝에 결국 보험사의 패배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광덕 이원희 변호사는 “실손보험사들의 채권자대위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상세하고 명확한 논리 전개를 설시하여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확고한 법리를 구축하였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보험사가 애초에 원칙적인 법리에 따라 피보험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고, 예외적 법리인 채권자대위권을 적용해가며 굳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그 자체로 씁쓸한 뒷맛을 남게 한다”며, “보험사로서는 보험가입자들의 집단적 민원이나 여론 악화 등의 현실적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자력이 충분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쉽게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나름대로 구상한 소송전략이었겠지만, 그 과정과 결과의 측면에서 결국 ‘꼼수 소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절감되는 효과가 크다’고 적극 홍보하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은 ‘나중에 아프더라도 돈 걱정 덜 하고 편하게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보험사와 실손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그 대가로 매달 적지 않은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럼에도 최근 맘모톰 소송사건이나 실손보험금 지급거부 사례들에서 보험사들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모습을 보면, 과연 실손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장기 납부한 보험가입자들에게 의료비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해주고자 하는 의지와 진정성을 갖고 있기는 한 것인지, 혹여 실손보험이 이제는 사(私)보험사들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제는 금감원이나 한국소비자원 등 공공기관과 시민단체들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보다 더 적극적인 관리·감시·감독을 통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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