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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사자도 아닌데, 너무 힘들어요” 전 국민 트라우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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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사자도 아닌데, 너무 힘들어요” 전 국민 트라우마 우려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2.11.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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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관련 단체, 대규모 재난 사고 후 심리적 안정 위한 성명 발표 잇달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이태원 사고 이후 심란해서 밥이 넘어가질 않아요. 우울하고 안타까워서 일도 손에 잡히질 않네요.”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감정이 뒤죽박죽이라 잠이 오질 않아요.”
“서울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아이가 충격이 컸는지, 혼자 있기 힘들다고 해서 데리고 와있어요.”

1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안타까움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호소하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직후 SNS 등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된 현장 영상과 사진 등으로 인해 사망자와 부상자, 유가족은 물론 구조자와 목격자, 일반 시민들까지 전 국민적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등 정신건강 관련 단체들이 성명서를 내고 대규모 재난 사고 후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수칙 안내에 나섰다.

특히 이들 단체는 “근거 없는 비방이나 혐오 발언은 고인과 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 유발 등 2차 피해를 가져와 초기 안정화에 악영향을 끼치며, 트라우마 회복을 어렵게 한다”면서 사고 당시의 영상이나 사진 등을 공유하는 것 역시 삼갈 것을 당부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재난보도 준칙에 따라 취재 보도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혼란이나 불안을 키우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직접 사건을 겪거나 목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노출되기만 해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충분히 겪을 수 있다”라며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media induced PTSD)에 관한 연구 결과도 많은 만큼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영상 접촉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라고 권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대규모 재난 사고 후 트라우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며 저절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사건 직후 일정 기간 심리적, 신체적 변화와 고통을 겪을 수 있다”라며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 회복에는 공동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경험한 후 불면증, 몸의 떨림, 피로감, 식욕 저하 혹은 폭식, 소화불량, 심장박동의 증가, 활력저하 등 신체적 변화와 불안, 공포, 분노, 절망감, 과민함, 악몽, 죄책감, 비현실감 등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호흡을 깊게 하거나 복식호흡을 하는 것은 긴장을 완화시켜 심신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트라우마 회복에 효과적이다. 현재 상황이 삶에서 힘든 시기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고, 나를 이해해 줄 주변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고 대화하는 것도 좋다.

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고 혼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것은 스트레스 반응을 더 가중시킬 수 있으며, 부정적인 생각에 더 몰두하게 만들 수 있다. 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책하는 것 역시 우울감을 만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에 의지하는 행동은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고와 관련된 지나친 몰두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정서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어 조절해야 하지만, 무조건 피하는 것 역시 트라우마를 키울 수 있어 현재의 고통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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