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09-27 18:05 (화)
“병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 남발하던 보험사, 제동은 걸렸지만…”
상태바
“병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 남발하던 보험사, 제동은 걸렸지만…”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2.08.29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한경 변호사의 ‘진료실에서 알고 있어야 할 의료법(사례 중심으로)’ 강연 톺아보기
보험사에 채권자대위권 예외적 허용 ‘불허’, 대법 판결로 소송 줄어들 것
보험사의 치밀한 분석 맞서 의료 관련 법률 지식·동향 파악 필요

“채권자대위권을 근거로 의료기관에 임의비급여 관련 민사소송을 남발하던 실손보험사에 제동이 걸리게 됐지만, 완전히 일단락됐다고 볼 순 없습니다. 앞으로 실손보험사는 비급여에 대해 더욱 치밀하게 분석하고 파고들 것입니다.”

브라이튼 법률사무소 고한경 대표변호사는 28일 열린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전하며, 의료 관련 법률 지식과 동향을 꾸준히 접하는 것이 의료기관 운영에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
ⓒ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

고한경 변호사는 이날 1부 첫 강의를 맡아 ‘진료실에서 알고 있어야 할 의료법(사례 중심으로)’을 소개했다. 고 변호사는 먼저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인 관계를 정리하며, 심평원·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 간 분쟁이나 의료기관과 환자 간 분쟁 등 전형적인 분쟁 외 비급여진료비 관련 분쟁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 MRI 보험급여 적용 대상이 확대되던 시기에 이를 모르고 비급여진료를 했고 환자들은 실손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이후 보험급여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보험사가 환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보험사기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의료기관에 제기한 것입니다. ‘환자에게 받아야 할 금액이니, 의료기관이 바로 보험사에 지급하라’, 채권자대위권을 근거로 한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불법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채권자대위권 행사, 즉 환자가 돌려받을 진료비를 보험사가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환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임의비급여진료비를 모두 실손보험사가 청구하는 소송의 단초가 됐고, 실제로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분쟁도 늘었다.

그러나 지난 8월 25일 대법원 판결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실손보험사에 예외적인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할 정도의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이 판결을 기다리느라 계류 중인 사건들이 많은데, 특히 오는 31일 맘모톰 관련 사건의 선고도 예정돼 있다”라며 이번 채권자대위권 예외적인 허용 불허 판결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사의 진료비 반환 청구는 각하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채권자대위권을 근거로 한 임의비급여 민사소송 제기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비급여에 대한 보험사의 디테일한 분석이 시작될 것”이라며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비급여진료비나 진료의 경계 등 법적으로 세밀한 다툼의 영역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의사회원들을 향해 의료 관련 법률 지식과 동향, 뉴스 등을 자주 접하는 것이 의료기관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실제 의료현장 사례와 관련 의료법, 경과 등을 소개했다. 첫 번째 사례는 내원 환자의 실밥 제거를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경우였다. 고 변호사는 “이 사례는 의료법 제27조에 따른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의료기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의료에 관여하고 의사,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다양한 자격이나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누가 어떤 영역까지 행위를 할 수 있고 의사의 지시를 받으면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모호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간호조무사의 경우 의원급에서는 진료의 보조까지 할 수 있고, 병원급에서는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할 수 있는데 그 진료의 보조행위가 어디까지인지, 진료를 보조할 때 의사의 지시·감독이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라며 “의료기관과 환자 간 분쟁 시 이 무면허 의료행위 조항을 많이 언급하는 만큼, 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무면허 의료행위로 유죄가 확정되면 행정처분이 나올 수 있는 점도 짚었다. 고 변호사는 “의사 본인 자격정지 3개월, 병원에도 업무정지 3개월 나오는데 행정처분 리스크가 크다”라며 “최근에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한 경우 면허취소까지도 가능하게 됐다”라고 부연했다.

중요한 것은 자격정지 3개월, 업무정지 3개월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 처분에 동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 변호사는 “행정처분 기간에 맞춰 병원을 쉬면 어떨까 하는 분들이 있는데 두 처분의 담당 부서가 다르고 행정처분 기간을 맞춰주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앞선 사례는 유죄로 벌금형과 함께 후속 행정처분도 이뤄졌다. 고 변호사는 “의사의 지시 아래 간호조무사가 실밥 제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실밥 제거 전 환자의 상태 확인을 하지 않은 점을 주된 유죄 선고 이유로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의사가 직접 관여하지 않은 무면허 의료행위도 처벌받아야 할까? 답은 ‘처벌받을 수도 있다’이다. 고 변호사는 “개원의라면 양벌규정도 기억해야 한다”라며 “사업주가 고용한 직원이 의료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관리책임에 따라 사업주도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
ⓒ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

두 번째 사례는 사회복지시설 촉탁의가 요양 중인 노인들을 진료한 사실이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된 경우였다. 이는 원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고 변호사는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예외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는 금지하고 있다”라며 “예외 사유 역시 거의 인정받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사한 사례로 수감 중인 환자를 대신해 내원한 교도관에게 과거 처방전과 차트를 토대로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의 사례도 소개됐다. 이 사례는 ‘직접 진찰’이 관건이었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는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교부를 금지한다. 또, 동법 제17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직접 진찰 없이 처방전의 발송·교부도 금지하고 있다.

서명 날인 없는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처방전으로 볼 것인지 증명서로 볼 것인지를 두고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증명서로 봤다. 그러나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교부하는 행위만을 금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심은 환자가 아닌 교도관에게 교부했으니 무죄, 2심은 교도관은 환자에게 교부되는 것을 전제로 환자의 위임을 받은 것이므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는 증명서의 사회적 기능 훼손을 막는 것이 법 취지이므로 환자에게 교부하는 것만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논리는 틀렸지만 2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의사가 부재중인 상황에 환자가 내원하자 의사가 전화 통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해서 전과 동일한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한 사례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직접 진찰 의무 위반으로 선고유예를 받았다. 보건복지부의 관점은 달라, 의료법 제27조 제1항 무면허 의료행위에 근거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했다. 대법원은 “간호사에게 전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것은 의사가 처방을 결정한 것이므로 직접 진찰 의무 위반은 별론으로 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재진 환자가 요청할 경우 내원 없이 처방전을 바로 약국으로 보내주었던 병원은 (구)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파기환송했다. 직접 진찰은 대면 진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찰의 주체가 아닌 사람이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초진 환자에게 처방전을 보내준 사례는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원에서는 파기환송했다. 한 번 정도는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서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로 환자를 진료한 뒤 약을 택배로 보내준 의사는 대법원에서 사기죄가 확정, 원외 의료행위(의료법 제33조 위반)로 3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고 변호사는 “의사는 원내에서 전화로 진료를 했고 환자는 원외에 있었다. 이 경우는 원외 의료행위일까?”라고 물은 뒤 “우리나라 법원은 그렇게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 행위가 직접 진찰 위반인지 여부는 초진인지 재진인지 등 여러 사정을 따져본 뒤 판단해야겠지만 원외 의료행위라고 보는 것은 실무상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의료현장 실무에서 발생하는 사례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대진의가 진찰 후 원장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한 사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원장에게 직접 진찰 의무 위반으로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소송 끝에 처분 취소됐다. 법원은 대진의가 쉽게 본인 아이디로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간호사에게 조치를 요구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점, 그동안 다른 대진의는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한 점, 대진의의 원장 명의 처방전 발행이 원장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관리 소홀의 부주의일 뿐 개인의 자격정지 처분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
ⓒ 제19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

댓글 창에 쏟아지는 회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 회원은 “환자가 친인척 명의로 중복처방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라며 정보를 이용당한 환자의 친척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고 변호사는 “진료 접수 시 신분증 등 환자 본인확인을 충실히 했다면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환자 본인확인 부분에서 관리 소홀이 있었다면, 이때는 오히려 환자가 의료기관을 속이고 처방전을 받았다는 점으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하에 채혈하는 것이 의료기사법 위반인지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고 변호사는 “채혈 방식이나 과정에 따라 다르다”라며 “단순 채혈은 의사의 지시를 받아서 가능하고 의사의 포괄적 지시로도 가능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중대한 의료행위 과정 중 이뤄지는 채혈이라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